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이경엽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식진흥원 이음홀은 울릉도의 맛과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모인 각계 전문가 50여 명의 열기로 뜨거웠다. 울릉군이 주최하고 혜윰지속가능연구소가 주관한 '울릉도밥상 이야기' 행사는 울릉도 나물 음식 사진전, 주제 발표와 질의응답, 그리고 모두가 기다린 시식회 순으로 진행되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는 책 『울릉도밥상』을 통해 울릉도 고유의 식문화와 그 속에 담긴 개척의 역사를 알리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모범사례 등재를 준비하는 울릉도 식문화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상으로 만난 울릉도의 지혜, "나물은 곧 울릉도의 역사"
행사는 남구연 울릉군농업기술센터 과장의 '울릉도 화산섬 밭농업과 울릉도 나물' 발표로 문을 열었다. 남 과장은 "척박한 화산섬에서 뿌리내린 울릉도 나물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거친 자연환경을 이겨낸 주민들의 강인한 생명력 그 자체"라고 강조하며 "나물을 채취하고 보존해온 과정 하나하나가 울릉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말해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당초 발표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한귀숙 '산마을식당' 대표는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울릉도에서 발이 묶여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영상으로나마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의 생생한 삶의 지혜를 접할 수 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이는 뭍과 쉽게 이어지지 않는 울릉도의 지리적 특성을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감으로 맛보는 울릉도의 자연… "이것이 진짜 울릉도의 맛"
발표가 끝난 뒤에는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시식회가 진행됐다. 시식 메뉴는 현지 사정으로 일부 변경되었지만, 울릉도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자란다는 대황을 넣어 지은 '대황밥'을 시작으로 '물엉겅퀴국', '삼나물회', '부지갱이볶음', '뿔명이지' 등 육지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들이 상에 올랐다. 여기에 달콤한 '홍감자'와 '울릉도호박식혜'가 더해져 풍성함을 더했다.
참석자들은 음식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한 참석자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각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있어 놀랍다. 이것이 바로 울릉도의 진짜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감탄했다.
단순한 음식 행사를 넘어, 울릉도의 자연과 사람, 역사가 어우러진 '울릉도밥상 이야기'는 참석자들에게 울릉도 식문화의 가치와 매력을 오롯이 전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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