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이상 5대양 6대주를 수시로 넘나들며 수 없이 많은 지역들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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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보 셰프는?
유영보 셰프는 요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30년 이상 5대양 6대주를 수시로 넘나들며 수 없이 많은 지역들을 여행했으며, 국내외 유명 식음료 기업에서 수년간 근무했고, 대기업,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 호텔까지 식음료 전반에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식음료 관련 교육 컨설팅 회사인 슈발리에아카데미와 예약제 레스토랑 빠라달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셰프 단체인 Professional Group of Chefs & Pastry Chefs (PGCPC)로 부터 지중해 요리로 올해의 여성 셰프상을 수상했고, Cavaliere della Cucina 기사훈장을 받았으며, PGCPC 이탈리아 지부와 몰타 지부의 콘실리에리(consigliere, 상임고문)으로 임명되었다. 현재 PGCPC 지중해 셰프협회 국제본부 사무총장 겸 한국지부 회장이며, 저서로 <셰프, 달의배꼽 멕시코를 가다>가 있다.
지구촌 새해음식: 1월과 2월의 음식 이야기
민족의 큰 명절 설을 맞이하여,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기억되는 설 상차림이 있다. 1993년 1월1일 파리발 서울행 에어프랑스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 승무원의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에어프랑스의 프랑스인 셰프가 특별히 오늘 탑승한 고객들만을 위해, 민족의 큰 명절 설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예정에 없던 한국식 설 상차림을 준비했다는 깜짝 멘트였다. 아마도 설날의 떡국 한 그릇이 가진 나이 한 살의 의미 및 한국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아니었다 싶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필자의 머리속엔, 프랑스 요리사가 어떻게 평소에 안하던 한식을 갑자기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스쳐지나갔다. 떡국과 갈비찜이 기내식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푸짐하게 나왔고, 특이한 점은 빵, 치즈, 와인 등이 함께 나온 정도였다. 떡국도 떡국이지만, 그 날의 갈비찜은 근 30년이 지나도 기억 날 정도로 훌륭했다.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프랑스 셰프의 한식 상차림처럼, 서양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서양 음식을 요리하는 한국 셰프를 상상하며 열 다섯 소녀의 심장은 뛰고있었다.
한국에는 떡국과 같은 설날 공식 메뉴가 딱 정해져 있지만, 서구권의 많은 나라들은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처럼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1월 초중순까지의 기간 즈음에 즐겨찾는 두리뭉실한 연말연시용 메뉴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것이다.
동양적 관점의 새해가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을 기리며 다음 1년을 준비하는 명절이라면, 서구적 관점에서의 새해는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적 의미의 축제에 가깝다. 그러한 이유로,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12월31일 밤이되면 사람들이 하나 둘 시계탑이 있는 광장으로 모여든다. 그들에게 이 날 자정 이루어지는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12개의 청포도알을 60초 이내에 먹는 풍습은, 보신각의 제야의 종 타종행사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스페인에서는 12개의 포도알이 1년 12달의 행운을 상징하고, 멕시코에서는 1달에 한가지씩 12가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믿는다. 1분동안 포도알 12개를 다 먹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기에, 요즘에는 상점에서 대충 씹기만 해도 술술 잘 넘어가는 12개의 포도알 캔제품이 인기라고 한다. 아마도 무병장수와 물질적 풍요를 빌면서 새해 음식을 먹는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본성인듯 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잠포네는 모데나 지방의 요리로, 돼지 뒷다리 발목 아랫부분은 족발로 즐기고 윗부분은 뼈와 살을 발라내어 그 안에 향신료로 양념한 순살 족발은 물론 돼지의 각종 부위와 비계, 껍데기 등을 다져 넣어 오징어 순대처럼 소를 채운 후 끝을 봉하는 일종의 이탈리아식 족발순대라고 표현 할 수 있겠다. 코테키노는 비슷한 재료의 소가 들어가는 돈장 소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두 요리는 보통 렌틸콩과 함께 먹는다. 서양요리에서는 신년 음식에 콩이 많이 들어간다. 동그란 콩을 동전과 연관시켜 재복을 기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에 불리면 그 부피가 확 늘어나는 콩의 성질은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연상시킨다.
이탈리아의 동전이 렌틸콩이라면, 미국의 동전은 동부콩(black-eyed bean)이다. 미국의 남부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뉴이어 이브에 호핀존(Hoppin' John) 이라는 콩스튜를 만들어 먹는데, 상에 낼때는 케일이나 양배추 같은 녹색잎채소를 밑에 깔며 그 위에 스튜를 올리고 옥수수빵을 곁들여서 먹는다. 동부콩이 동전이라면, 녹색채소는 달러 지폐 뜻하고, 옥수수빵은 황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양배추 잎을 지폐와 연상시키는 문화가 의외로 지구촌 곳곳에 많이 퍼져 있다는 점이다. 양배추는 독일과 아일랜드, 그리고 동유럽 지역에서 신년 요리에 사용하는 인기 식자재로, 동유럽에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뉴이어 이브에 캐비지롤(cabbage rolls)을 먹으며 한 해의 부와 행운을 기원한다.
