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민혜경 기자] 농수산물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통계청이 2025년 8월 2일 발표한 「2025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신선식품지수는 전달보다 2.0%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소폭 하락(-0.5%)했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상승 중’이다. 특히, 채소류는 전월 대비 4.5%나 올랐고, 과일류는 1.8%, 수산물은 0.7% 하락했으나 전년 대비로는 7.6%나 뛰었다.
이번 통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조리 현장과 식문화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농산물 물가의 문제가 아니다. 식재료는 ‘레시피’ 이전의 문제다. 무엇이 식탁에 올라오는가, 어떤 가격으로 소비되는가는 요리의 품질은 물론 식문화 다양성과 직결된다.
채소·과일 상승… 전통 음식과 계절 식단도 영향
신선채소 가격이 4.5%나 급등하면서, 여름철 반찬과 계절 보양식의 구성도 영향을 받게 됐다. 물가 상승률 상위 품목에는 양배추(38.1%), 배추(30.5%), 감자(25.6%) 등 한식 조리에서 자주 사용되는 채소가 다수 포함됐다. 무, 대파, 고추, 마늘 등도 작황 악화와 유통 불안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조리명장들이 전통 한식의 정수를 구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국산 생채소’나 ‘계절 과일’은 외식업 현장에서 대체가 어렵다. 인스턴트나 가공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재료값의 인상은 곧바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수산물은 작년 대비 7.6% 상승… “명란·전복·장어 모두 영향권”
여름철 대표 식재료로 손꼽히는 수산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신선어개(수산물)는 전월보다 0.7% 낮아졌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7.6%나 상승했다. 최근 금산 인삼제품, 순창 장어, 흑산도 홍어 등 ‘로컬 식재료’ 기반의 미식 관광 콘텐츠가 각광받는 가운데, 주요 수산물의 가격 상승은 콘텐츠 운영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최근 보도자료로 발표된 순창군의 '순창삼합' 프로그램에서는 섬진강산 장어가 주요 식재료로 활용돼 양식업과 외식업의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원물 수급 가격이 더 올라갈 경우 지속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식탁에서 느끼는 ‘물가 고통’… 음식문화 다양성까지 위협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은 도시의 장바구니뿐만 아니라 식재료 중심의 외식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서도 쌀 외 타작물 유도와 가격 안정제 도입이 강조되는 가운데, 쌀 이외의 신선식품 가격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은 여전히 부재하다.
이러한 현실은 궁극적으로 ‘한식의 다양성’과 ‘지역 음식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게 된다. 고유 식재료 없이 정체성을 지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품 가격, 단순한 통계가 아닌 ‘조리와 식탁의 문제’
물가 동향은 단순한 경제 통계가 아니다. 음식은 문화이며, 식재료는 그 기반이다. 한식의 재료들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계절의 흐름과 지역의 기억을 담고 있다. 그만큼 농수산물 물가의 변화는 ‘요리’를 기록하고 조명하는 우리의 시선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한식의 다채로운 식재료가 소비자 식탁에 올려지는 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레시피와 철학도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식재료를 지키는 일은 한식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