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세부터 이어진 40년 외길 스시 인생 도쿄에서 뉴욕으로,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시 마스터의 조용한 혁명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2025년 11월, 뉴욕의 미식계는 한 스시 장인의 이름에 주목했다. ‘미슐랭 가이드 뉴욕 2025’에서 유일하게 3스타로 승격하며 세계 최고 스시의 반열에 오른 ‘스시 쇼(Sushi Sho)’의 오너 셰프, 케이지 나카자와(Keiji Nakazawa)가 그 주인공이다.
2024년 3월, 맨해튼에 조용히 문을 연 그의 레스토랑은 불과 1년여 만에 2스타에서 3스타로 수직 상승하며, 뉴욕의 값비싼 스시 전쟁에서 새로운 승자로 떠올랐다. 그의 성공은 화려한 마케팅이 아닌, 40년간 오직 스시 하나에만 매달려온 장인의 묵묵한 집념이 이뤄낸 쾌거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요리 철학을 “에도마에 전통에 뿌리를 둔 멀티 코스 오마카세”라고 정의하며, 이는 단순히 음식을 넘어선 하나의 경험임을 강조했다.
20개의 레스토랑, 40년의 수련은 완벽을 향한 여정
케이지 나카자와의 스시 인생은 15세에 시작되었다. 완벽한 스시를 향한 열망으로 그는 일본 전역의 20개가 넘는 스시 레스토랑을 거치며 자신만의 기술과 철학을 갈고닦았다. 그는 단순히 생선을 자르고 밥을 쥐는 기술을 넘어, 숙성, 온도, 심지어 칼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스시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냉장 기술이 없던 에도 시대 스시 장인들의 보존 기술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식초에 절이거나 소금에 절이는 등의 전통 방식이 단순히 생선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풍미를 응축시키고 새로운 차원의 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도쿄에서 이미 전설적인 스시 마스터로 명성을 떨친 그는, 자신의 스시 세계를 더욱 넓히기 위해 세계 미식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향했다. 그의 뉴욕 진출은 “스시를 빼앗아가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자, 내가 태어난 이유”라는 그의 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도전이었다.
숙성과 온도의 마법, ‘스시 쇼’ 스타일의 비밀
케이지 나카자와의 스시가 특별한 이유는 그만의 독창적인 숙성 방식과 서빙 온도에 있다. 그는 생선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숙성 기간과 방법을 달리하여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참치 같은 붉은 살 생선은 며칠간의 숙성을 통해 근육 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풍미를 끌어올리는 반면, 흰 살 생선은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감칠맛을 더하는 미묘한 숙성 과정을 거친다.
또한, 각각의 스시가 최상의 맛을 내는 온도를 정확히 계산하여 손님에게 제공한다. 밥의 온도, 생선의 온도, 심지어 손님의 손에 닿는 순간의 온도까지 고려하는 그의 섬세함은 그의 스시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완벽하게 계산된 과학적 예술품으로 만든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스시를 “조용하지만 강력한 혁명”이라 평하며, 그가 뉴욕 스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극찬했다. 그의 오마카세는 마치 잘 짜인 교향곡처럼, 각 피스가 절묘한 순서와 리듬으로 이어지며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뉴욕 스시 전쟁의 새로운 왕, 그리고 미래
1인당 75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뉴욕에서 가장 비싼 스시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마사(Masa)’와의 경쟁에서, ‘스시 쇼’의 3스타 등극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나 명성이 아닌, 스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장인정신이 결국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다. 케이지 나카자와는 이미 하와이, 파리 등 전 세계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시 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자신만의 스시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그는 제자 양성에도 힘쓰며 자신의 기술과 철학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고 있다. 하와이의 ‘스시 쇼’에서는 이미 여러 명의 수제자들이 그의 가르침 아래 독립적인 스시 장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40년의 세월을 오직 스시에 바친 거장의 다음 행보는 뉴욕을 넘어 전 세계 스시 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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