[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최근 kimchi, bibimbap, bulgogi, gochujang, soju, makgeolli 등 한국 음식 이름이 한국어 발음 그대로 해외 주요 사전에 등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한식의 세계적 확산을 넘어, 한국어 자체가 글로벌 언어 환경에서 의미를 생산하는 언어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은경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한류 트렌드가 아닌, 언어와 문화가 함께 이동하며 정착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한국어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오랜 기간 한국어 교육 현장을 지켜봐 온 이 교수에게, 한식 용어의 사전 등재가 갖는 언어적·문화적 의미와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사전 등재 현상에 대한 전반적 인식
Q. 최근 kimchi, bibimbap, bulgogi, gochujang, soju 등 한국 음식 용어가 Oxford English Dictionary를 비롯한 해외 주요 사전에 한국어 발음 그대로 등재되고 있다. 한국어학자의 시선에서 볼 때, 이러한 사전 등재는 현재 한국어의 위상과 어떤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는가.
A. 한국 음식 이름이 해외 주요 사전에 한국어 발음 그대로 등재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어가 더 이상 ‘번역의 대상이 되는 주변 언어’가 아니라 세계 언어 환경 속에서 의미를 생산하는 언어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사전 등재는 단순한 문화 소개를 넘어, 해당 언어 공동체 외부에서도 그 단어가 필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한국어가 특정 문화권 내부에서만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라, 글로벌 담론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변화의 징표로 볼 수 있다.
음식 단어가 선택됐다는 점의 의미
Q. 사전 등재 기준이 엄격한 상황에서 음식 관련 단어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 음식 용어의 사전 등재는 어떤 언어적·문화적 의미를 갖는가.
A. 언어학적으로 볼 때 음식 관련 어휘는 매우 흥미로운 범주다. 음식은 일상과 문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 용어가 다수 사전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한식이 단순한 이국적 요리가 아니라 다른 언어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한 문화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 음식이 조리법이나 맛을 넘어, 식문화와 정서, 사회적 맥락까지 함께 전달하는 문화 코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언어적 의미를 갖는다.
사용 빈도와 ‘언어로서의 정착’
Q. 사전 등재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실제 사용 빈도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 음식 용어가 이미 해외에서 ‘설명 없이 통용되는 언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가.
A. 사전 등재는 일시적인 유행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실제 사용 빈도와 사용 맥락의 안정성,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kimchi, bibimbap, soju와 같은 단어들은 이미 해외에서 설명이 필요한 외국어 단계를 넘어, 설명 없이도 통용되는 어휘, 즉 하나의 언어 단위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음식이 더 이상 문화 소비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타 언어권의 일상 언어 속으로 스며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한류 확산과 한식의 역할
Q. K-팝, K-드라마를 넘어 한식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화 확산 과정에서 한식은 한국어 확산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A. K-팝이나 K-드라마가 감각적·서사적 콘텐츠라면, 한식은 오감과 일상을 통해 경험되는 문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음식은 ‘먹어보는 경험’을 통해 문화에 대한 거리감을 단번에 좁혀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음식 이름, 조리 과정, 식사 예절 등 언어적 관심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한식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게 만드는 콘텐츠이자,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하는 매우 효과적인 매개라고 생각한다.
정부·공공기관의 한글 표기화 노력에 대한 평가
Q. 한식진흥원과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한글 표기 및 로마자 표기 표준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언어학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A. 한식과 식재료의 한글 표기 및 로마자 표준화를 위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노력은 언어 정책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표기 방식의 통일은 한국어 어휘가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는 표준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 맥락에서 해당 단어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현지 언어 사용자들이 어떻게 발음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언어 사용 연구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번역’이 아닌 ‘한국어 그대로’의 전략
Q. 최근에는 한식 이름을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전략의 장점은 무엇인가.
A. 한국어 음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의미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kimchi를 ‘spicy cabbage’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의미까지 전달하기는 어렵다.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해당 음식을 하나의 고유명사로 인정하는 동시에, 한국어 자체의 정체성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한국어 교육에서 한식 활용 가능성
Q.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한식을 활용할 경우, 학습 효과 측면에서 어떤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A. 음식은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매우 효과적인 교육 소재다. 학습자의 관심과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은 어휘 학습에 그치지 않고 담화 표현, 더 나아가 문화적 맥락 이해까지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음식 이야기는 학습자의 개인적 경험과 쉽게 연결되기 때문에, 언어 학습과 문화 공감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전망
Q.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음식과 식재료가 해외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가.
A. 앞으로는 음식 이름을 넘어 "Banchan(반찬), Ssam(쌈)"처럼 한국식 식사 양식과 문화적 행위와 관련된 어휘들도 지속적으로 등재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한류 붐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가 세계 언어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어휘의 확장은 사고와 경험의 확장을 의미한다. 한국 음식이라는 일상의 언어를 통해 타언어권의 사람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동시에 우리의 언어와 문화가 그들의 세계를 넓히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이은경 교수는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로, 한국어 교육과 언어 정책, 한국어의 국제적 확산을 연구해 온 한국어학자다. 특히 외국인 학습자와 한국어 교사를 위한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가 문화와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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