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사용되는 식재료로는 해산물, 염소고기, 양고기, 쇠고기, 대추야자, 아몬드, 올리브 및 다양한 야채와 과일
지중해 지도를 보면 지중해의 관문, 지브롤터 해협을 중심으로 북쪽엔 스페인, 남쪽엔 모로코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중해 식문화를 논할때는 이집트를 기준으로, 이집트 동쪽에 위치한 중동 지역은 해가 뜨는 동쪽이란 뜻을 가진 레반트(Levant) 지역으로, 또 이집트의 서쪽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지역은 해가 지는 서쪽’이란 뜻의 마그레브(Maghreb) 지역으로 구분하는데, 모로코부터 동쪽으로 이집트 이전까지 자리잡은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지리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다양한 영향을 받은 마그레브만의 독특하면서 고유한 식문화로 유명하다.
헤라클레스의 두번째 기둥: 마그레브 지역의 지중해 음식 이야기
원래 하나였다가 헤라클래스에 의해 두개로 갈라졌다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그리고 한눈에 봐도 지도상으로 너무나 가까운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 이베리아 반도와 마그레브 지역. 과연 이 둘의 식문화는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지난 달에 다뤘던 이베리아 지중해식에 이어 오늘은 마그레브식 지중해 요리와 식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있다. 이 지역은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조리 시 와인과 같은 주류를 사용하지 않으며, 할랄 위주의 육류를 섭취하고, 돈육은 거의 먹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앞에서 하몽을 비롯한 돼지 요리가 발달한 이베리아 반도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한가지 차이점을 들자면, 비슷한 지리적 환경에서 비슷한 재료로 비슷한 요리를 할 경우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다양한 후레쉬 허브를 풍성하게 즐겨쓰는 반면, 이 지역에서는 복잡 다양한 각종 향신료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보면 된다. 국가별로 조금씩 상이하지만, 마그레브의 대표적인 지역식으로는 좁쌀 모양 파스타 꾸스꾸스(couscous)와 찜 요리 타진(tajine), 기타 파스티야(pastilla) 파이 등이 있다.
마그레브의 꾸스꾸스 (Couscous)
그 중에서도 북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에서 주식으로 사용되는 꾸스꾸스는 듀럼밀을 곱게 빻은 세몰리나 가루로 만들며, 시루와 같은 찜통에 밥처럼 쪄서 스튜와 함께 먹는다. 유목민이었던 베르베르 부족에게서 기원했다고 알려진 이 꾸스꾸스라는 음식은 13세기 요리책에 이미 아프리카 전역과 유럽으로 널리 퍼진 세계적인 요리라고 소개되었으며, 모로코 출신의 중세 탐험가 이븐 바투타(Ibn Battuta)는 자신의 여행기에 1352년 서아프리카 말리를 방문했을때, 현지의 환대 관습을 설명하면서, “곡물을 겨자알 모양처럼 만든 꾸스꾸스”라고 기록했다.
한편, 17세기 알제리 출신 역사가인 아메드 알마까(Ahmed Mohammed al-Maqqar)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하며, 선지자 모하메드가 사마리아인의 꿈속에 나와서 환자에게 꾸스꾸스를 먹이면 병이 씻은듯이 낫는다고 가르쳐준 일화가 전해지면서 꾸스꾸스는 마치 성경 속 만나와 같은 신비로운 기적의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꾸스꾸스는 마그레브에서 시칠리아로 전파되어, 시칠리아 서부 트레파니 지방의 대표적인 향토식으로 자리잡게 되는데, 신선한 해산물인 듬뿍 들어간 시칠리아식 지중해요리, ‘꾸스꾸스 알라 트레파니즈(couscous alla Trapanese)’가 그것이다. 그런 연유로 매 년 이맘 때가 되면 시칠리아 트레파니 근교 카포 타운(San Vito Lo Capo)에서는 대대적인 쿠스쿠스 축제가 열린다. 올 해는 9월16일 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고 한다.
