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한식 주방과 소비자 사이에서 ‘간장’과 ‘된장’을 둘러싼 질문이 반복된다.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시간의 발효를 통과시켜 만들던 장류와 달리, 가공 대두 단백 등 산업적 원료 기반 제품이 빠르게 자리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표시 기준도 충족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간장과 된장이라 부를 것인가’라는 질문은, 법의 언어를 넘어 주방의 언어로 번진다.
이 논쟁은 취향 싸움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한식에서 장류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맛의 골격이자 조리의 방향키다. 같은 레시피라도 어떤 장을 쓰느냐에 따라, 짠맛의 선명도, 감칠맛의 결, 향의 잔향이 달라지고, 특히 끓임과 졸임에서 “끝맛”이 달라진다. 그 차이는 종종 ‘풍미’라는 말로 뭉뚱그려지지만, 주방에서는 훨씬 실용적인 기능으로 체감된다. “맛이 난다/안 난다”가 아니라, “맛이 어느 방향으로 쌓이느냐”의 문제다.
그럼에도 주방이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큰 배경은 가격과 운영 구조다. 참깨·콩처럼 핵심 원료는 기후와 국제 곡물 시장 변동의 영향을 곧장 받는다. 업장 입장에서 전통 장류는 ‘원재료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효·숙성의 시간을 버텨야 하고, 보관·재고·손실·인력의 비용이 뒤따른다. 반면 산업적 장류는 표준화와 즉시성이 강점이다. 사람 손이 바뀌어도 맛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대량 납품에도 대응한다. 주방의 현실에서 이 차이는 종종 ‘가치’가 아니라 ‘생존’의 언어로 번역된다.
문제는 이 선택이 점점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력 회전이 빠른 업장, 레시피를 고정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대량 급식과 같이 표준화가 중요한 현장일수록 이 흐름은 가속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익숙해하는 “한식의 맛”도 서서히 재조정된다. 시간이 만든 발효의 장이 아니라, 규격화된 조미의 장이 한식의 기준값이 되는 것이다.
논쟁은 다시 이름으로 돌아온다. 식품공전 체계에서 간장은 여러 유형으로 구분돼 왔고, 최근엔 산분해간장 분류를 둘러싼 논의가 업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논의의 핵심은 단순히 ‘용어 정리’가 아니다. 어떤 제조 방식을 ‘간장’이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느냐는 곧, 소비자 인식과 시장 질서를 함께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단에서도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1~2인 가구 증가와 배달 음식 확산 속에서, 장을 담그는 집은 줄었고 장류는 ‘담그는 것’에서 ‘고르는 것’이 되었다. 이때 선택 기준은 종종 “무엇으로 만들었는가”보다 “얼마인가, 얼마나 편한가”로 이동한다. 표시기준은 존재하지만, 소비자가 그것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읽히지 않아서’ 생기는 간극이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면, 이 기사는 비판으로만 남는다. 지금 필요한 건 변화의 속도를 비난하는 대신, 그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실제로’ 이어가는 사람들의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이다. 전통은 선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거래 구조와 유통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들만이 전통을 지속시킨다.
전통 장을 만드는 생산자들은 요즘 “맛”보다 “구조”를 먼저 말한다. 발효의 시간을 품은 장은 시간이 길수록 자본이 묶인다. 그들은 숙성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가치를 구매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방법을 찾는다. 소량 생산의 한계를 ‘프리미엄’이라는 말로 덮는 것이 아니라, 숙성 단계별 라인업을 나누고, 업장과는 ‘전용 장’ 계약을 맺거나, 특정 메뉴에 최적화된 장을 함께 설계한다. 장을 “완제품”이 아니라 “공동 레시피의 일부”로 만들면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관계 경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또 다른 축은 주방이다. 전통 장류를 고집한다는 말은 멋있지만, 그 고집이 가능하려면 메뉴 설계가 따라야 한다. 어떤 셰프들은 전통 장의 향이 살아나는 조리법(짧은 가열, 마무리 간, 분리 사용)을 채택하고, 어떤 업장은 장류의 비중이 큰 메뉴에서 원가를 감당하기 위해 ‘메뉴 수를 줄이고’ 핵심 메뉴의 완성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즉, 장을 바꾸지 않으려면 주방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지금의 논쟁은 가짜와 진짜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다. 한식의 기본 양념이 어떤 기준으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어떤 비용으로 떠안아야 하는가의 문제다. 비용을 이유로 대체재를 선택하는 현실과, 그 선택이 누적되어 만들어질 한식의 미래 사이에서 기준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지금 주방에서 쓰이는 간장과 된장은 예전과 같지 않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탄식이 아니라,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이다. 우리는 어떤 ‘장’을 한식의 기본이라고 부를 것인가. 그리고 그 기본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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