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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롤터 해협의 위성 사진 |
[Cook&Chef=유영보 칼럼니스트] 현재 방영중인 주말드라마 ‘환혼(Alchemy of Souls)’은 선왕(先王) 고성이 장강이라는 술사의 몸으로 환혼(換魂)하여 그의 아내 도화를 임신시키고 장욱이라는 주인공을 낳게 하며 시작한다. 지중해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주신 제우스가 알크메네라는 인간 유부녀와 동침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 모습으로 변신하여 헤라클레스라는 아들을 얻게되는 내용이 그것이다.
제우스의 아내이자 여신인 해라는 남편과 인간 사이에서 불륜으로 태어난 헤라클레스를 유난히 미워했다. 그래서 그가 아기였을때는 뱀을 풀어 그를 독살시키려 했으나, 아기의 힘이 어찌나 센지 그 자리에서 맨손으로 뱀 두 마리를 죽여버리는 바람에 실패했다. 헤라클레스에 대한 해라의 미움은 그가 성인이 될 때 까지도 사그라 들지 않았고, 결국 헤라클레스는 지속적인 암살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12가지 미션에 도전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했던 10번 째 과업은, 바로 세상의 끝자락에 존재한다는 지옥의 삼두(三頭)괴물 게리온으로 부터 소떼를 훔쳐오는 일이었다. 그런데 과업 수행을 위해 지중해를 빠져나가는 길목이 아틀란스 산맥의 거대한 바위들로 막혀 있었고, 헤라클레스는 그 바위들을 맨손으로 쪼개어 길을 트고 양쪽으로 내던져 지중해를 지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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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롤터 해협의 위성 사진 |
이 때 바다를 막고 있던 바위산이 갈라지면서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이 서로 분리되었고, 그 사이에 대서양과 지중해가 서로 만나는 물길이 생겨났다. 그리스인들은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따서 그 바위들을 헤라클레스의 기둥(Pillars of Hercules)이라 불렀고, 두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이 바로 현재의 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이다.
지구가 평평하다 믿었던 당시 유럽인들은 지브롤터를 세상의 끝이라 여겼으며, 그 해협을 건너는 배는 암흑과 지옥으로 추락한다고 할만큼, 그들의 세계관은 지중해에 국한됐다. 한편,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헤라클레스의 기둥 너머에는 전설 속 지상낙원 아틀란티스 대륙이 있었노라 했고,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그의 신곡(지옥편)에서 인간이 더 이상 넘어갈 수 없게 헤라클레스가 경계선을 표시해 두었노라 했다. 이처럼 지브롤터 해협은 명실공히 지중해의 관문이다.
헤라클레스의 첫번째 기둥: 이베리아 반도의 지중해 음식 이야기
지중해 요리(Mediterranean cuisine)란,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조리법을 뜻한다. 흔히들 지중해 요리의 핵심 3요소를 올리브, 밀, 포도라고 하는데, 그 만큼 이 지역에서는 올리브 오일과 빵, 그리고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지중해 요리의 특징은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비롯된다. 혹자들은 지중해 연안 특유의 자연환경에 의해 형성된 올리브 나무의 분포도에 따라 지중해식을 정의 하기도 한다.
헤라클레스의 남쪽 기둥이 있는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지역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집트와 레반트를 따라, 오스만과 발칸 남부 지역을 돌아서, 이탈리아 반도와 프랑스 남부를 거쳐, 스페인과 포르투칼이 있는 헤라클레스의 북쪽 기둥의 이베리아 반도까지를 아우르는 지중해 지역의 고유하고 독특한 음식들과 다양한 식문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cuisine)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최고의 건강식으로 자리잡았으며,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으로 식문화로서의 문화적 가치 또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첫번째 기둥인 이베리아 반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해 있다. 두 나라 모두 과거 식민지 사업으로 세계 곳곳의 나라들를 정복했던 터라, 실제로 한 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을 방문해 보면, 아직까지도 이베리아식 지중해 식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중해인 듯, 지중해 아닌, 지중해 같은 포르투갈의 지중해 식문화
한국에서 포르투갈 요리는 아직까지 생소한 편이다. 포르투갈의 지중해 식문화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한 가지 고백할 게 있다. 포르투갈은 지중해가 아니다. 지도를 보면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지부롤터를 이미 넘어 선 대서양 국가다.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지중해 요리를 대표한다고 하는 스페인 마저도 지도상으론 부분적 지중해일 뿐이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떠한가? 우리는 과연 포르투갈 요리를 지중해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중해 요리의 특징은 따뜻한 지중해성 해양 기후에서 비롯된다. 남유럽의 뜨거운 태양은 그 빛이 강하고 건조하다. 이는 비가 잘 오지 않고 일조량이 매우 풍부하다는 뜻이라 야채를 키우기에 최적이며, 타 유럽 요리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풍성한 야채 사용량을 보인다. 대서양에 있으나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포르투갈의 봄철 식탁에는 아스파라거스가 자주 오른다.