꾸스꾸스는 스튜 등을 곁들여 먹는것이 일반적이다. 특별히 고기와 야채가 풍성하게 들어간 타진이 그 좋은 예다. 타진은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와 조리법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타진하면 모로코식 타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타진은 모로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주로 점심과 저녁의 식사 메뉴다. 또한 타진은 특이한 모양의 모로코 전통 냄비를 지칭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베르베르인들이 흙으로 빚어온 전통 토기로, 냄비 뚜껑의 특수한 원뿔형 구조는 조리 시 음식의 수분과 영양분의 손실을 막고, 음식의 풍미를 살려주는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물이 귀한 아프리카에서 부드러운 찜요리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이 타진 냄비를 이용해 만드는 요리 또한 타진이라 부른다. 타진은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의 육류나 생선을 주재료로 하며, 각종 채소와 향신료 등을 함께넣어 조리한다.
마그레브의 파스티야 (Pastilla)
파스티야는 육류 또는 해산물이 들어가는 북아프리카의 파이 요리로, ‘반죽’이라는 뜻을 지닌 스페인어 ‘Pastilla’에서 유래 된 이름이다. 와카(warqa)라는 종이장 처럼 얇은 반죽을 여러장 겹쳐서 만드는데, 비슷한 재료로는 필로(filo) 페이스츄리가 있다. 모로코와 알제리의 요리지만, 근래에는 프랑스, 이스라엘, 북미권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다소 엽기적인 레시피와 상당히 이국적인 맛을 자랑하지만, 그리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때로는 한 번도 경험 해 보지 못한 맛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파스띠야는 필자가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8년 전 한국에 들어와서 경기도의 한 대형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지중해 요리다. 당시 필자가 만들었던 파스티야 메뉴는 모로코식 닭고기 파이인 비스띠야(bisteeya)였다. 국내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요리인 만큼, 쿡앤셰프 독자들을 위한 레시피를 아래 남기도록 하겠다. 저 멀리 지중해 남쪽 해안과 맞닿은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음식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한 분들은 꼭 한 번 용기내어 도전해 보길 바란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먹어 볼 가치가 있는 음식인 것 같아 추천 해 본다.
마그레브 식문화의 간판스타, 모로코 요리 (Moroccan Cuisine)
유럽과 아프리카가 공존하는것 같은 신비한 나라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은 단연 북아프리카 식문화의 간판스타다. 모로코는 오랫동안 이어진 왕조의 영향과 주변국에서 온 피난민들의 정착 과정,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교차로적인 지리적 특징으로 인한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며 세월의 필터 속에 걸러지면서 삶의 깊숙한 곳까지 녹아들어 있다.
모로코 요리는 다양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이러한 역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선사시대때 모로코에 들어왔다고 알려진 베르베르인들이 처음 뿌리 내린 음식인 꾸스꾸스, 타진, 하리라(모로코 콩스프) 등은 현재 이나라 식문화의 근간이 되었다. 그 다음엔 유목생활을 하던 베두인들에 의해 대추가 소개 되고, 동물의 젖을 짜는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꼬랑내와 함께 톡쏘면서 짭쪼름한 모로코의 찐득한 발효버터 스멘(smen)이 바로 그 증거다. 중세에는 바그다드를 떠나 모로코에 정착한 아랍인들의 영향으로 중동식 견과류와 다양한 향신료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다소 유목민적이었던 모로코의 식문화에 아랍 요리의 색채가 강하게 드리워졌다.
모로코에서 일단 모든 음식에 다 넣고 본다는 3대 양념 조합인 건생강, 큐민, 강황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된 거 같다. 수 없이 많은 아라비아 향신료 중 모로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향신료는 계피와 샤프론이다. 디저트를 만들때 조차 카다멈 등의 향신료를 즐겨 쓸 정도로 향신료에 대한 모로코인들의 사랑은 아주 그냥 끝내준다. 이건 뭐 찐찐찐찐 찐이고 완전 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로코 요리가 아랍요리와 구별되는 이유는 왠지모를 유럽스러움 때문이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까운 스페인과 헤라클래스의 두 기둥을 하나씩 나눠가진 모로코는 우연이지 필연인지 결국 스페인식 지중해 식문화를 대거 받아들이게 된다.