고대 헬라어의 ‘에피파네이아(έπίφανεία)’에서 유래된, '표현, 표시, 명시'라는 뜻을 가진 영어의 ‘에피파니(Epiphany)’는, 일반적으로 깨달음의 순간을 나타내는 단어인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출현을 축하하는 주현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리스마스로 부터 12일이 지난 1월 6일을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주현절로 기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4월의 부활절 이전의 공식적인 국경일이 1월 1일 새해 첫 날과 1월 6일 주현절 딱 이틀 뿐일 정도로, 주현절은 실로 커다란 의미를 가진 날이다. 또한 이 날은 별을 보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미리 준비한 동방박사 세 사람을 기리는 날이라고 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삼왕절(Three King’s day)’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멕시코다. 카톨릭 국가인 멕시코에서는 설날보다 삼왕절에 더 큰 무게를 두기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사람들은 삼왕절을 기다린다. 삼왕절에는 그 날에 꼭 먹는 특별한 공식메뉴도 있다. 바로 ‘로스카(Rosca de Reyes)’라는 O자 형태의 커다란 빵이다. 빵 속에 아기 예수 모양의 인형을 숨겨놓고, 여럿이 모여 한 조각씩 나눠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 때 빵 속의 아기 예수를 발견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행운이 찾아온다는 로또 당첨같은 빵이었다. 때로는 인형이 들은 조각을 받은 사람이 성탄 40일을 기념하는 2월2일 ‘봉헌축일(Candelaria Day)’에 함께 먹을 멕시코 전통요리 따말을 준비한다.
삼왕절에 멕시코에서 먹는 로스카는 왕의 케이크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와 흡사한 빵과 케이크를 우리는 유럽의 식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혹은 뉴이어 이브가 되면 눈에 띄는 디저트로 포루투칼의 볼로 레이(Bolo-rei), 프랑스의 가토 드 루아(Gâteau des Rois), 스페인의 로스콘(Roscón de Reyes) 등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주현절 바로 다음날인 1월7일을 국기의 날로 제정했다. 이탈리아의 국기는 녹색, 백색, 적색의 세 가지 색으로 된 세로 삼색기로 ‘일 트리콜로레(Il Tricolore)’ 라고 부르며 초록은 희망, 하양은 신뢰, 빨강은 사랑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카프레세나 브루스케타처럼 이탈리아 요리에는 유독 이 세가지 색의 재료가 많이 쓰인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요리로 유명하다. 통일 이탈리아 왕조를 창립했던 사보이아 가문의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1889년 이탈리아의 국왕이었던 남편 움베르토 1세와 나폴리를 방문했을때 그녀의 입맛을 사로잡은 피자로, 토핑 또한 이탈리아의 국기를 연상시키는 바질,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 소스 였기에, 이탈리아 민족주의자들의 마음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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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pixabay |
2월24일은 멕시코 국기의 날이다. 이탈리아 국기의 날인 ‘페스타 델 트리콜로레(Festa Del Tricolore)’은 기념일 이지만, 멕시코 국기의 날인 ‘디아데반데라(Día de la Bandera)’은 국경일이다. 멕시코의 국기 이탈리아아 마찬가지로 녹, 백, 적 삼색기다. 사실 자세히 보면 깃발의 비율이 살짝 다르고, 색채 또한 미묘하게 다르지만, 언뜻 보면 가운데 그려진 뱀을 물고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독수리 모양의 국장만 제외하고는 구별이 힘들다. 맥시코 삼색기의 초록색은 독립과 대지, 하얀색은 순결과 통일, 빨간색은 인종의 통합과 국가의 독립을 위해 흘린 전사들의 피를 상징한다.
멕시코 또한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이 세가지 색을 가진 재료를 음식에 많이 사용한다. 가장한 친근한 예로 이들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피코데가요(Pico de Gallo)’라는 음식이다. 이 멕시칸 살사는 녹색의 할라피요와 고수, 흰색의 양파, 빨간색의 토마토에 라임즙을 뿌려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 국기를 상징라는 자타공인 공식메뉴는 따로 있다. 바로 필자가 2017년 대한민국 관광대전에서 ‘노가다 고추’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선보였던, 칠레스 엔 노가다(Chiles En Nogada)다. 스페인으로 부터의 해방을 축하하는 음식이며, 국가의 독립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멕시코 독립기념일에 먹는 특별 메뉴다. 또한 멕시코의 전설적인 부부화가 프라다 칼로와 디에고 베라의 결혼식 피로연 메뉴로도 유명하다. 촉록색은 포블라노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다란 고추로, 안에 각종 향신료와, 견과류와 고기로 소를 채워 조리한다. 흰색은 고추 요리 위에 위에 넉넉히 두르는 새하얀 호두 크림이다. 그리고 빨간색은 그 위에 골고루 흩뿌리듯 새빨간 석류알갱이다.
