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 점검은 과연 일회성 처방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외식 산업의 체질 개선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것인가. 그 파장을 심층 분석한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한 디저트가 급성장한 외식 배달 시장의 위생 관리 시스템을 시험대에 올렸다.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로 불리는 이 디저트의 인기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낮은 진입 장벽을 기반으로 난립한 배달 전문점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이면에 존재하던 위생 관리의 사각지대가 이번 현상을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결국 규제 당국이 직접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유행 디저트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2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전국 17개 지자체와 합동 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두쫀쿠’ 등 디저트 전문 배달음식점과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 총 3,600여 곳에 달한다.
이 수치는 단순 표본 조사를 넘어, 특정 품목군을 겨냥한 집중 점검의 성격을 띤다. 이번 점검은 통상적인 정기 단속의 연장선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짧은 영상이 외식 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 특히 최소 자본 창업이 집중되는 배달 전문 분야의 파급력을 정부가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유행에 편승해 전문성 없이 시장에 진입한 일부 업체의 위생 불감증이 팬데믹을 거치며 성장한 전체 배달 시장의 신뢰 기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조치의 핵심 동력으로 분석된다.
배달 디저트, 26조 시장의 달콤한 그늘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소비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는 배달 음식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조 7,328억 원이었던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22년 26조 5,904억 원으로 3년 만에 약 2.7배 급증했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디저트는 단순 식후 메뉴가 아닌, 독립적인 소비 목적을 가진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배달의민족 등 주요 플랫폼은 디저트 전문관을 신설하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했고, 소비자는 간편하게 유명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단기간에 확산하는 아이템은 준비되지 않은 업체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두쫀쿠’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SNS에서 ‘제조가 쉽고 마진율이 높다’는 정보가 퍼지자, 기존 업종과 무관한 사업자들이 부업 형태로 메뉴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밥집 주방이나 의류 매장 창고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쿠키를 구워 배달 앱에 등록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숍인숍(Shop-in-shop)’이나 배달 전문 ‘공유주방(Ghost Kitchen)’에서 급조된 메뉴는 체계적인 위생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 식재료와 디저트 원료의 교차오염 위험, 원재료 출처 및 보관 관리 미흡, 비전문 인력의 조리 습관 등은 잠재적 식품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 식약처가 점검 대상에 ‘최근 점검 이력이 없거나 식품위생법 위반 이력이 있는 업소’를 우선 포함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 요소를 정밀 타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비자는 배달 앱 사진 뒤의 주방 상태를 알 수 없으며, 이 정보 비대칭성이 위생 문제를 키우는 토양이 된다.
현미경 들이댄 식약처, 고질적 위반의 민낯을 파헤치다
이번 식약처의 집중 점검은 배달 전문 디저트 음식점과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특히 배달 음식점 점검 항목은 과거 위반 사례가 빈번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첫째, ‘식품 및 조리장의 위생적 취급 기준 준수 여부’는 식품 안전의 기본이다. 이는 식재료 입고부터 보관, 조리,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의 위생 규약을 점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입선출 원칙 준수, 냉장·냉동고 적정 온도 유지, 조리 도구의 위생적 관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바닥에 떨어진 식재료를 재사용하거나, 하나의 도마에서 여러 식재료를 손질하는 행위는 식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 위반 사례다.
둘째, ‘방충망 및 폐기물 덮개 설치 등 시설 기준 준수 여부’는 외부 오염원을 차단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여름철 해충은 병원성 미생물의 주요 매개체이므로 방충 시설 미비는 치명적 위생 결함이다. 덮개 없는 음식물 쓰레기 방치 역시 악취와 해충을 유발해 조리 공간을 오염시킬 수 있다.
셋째, ‘종사자의 건강진단 실시 여부’는 식품 매개 전염성 질환 확산을 막기 위한 법적 의무다. 결핵, 장티푸스 등 질환을 앓는 조리사가 식품을 취급하면 대규모 식중독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지난해 배달음식점 19,149곳 점검 결과, 186곳이 적발됐으며 건강진단 미실시와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약 1%의 적발률이지만, 이는 배달 전문점의 기본 위생 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정착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번 점검에서도 유사한 패턴의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왜 ‘두바이 쫀득 쿠키’인가? 수입 원료의 추적 불가능성
식약처가 여러 유행 디저트 중 ‘두쫀쿠’를 특정해 언급한 배경에는 원재료의 특수성이 있다. 식약처는 이 쿠키의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 피스타치오, 각종 시럽 등이 주로 수입식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점검 시 ‘무신고 수입식품 사용 여부’와 ‘소비기한 경과 식품 사용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수입 원료는 유통 과정이 복잡하고 원산지 추적이 어려워 안전 관리 난도가 높다. 특히 영세 배달 전문점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소비기한이 임박한 저가 제품을 사용할 유인이 크다.
이러한 비정상적 경로로 유통되는 식재료는 원산지, 제조일 등이 불분명하고 운송 과정의 위생 상태를 담보할 수 없어 잠재적 위험 요소가 크다. 이는 소비자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나아가 식약처는 ‘두쫀쿠’ 등 조리식품 약 100건을 수거해 식중독균 검사를 병행할 계획이다. 검사 항목에는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 등 주요 식중독 원인균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서류상 기준 준수 여부를 넘어, 최종 생산물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식중독균이 검출될 경우, 해당 업체는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관리자 없는 공간, 무인 매장의 위생 공백을 조준하다
이번 점검의 또 다른 축은 최근 급증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주 인력 없는 무인 매장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는 위생 관리의 공백이라는 약점이 존재한다.
식약처는 무인 매장에 대해 ‘소비기한 경과 제품 보관 여부’와 ‘보관 부주의로 인한 변질’ 등 과거 소비자 신고가 잦았던 항목을 집중 점검한다. 정전으로 냉동고가 꺼졌다 켜지면서 제품이 녹았다 어는 경우, 소비자가 냉동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는 경우 등 관리자 부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점검은 이러한 관리 부재의 허점을 파고들어 잠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식약처의 이러한 움직임은 2021년부터 이어진 배달음식 안전관리 강화 정책의 연장선이다.
다만 과거 점검이 치킨, 피자 등 전통적 배달음식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두쫀쿠’처럼 소셜미디어 유행에 따라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규제 당국이 시장 변화를 추격하는 것을 넘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 변화로 평가된다.
업계의 지각변동 예고, 위생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식약처의 이번 점검은 관련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위생 관리가 미흡한 한계 업체들의 퇴출을 가속화할 것이다. 위반 업체는 행정처분을 받고 정보가 공개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반면, 평소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 온 모범 업체들에는 이번 점검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불량 업체가 정리되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번 점검은 배달 외식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음식 선택 시 맛과 가격 외에 ‘위생’과 ‘안전성’을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배달 플랫폼의 역할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에 위생 등급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행정처분 이력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를 넘어, 입점 업체의 위생 수준을 관리하는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올해도 소비 동향을 반영해 유행 품목과 식중독 이력 등을 고려해 점검 대상을 선정하고 안전관리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회성 점검을 넘어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배달 전문점 운영자들은 단기 수익 추구를 넘어, 위생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SNS가 만든 일시적 인기는 사라질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어떤 트렌드도 소비자 신뢰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이번 사태는 명확히 보여준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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