한 때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거주하던 이슬람계 무어인들이 스페인으로부터 추방을 당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물 건너 가장 가까운 나라 모로코로 남하하여 정착하게 된다. 무어인들이 스페인에서 들고 온 각종 허브와 올리브, 올리브유, 아몬드, 오랜지, 복숭아, 자두 등은 이미 충분히 풍성했던 아랍 스타일의 모로코 식탁 위에 세련된 유럽적 정취까지 덧입혔다. 이 때 부터는 기름진 육류요리에 각종 허브나 달콤한 과일을 넣에 푸짐하고 감칠맛 나는 모로코만의 특별한 요리 체계가 구축된다. 이처럼 새로운 것에 두려움이 없던 모로코인들은 신대륙이 발견되자 그 곳에서 건너 온 고추, 토마토, 감자, 호박등을 누구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마침내 마그레브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간판주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한식을 배우려면 일단 밥부터 지을 수 있어야 하듯이, 모로코 요리를 배우려면 일단 주식인 꾸스꾸스만드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꾸스꾸스는 모로코 뿐 아니라 마그레브 전역에서 밥처럼 늘상 먹는 음식인 만큼 재료와 조리법이 간단하다.
* 꾸스꾸스 재료 (6인분):
꾸스꾸스 450g, 소금 1큰술, 버터 4큰술, 강황가루 1작은술
* 조리법
1. 따뜻한 물 5컵에 소금 1큰술을 녹여 소금물을 만든 후, 꾸스꾸스를 넣고 5분간 불린 다음, 물은 버리고
꾸스꾸만 건진다 .
2. 건져 낸 꾸스꾸스에 버터 3큰술을 넣고 잘 비빈다.
3. 찜통에 면보를 깔고 꾸스꾸스를 편편히 편 후 강황가루를 뿌리고 20분간 찐다.
4. 찜통에서 꺼낸 꾸스꾸스를 믹싱볼에 옮겨 담은 후, 찜통에 있는 뜨거운 물을 조금 섞어 촉촉하고 먹기 좋게
수분 조절을 해 준후, 남은 버터를 모두넣고 살짝 저어준다.
- 셰프의 팁: 그릇에 담아 상에 낼 때는 잣과 파프리카 가루를 고명으로 사용하면 좋다.
비스띠야(bisteeya) 또는 바스티야(bastilla)는 북아프리카 지역의 비둘기 파이로, 모로코 왕국의 화려한 문화 만큼이나 신비한 맛을 가진 요리다. 전통적으로는 비둘기고기를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구하기 쉬운 닭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이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며 처가에 오면 귀한 씨암탉을 잡아 대접했듯이, 모로코 장모님들은 집에 사위가 오면 이 비둘기파이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 지금도 비스띠야는 결혼식 처럼 특별한 날이나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사용되는 특별메뉴다.
일반적으로 요리사들은 레시피의 재료만 봐도 대충 어떤 음식이 나올 지 바로 예측이 가능한데, 필자의 경우 처음 이 레시피를 접하곤 결과물에 대한 가늠이 쉽지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음식이 맛이 있고 없고는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라지만, 인간은 자신이 싫어하는 맛에 대해선 유독 더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서, 음식에 싫어하는 게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 요리는 그러한 공식에서도 살짝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월남국수에 고명으로 살짝 얹은 고수에도 거부감을 느껴 먹지 못하던 사람이 무려 고수 한단이 다 들어가는 이 파이를 먹고 나서도 고수가 들어간 줄 모르고, 심지어 계란을 너무 싫어해서 김밥 속에 들은 계란까지 빼내고 먹는 사람이 계란이 8개나 들어가는 이 계란찜 같은 파이는 아무렇지 않게 먹더라. 모로코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나면 이 난해한 음식을 이해할 수 있고, 이 음식을 먹으면 모로코의 문화와 역사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 비스띠야 재료 (8인분)
올리브 오일 3~4큰술, 통닭 1마리, 간 생강 1큰술, 소금 1작은술, 흑후추 1/4작은술, 사프란 1/2작은술, 계피분 3 1/2작은술, 다진 양파 2개, 고수 1단, 파세리 1단, 계란 8개, 거피아몬드 125g, 필로 페이스트리 10장, 슈가파우더 1~2큰술
1. 통닭의 관절 부분을 손으로 뚝뚝 꺽은 후 큰 냄비에 깔고, 기름(1큰술), 생강, 소금, 후추, 사프란, 계피분,
양파, 물 1/2컵과 함께 넣고,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고기가 부드러워 질 때 까지 30분 정도 뭉근히 끓인다.
2. 냄비에서 통닭만 건져낸 후, 냄비 속 국물에 다진 고수와 파세리를 넣고 졸여서 걸쭉한 허브소스를 만든
다음, 계란을 풀어 소스에 붓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듯이 저어서 익힌다.