매일 매일 맛있는 2월의 미식 달력
누가 세상은 넓고 먹을것은 많다고 했던가? 그런데 세상엔 정말로 그 많은 음식들을 기념하는 날 조차도 너무나 많더라. 미국에서만 1년 365일 중 거의 300일이 빼빼로데이 같은 음식 기념일이다. 사실상 지구촌은 1년 내내 음식과 관련된 날들의 연속이다. 2월의 미식 달력을 소개하며 유셰프의 미식 칼럼을 통한 세계미식여행, ‘더 에피큐리언 저니(The Epicurean Journey)’는 그 모든 맛있는 날들 속으로 독자들과 함께 빠져보려 한다. 오늘부터 1일!
케익팝의 날 Cake Pops Day(미국) / 베이크드 알라스카의 날 Baked Alaska Day(미국)
다크 초콜릿의 날 Dark Chocolate Day(미국)
* 2월 2일
테이터 토트(미니 해쉬브라운)의 날 Tater Tot Day(미국)
* 2월 3일
당근 케이크의 날 Carrot Cake Day(미국)
* 2월 4일
홈메이드 스프의 날 Homemade Soup Day(미국) / 스터프드 머쉬룸의 날 Stuffed Mushroom Day(미국)
* 2월 5일
월드 누텔라 데이 World Nutella Day / 초콜릿 퐁듀의 날 Chocolate Fondue Day(미국)
* 2월 6일
프로즌 요거트의 날 International Frozen Yogurt Day
* 2월 7일
알프레도 페투치니 파스타의 날 Fettuccine Alfredo Day(미국)
* 2월 8일
당밀 쿠키바의 날 Molasses Bar Day(미국) / 감자덕후의 날 Potato Lover’s Day (미국)
* 2월 9일
연어록스와 베이글의 날 Bagels and Lox Day (미국) / 피자의 날 Pizza Day(미국)
* 2월 10일
월드 펄스(UN지정 두류 10종) 데이 World Pulses Day / 브라우니 데이 “Have a Brownie” Day(미국)
* 2월 11일
페퍼민트 패티 초콜릿의 날 Peppermint Patty Day(미국)
* 2월 12일
자두 없는 자두 케이크, 플럼푸딩의 날 Plum Pudding Day(미국) / 비스코티의 날 Biscotti Day(미국)
* 2월 13일
토텔리니의 날 Tortellini Day Tortellini(미국) / 이탈리안 푸드 데이 “Italian Food” Day(미국)
* 2월 14일
크림필드 초콜릿의 날 Cream-Filled Chocolates Day(미국)
* 2월 15일
젤리의 날 Gumdrop Day(미국) / 껌의 날 Chewing Gum Day(미국)
* 2월 16일
아몬드의 날 Almond Day(미국)
* 2월 17일
카페오레의 날 Cafe’ Au Lait Day(미국)
* 2월 18일
드링크 와인 데이 “Drink Wine” Day(미국)
* 2월 19일
민트 초콜릿의 날 Chocolate Mint Day(미국)
* 2월 20일
체리파이의 날 Cherry Pie Day(미국) / 머핀의 날 Muffin Day(미국)
* 2월 21일
팬케이크의 날 Pancake Day(미국) / 스틱키번의 날 Sticky Bun Day(미국)
* 2월 22일
마가리타 칵테일의 날 Margarita Day(미국) / 고구마 요리하는 날 Cook a Sweet Potato Day(미국)
* 2월 23일
바나나 브래드 데이 Banana Bread Day(미국)
* 2월 24일
또띠야칩의 날 Tortilla Chip Day(미국)
* 2월 25일
땅콩 초콜릿의 날 Chocolate-Covered Peanuts Day(미국) / 클램차우더 스프의 날 Clam Chowder Day(미국)
* 2월 26일
피스타치오의 날 Pistachio Day(미국)
* 2월 27일
딸기의 날 Strawberry Day(미국) / 깔루아의 날 Kahlua Day(미국)
* 2월 28일
초콜릿 수플레 케이크의 날 Chocolate Souffle Day(미국)
* (2월 29일) 윤년(閏年)마다
개구리 뒷다리 잡는 날 Frog Legs Day(미국)/ 서프 앤 터프 데이 Surf and Turf Day(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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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pixabay |
* 2월 첫 번째 일요일
요크셔 푸딩 데이 British Yorkshire Pudding Day(영국) / 돼지껍데기 기념일 Pork Rind Appreciation Day(미국)
* 2월 두 번째 월요일
오트밀 먼데이 Oatmeal Monday(미국)
* 2월 네 번째 목요일
칠리의 날 Chili Day(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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