여름에는 양파, 가지, 쥬키니, 파프리카등의 다양한 채소들이 풍성하게 사용된다. 또한 가을이 되면 버섯과, 사과, 그리고 페라 로차(Pera Rocha)라는 안주(Anjou) 또는 바틀릿(Bartlett) 품종과 흡사한 포르투칼 고유 품종의 서양배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겨울에도 당근, 감자, 비트, 셀러리악 등의 근채류를 많이 활용된다.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했던 유럽의 올리브 분포도 (Olea Europaea)에 따른 지중해 식문화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자.
키프로스 같은 일부 도서(島嶼)국가를 제외하고는, 지중해를 다 털어도 포르투갈 처럼 국가 전체가 올리브로 뒤덮힌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올리브유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고 알려진 스페인 조차도 국토의 절반 정도만 올리브가 분포되었다. 지중해 식문화의 넘버원 아이콘은 올리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구역의 진정한 올리브 공화국은 지중해인 듯, 지중해 아닌, 지중해 같은, 지중해 옆 대서양에 위치한 포르투갈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포르투칼 음식은 프랑스와 지중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서양 연안의 음식이라고 해야겠지만, 올리브, 빵, 와인 등 근본적인 식단의 구성이나 패턴이 너무나도 지중해식과 흡사하여, 흔히들 포르투갈 음식을 ‘부분적 지중해식’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2013년 유네스코가 지중해 식단을 인류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포르투갈 남부에 위치한 타비라(Tavira) 지방의 향토식문화가 보존 되어야할 지중해 식단 중 하나로 지정면서, 포루투갈 음식을 지중해 음식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오히려 요즘에는 비록 포르투갈 음식이 지중해적 성격을 띄고는 있지만, 대서양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 요리들이 주를 이루고 잡히는 어패류와 해산물을 종류 및 조리 방법 또한 대서양 식문화를 따른다 하여, 포르투갈 음식을 ‘부분적 대서양식’ 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포르트갈은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역이 많은 만큼 해산물 요리가 발달되어 있으며, 사르디냐(sardinha 정어리)와 바칼랴우(bacalhau 염장 대구) 같은 생선요리가 유명하다. 재미있는 점은, 염장 대구는 그냥 바칼라우고, 염장을 하지 않은 생대구는 신선한 염장 대구라는 뜻을 가진 바칼라우 프레스코(bacalhau fresco)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는 양파를 '서양에서 건너온 파'라 하여, 양(洋)파 라 부르는데, 서양에서는 파를 초록색 양파(green onion)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르투갈의 대표 디저트, 파스텔 드 나타 (Pastel de Nata)
포르투갈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식민지 사업에 뛰어 든 나라다. 1336년 포르투갈 왕국의 카나리아 제도 탐험을 기점으로 유럽 역사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Era das Grandes Navegacoes)가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은 동양의 향신료 같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유럽으로 들여오기 바빴다. 그와 동시에 지중해 유럽 문화를 해외로 전파하는데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그 중 하나가 후식의 세계화다.
브라질의 경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는 디저트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으나, 포르투갈에게서 식후에 달달한 걸 먹어주는 센스를 처음 배웠다. 세계 최고의 제과 강국 일본 역시 포르투칼을 통해 이 달달한 문화를 전파받았다고 한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디저트인 에그타르트의 종주국 또한 포르투갈이다. 영미권에서는 보통 포르투갈 파이(Portuguese Pie)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다. 이 포르투갈식 원조 에그타르트는 일본과 홍콩 등의 영향을 받은 한국식 에그타르트와는 조금 다르다. 겉은 더 바삭한데, 속은 더 촉촉하며 달다. 또한 진한 계피향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이베리아 지중해 요리의 대들보, 스페인 요리
일반적으로 이베리아 반도의 지중해식이 곧 스페인 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페인은 안달루시아, 무르시아, 카탈로니아, 발렌시아 및 발레아레스 제도 스타일의 다양하고 폭넓은 지중해 향토 요리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스페인 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빠에야(Paella)는 발렌시아가 원산지로, 일찍이 지중해 연안을 따라 카탈로니아와 무르시아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굉장히 레시피가 다양해졌다.
식재료의 활용 또한 다채롭다.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은 물론 닭고기, 돼지고기, 심지어 토끼 고기까지 사용한다. 빠예야는 우리나라 쌀과 비슷한 둥근(short grain) 품종인 봄바(bomba)나 세니아(senia)로 짓는다. 둘 다 발렌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종이다. 사프란으로 밥에 색을 입히고, 아티초크, 완두콩, 스윗피멘토, 리마콩, 초리소 등등 각종 재료를 넣고 지역색까지 가미하면 개성있는 빠예야가 완성된다.