3. 닭고기는 뼈와 껍질을 제거한 후 살코기만 결에따라 손으로 찢어 놓는다.
4. 아몬드는 칼로 다져 올리브유 1큰술과 함께 팬에 볶아놓는다.
5. 기름칠을 한 원형 케이크 틀에 필로페스츄리(phyllo) 한 장을 깔고 바닥과 가장자리에 잘 달라붓게 꾹국 눌러
준 후, 붓으로 기름칠을 하고 같은 방법으로 한 번에 1장 씩 6장을 필로 한 장마다 기름칠을 한번씩 해가며
겹치게 깔아준다. 이 때 밖으로 돌출된 필로페스츄리는 다듬지 말고 그대로 놔둔다.
6. 필로페스츄리 위에 찢어놓은 닭고기를 편편하게 깔고, 그 위에 계란 혼합물을 부어 닭고기를 덮는다.
그 위에 필로페스츄리 한장을 접어서 얹고, 그 위에 아몬드, 게피분 2큰술, 슈가파우더 1큰술을 골고루 뿌린
다음, 가장자리에 돌출된 필로페스츄리를 중앙쪽으로 접어 내용물을 덮어준다.
7. 남은 필로페스츄리도 기름칠을 해가며 바닦에 깔았던 방식대로 윗부분을 충분히 덮어준 후, 오븐을 350도로
예열하고 오븐의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파이를 냉동실에 넣어둔다.
8. 파이는 350도 오븐에서 노릿노릿한 갈색이 될 때까지 1시간 정도 굽는다.
9. 오븐에서 꺼낸 파이위에 남은 계피분이나 아이싱 슈가를 살짝 뿌려 장식하며, 파이는 뜨거운 상태또는 실온
상태에서 상에 내며, 케이크처럼 상황에 따라 통째로 또는 조각형태로 제공한다.
- 셰프의 팁: 전통적으로는 마지막 계피분과 슈가파우더를 뿌릴때 다이아몬드 패턴이 되게 장식하는 것이 정석이다.
마그레브 식문화의 꽃, 튀니지 요리 (Tunisian Cuisine)
아프리카 최북단 국가인 튀니지에는 지난 3000 여 년간 베르베르인은 기본이고, 고대 페니키아인부터, 로마시대 로마인과 반달족, 동로마-비잔틴 제국, 중세 이슬람군, 오스만 투르크, 시칠리아와 프랑스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개척 정신을 가진 모험가, 또는 침략자, 군대와 전사, 선교사와 상인 심지어 농부에 이르기까지 이 땅을 밟았던 그들 각각의 흔적이 카르타고 언덕부터 사하라 사막의 문턱까지 튀니지 곳곳에 남아 화려한 모자이크를 이뤘다. 그래서 튀니지 요리를 마그레브 식문화의 꽃이라 부르고 싶다.
튀니지 요리는 지중해 유역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올리브 오일 , 향신료, 토마토 , 해산물 고기등을 기반하며, 모로코나 여느 마그레브 국가들처럼 꾸스꾸스와 타진을 주로 먹는다. 하지만, 튀니지 음식은 동서양의 식문화가 뒤섞인 듯한 양상을 보이며, 주변 국가들과는 구별되는 튀니지만의 독특한 매운 맛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인의 입맛에도 비교적 잘 맞을 것 같다. 또한 튀니지에는 ‘하리사’라는 한국의 고추장처럼 유명한 고추소스도 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니 이참에 튀니지 음식도 한 두가지 정도는 접수 해 놓자.
튀니지 음식은 동서양 요리가 섞여있는 것 같다는데, ‘슬라타 메초우야 나블리아’라는 이 어려운 이름의 고추샐러드도 서양의 피클과 동양의 김치 느낌이 섞여있다. 먹어보면 무슨 얘기인지 느낌이 온다. 튀니지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다는데, 일종의 렐리쉬(relish)인 이 홍피망 샐러드도 태양초와 생마늘로 맛을 낸다. 튀니지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다는데, 부정하지 않겠다. 그 아무리 신비한 맛을 자랑하는 모로코의 비스띠야도 계속 먹다보면 김치나 고추장등이 땡기기 마련이다. 그럴 땐 이 고추샐러드를 곁들여 먹여보자. 뭐 꿩대신 닭이면 어떤가? 그동안 멀게만 여겨왔던 아프리카를 조금은 익숙하게 해주고, 이렇게 오늘도 우리가 지중해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음식인 것을...
