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절이 한 접시에 담기는 건강 공식…지용성 영양소는 ‘기름’과 만날 때 빛난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봄이 오기 전, 시장의 채소 진열대에는 유독 납작한 배추가 눈에 들어온다. 속이 단단히 차오른 김장배추와 달리 잎이 바닥으로 퍼져 꽃처럼 벌어진 형태. 이름부터 계절을 앞당겨 부르는 봄동이다. 봄동은 겨울에 파종해 1~3월에 수확하는 배추 품종으로, 추위를 견디며 천천히 자라는 동안 당분을 축적해 아삭하고 달큰한 맛이 강해진다. 그래서 ‘봄 채소’로 불리지만 사실 가장 맛이 절정인 시기는 겨울 끝자락이다.
봄동의 인기는 단맛과 식감에서 시작하지만, 오래 남는 이유는 영양에 있다. 일반 배추보다 항산화 성분의 밀도가 높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고르게 들어 있어 겨울철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제철 식재료로 손꼽힌다. 특히 건조한 계절에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눈 건강과 나트륨 섭취가 잦은 식생활에서 부담이 되는 혈관 건강에 대한 장점이 자주 언급된다.
‘눈이 뻑뻑한 계절’에 강한 채소
겨울의 건조함은 피부보다 먼저 눈에서 티가 난다. 바람, 실내 난방, 장시간의 화면 노출이 겹치면 눈이 쉽게 뻑뻑해지고 피로감이 쌓인다. 이때 봄동이 눈 건강 식재료로 언급되는 핵심은 베타카로틴이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성분으로,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항산화 작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동은 일반 배추에 비해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타민 C까지 더해지면 봄동의 ‘항산화 조합’이 완성된다. 항산화 영양소는 몸속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활성산소로 인한 손상을 줄이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겨울철처럼 활동량은 줄고 피로는 누적되는 시기에 봄동이 계절의 약점을 메워주는 채소로 평가받는 이유다.
눈 건강 이야기는 결국 생활 습관과도 연결된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국물, 짠 반찬, 자극적인 양념이 늘기 쉬운데, 봄동 겉절이처럼 산뜻한 채소 반찬을 한 가지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식탁의 균형이 달라진다.
혈관·빈혈·뼈까지 한 번에…봄동의 강점은 ‘무기질 밸런스’
봄동은 비타민뿐 아니라 무기질 구성이 탄탄한 채소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칼륨은 나트륨 배출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미네랄로, 짠 음식을 즐기는 식생활에서 의미가 크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체내 수분 균형이 흔들리고 혈압·혈관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는데,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곁들이는 식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봄동이 ‘동맥경화 예방’ 식재료로 소개되는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깔려 있다.
칼슘과 인 같은 무기질이 함께 언급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뼈 건강을 떠올리면 유제품을 먼저 생각하기 쉽지만, 식단 전체에서 미네랄을 어떻게 분산해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봄동은 메인 재료라기보다는 밥상에 자주 올리는 ‘반찬형 채소’이기 때문에, 꾸준히 섭취할수록 무기질 보충에 누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성이다.
빈혈 예방 측면에서도 봄동은 보조적 식재료로서 의미가 있다. 철분 자체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지만, 채소 섭취량이 적은 식단에서는 미량영양소의 공백이 커지기 쉽다. 봄동처럼 비타민·무기질·식이섬유가 함께 들어 있는 채소는 ‘식단의 빈칸을 메우는 방식’으로 쓰기 좋다.
또 한 가지, 봄동이 다이어트 식단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열량이 낮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어 체중 관리가 어려워지는데, 이 시기에 포만감을 주는 채소 반찬이 있으면 식단이 덜 흔들린다. 봄동은 잎이 연하고 단맛이 강해 ‘채소를 억지로 먹는 느낌’이 적다는 점에서 지속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봄동을 ‘겉절이 이상’으로 쓰는 법
봄동의 대표 메뉴는 겉절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절이지 않고 바로 무치는 방식’이다. 소금에 오래 절이면 봄동 특유의 아삭함과 단맛이 줄고, 물이 빠지면서 식감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씻어 물기를 뺀 뒤 양념에 바로 무치면 풋내는 덜하고 식감은 살릴 수 있다는 조리 팁이 반복되는 이유다.
영양 관점에서 더 중요한 건 기름과의 궁합이다. 봄동의 강점으로 꼽히는 베타카로틴은 지용성 성분으로 알려져 있어,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체내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 겉절이에 참기름을 한두 방울 더하는 행위가 ‘맛을 위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영양을 위한 선택’이 되는 셈이다. 샐러드로 먹을 때 올리브오일을 곁들이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된다.
다만 봄동은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 채소다. 그래서 밥상에서 봄동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결핍을 채워줄 짝’을 붙여야 한다. 가장 손쉬운 조합이 돼지고기 쌈이다. 고기의 지방은 봄동의 지용성 영양소 흡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봄동의 아삭함은 고기의 느끼함을 정리해준다. 결국 맛과 영양이 동시에 맞물린다. 집에서 가볍게는 달걀, 두부, 닭가슴살과 함께 먹어도 균형이 잡힌다. 봄동 된장국처럼 국물 요리로 확장하면 섭취량이 자연스럽게 늘고, 식탁에서 활용도도 높아진다.
좋은 봄동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전체적으로 연한 녹색을 띠고, 속잎이 선명한 노란빛을 띠는 것이 단맛과 고소함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크기는 성인 남성이 두 손으로 감쌀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고, 잎이 시들거나 눌렸을 때 쉽게 꺾이는 것은 피하는 편이 낫다. 손질은 밑동 주변 흙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한다. 잎을 모아 밑동을 잘라낸 뒤 한 장씩 떼어 여러 번 씻어야 이물질이 남지 않는다. 봄동은 오래 두면 비타민 손실이 커질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신선할 때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봄동은 봄을 앞당겨 부르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겨울의 결핍을 보완하는 채소다. 건조한 계절에 부담이 커지는 눈의 불편함, 짠 음식이 잦은 식탁에서 신경 쓰이는 혈관 건강, 활동량이 줄어 흔들리는 체중 관리까지. 봄동 한 접시는 ‘제철을 먹는 행위’가 곧 ‘생활을 정돈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겉절이로 한 번 무치고 끝내기 아까운 채소다. 제철이 짧은 만큼, 밥상에 올릴 이유는 충분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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