스페인에는 빠예야 못지 않게 유명한 것이 또 있다. 바로 타파스 문화다. 타파스는 세계적인 스페인 에피타이저다. 원래는 드링크에 곁들이는 전통 안주였으나,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면서 지금은 식사부터 간식까지 아우르는 스페인의 스타 메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배부르게 먹는 올유캔잇(All-You-Can_Eat) 형식의 뷔페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한자리에서 여러 음식을 가볍고 다양하게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타파스 문화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저 사랑받게 된 데에는 스페인 관광청 투레스파냐(Turespana)의 역할도 한 몫했다. 투레스파냐는 매년 6월 셋째주 목요일을 세계 타파스의 날(World Tapas Day)로 지정했고, 2016년 이래 세계 곳곳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타파스 행사가 열린다.
소프리토 소스
스페인의 소프리토(sofrito)는 이베리아 요리의 기본 소스로, 포르투갈에서는 리포가도(refogado)라고 부른다. 지중해 전역과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다양한 이름과 버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소스다. 특히 카리브 지역 하이티 섬의 에피스(epice) 소스와 필리핀의 기니사(ginisa) 소스는 소프리토와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 소프리토 재료
양파 1개 다진 것, 마늘 6쪽 다진것, 토마토 홀 (2.5Kg) 1캔, 올리브유, 설탕, 소금, 후추
* 조리법
1.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가열한 소스팬에 다진 양파와 마늘을 향이 솔솔 올라올 때까지 6분 정도
볶는다.이 과정에서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가미한다.
2. 캔에 들은 토마토의 건더기만 거져서 손으로 으깨어 위 소스팬에 넣은 후,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과 함께
중불에서 10분정도 데운 후 블랜더에 넣고 곱게 간다.
- 셰프의 팁: 바로 소진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냉동보관 한다.
빠예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고, 들어가는 재료도 많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풍성한 식사에 어울린다.
* 재료 (6~8인분 기준):
마늘 10쪽, 파세리 다진것 3큰술, 샤프란 1꼬집 (물에 불려둔다), 통닭 반마리 (또는 닭가슴살 2개), 돈등심 130g, 오징어 2마리, 조개 16개, 생선살 (아구 또는 구루퍼) 200g, 새우 16마리, 올리브유, 양파 1개 다진 것, 홍피망 1개 다진 것, 소프리토 소스 2컵, 설탕 1큰술, 쌀 4컵, 육수(생선육수 또는 닭육수) 8컵, 소금 2작은술, 완두콩 1/2컵, 레몬 1개, 구운홍 피망 2개, 홍합 24개
* 조리법
1. 재료손질: 조개류는 해감 처리를 확실하게 한다. 홍합의 경우 미리 쪄서 껍질의 윗부분은 뜯어 놓는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너무 작지 않게 먹음직한 사이즈로 썰어둔다. 오징어는 내장과 껍질을 제거한 후
몸통 부분은 링모양으로 썰어둔다. 레몬은 세로 방향으로 잘라서 일부는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부분은
가니쉬용으로 만든다. 양파와 피망은 다져 둔다. 새우는 껍질 채 사용한다.
2.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 와 닭고기의 겉표면을 센 불에서 지진 후, 고기는 접시에 꺼내어
둔다.
3. 고기를 지졌던 팬을 씻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기름만 조금 더 두른 후, 양파와 피망을 넣고 볶다가, 쌀을
넣고 계속 볶은 후, 육수와 샤프론 우린 물을 붓고 조금씩 저어가며 8분정도 끓인다.
4. 밥이 국밥과 같은 상태가 되면, 그 위에 고기, 완두콩, 소프리토 소스를 가지런히 얹고 8분 정도 더 끓인다.
이 때부터는 내용물을 섞거나 젓지 않도록 한다.
5. 밥이 죽과 같은 상태가 되면, 골고루 한 번만 잘 섞은 후 밥 위에 생선과 조개류를 얹고 뚜껑을 덮은 채
약불에서 5분 정도 익힌 다음, 그 위에 새우를 얹고 다시 뚜껑을 덮어 5분 간 더 익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징어를 얹고나서 다시 뚜껑을 덮은 채 5분간 더 익힌 후, 불을 끄고 뚜껑은 그대로 덮어둔 채 10분 정도
뜸들인다.
6. 가니쉬로 파세리와 레몬을 사용한다.
- 셰프의 팁:
1. 빠예야는 물대신 육수로 짓는 밥이다. 전통적으로는 생선육수를 많이 사용해왔다.
2. 빠예야는 다른 쌀요리와는 구별되게 쌀을 불릴 필요가 없고, 뚜껑을 덮지 않고 조리한다.
3. 빠예야는 볶음밥이 아니다. 일단 육수가 끓어 오른 후에는 가급적 쌀을 젓지 않는다. 조리 과정중 밥을 자주
저으면 결과물이 리조또처럼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4. 빠예야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밥을 너무 많이 익히지 않는 것이다. 마치 파스타의 알단테(Al dente)
같은 느낌으로 조리된 빠예야만의 고유한 맛을 느껴보자. 필라프보다 촉촉하게 육수를 머금고 있는 밥,
빠예야. 리조또보다 단단한게 쌀 알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밥, 빠예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빠예야만
같다면, 당신은 이미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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