홍피망 3ea, 홍고추(태양초나 화건) 1ea, 토마토 3ea, 캐러웨이 씨(caraway seed) 1큰술, 마늘 6쪽, 올리브유 3큰술
* 조리법
1. 홍피망을 가스불에 직화로 센불에서 구워 겉표면을 완전히 태운 후, 찬물에 씻어 탄 껍질을 모두 제거 한다.
이 때 꼭지와 씨도 제거한다.
2. 구워서 손질한 피망을 푸드프로세서나 블렌더에 넣고 남은재료와 함께 살짝 간다.
- 셰프의 팁: 토마토는 칼집을 내고 끓는물을 부어 껍질을 벗긴 후 사용하면 좋다. 마늘은 꼭지를 떼고 칼로
으깨서 사용하면 좋다. 재료들을 푸드프로세서에 갈 때, 너무 곱게 갈면 소스가 되므로 살짝만 갈아서 씹히
는 식감을 유지한다.
‘생선꾸스꾸스(원제: La graine et le mulet 곡물의 비밀)라는 영화가 있다. 2007년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해서 큰 상을 받은 영화로, 프랑스에 거주하는 튀니지계 이민자들의 삶의 애환을 다룬 휴먼드라마다. 음식 영화는 아니지만, 생선꾸스꾸스는 이 영화에서 주제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재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함께 먹는 음식, 이 때만이라도 서로에게 솔직해 질 수 있는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 황혼 이혼 후 자식들한테 니 아빠 가져다 드려라 할 수 있는 음식, 때로는 바카스처럼 힘드냐 물어주고, 때로는 초코파이처럼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며 위로해 주는 음식, 결국엔 수 십년간 뼈 빠지게 청춘을 다 바쳐도 모아둔 것 하나 없는 노년의 이민자가 유일하게 사업계획서에 적어낼 수 있는 말년 비즈니스 아이템도 결국엔 꾸스꾸스였다.
생선꾸스꾸스는 튀니지에서 흔히 먹는 집밥메뉴로, 마르카 스팍시아(Marka Sfaxia)는 튀니지 스팍스지방의 생선스튜다. 스팍스에서는 이 생선스튜를 만들어 꾸스꾸스 위에 카레처럼 부어서 먹는다고한다. 이 음식 또한 처음 접했을때 왠지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다. 십 수년 전 필자의 레시피 노트 속에는 ‘마치 한국의 매운탕을 맵지 않고 싱겁게 만든 것 같다.’라고 적혀있다.
* 마르카 스팍시아 재료 (6인분)
올리브 오일 1/3컵(80ml), 잘게 썬 양파 1ea, 고추가루(고운분) 1작은술, 큐민가루 1큰술, 으깬 마늘 4쪽,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물 4컵, 도미 2마리, 꽃소금 1/2작은술, 흑후추 1/4작은술, 청양고추 1개, 꾸수꾸수 500g, 레몬 1ea
* 조리법
1.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은 다음, 고추가루, 큐민, 마늘, 토마토 페이스트, 물 1컵
을 넣고 약불에 30분 정도 올려놓는다.
2. 냄비에 물 3컵을 마져넣고 중불에서 끓인 후,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도미 두 마리를 통째로 넣고 약불에
서 10분간 끓인 후, 소금, 후추, 썰지 않은 청양고추 1개를 넣고 10분간 더 끓인다.
3. 꾸스꾸스를 찐다 (위에 있는 꾸스꾸스 기본 레시피 참조)
4. 생선은 건져서 큰 접시에 담고, 꾸스꾸스는 커다란 대접에 담는다. 냄비 속 국물의 절반만 떠서 꾸스꾸스에
붓고 5분 간 기다린 다음, 골고루 비벼준다. 나머지 절반의 국물은 별도의 그릇에 소스로 제공하며, 레몬은
웨지로 썰어 함께 낸다.
- 셰프의 팁 : 생선스튜를 약불에서 뭉근하게 조리하는 게 중요하다. 탕처럼 펄펄 끓이면 안된다. 생선을
통째로 사용 안하고 작게 썰어서 조리할 경우에는 생선의 조리시간을 레시피의 절반으로 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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