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방주에 신규 등재된 벤줄·양애·반치·제주마. 사진 = 제주도
[Cook&Chef = 허세인 기자] 제주 고유 식재료와 전통 자원이 세계 식문화유산으로 다시 한번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오영훈)는 벤줄(병귤), 양애, 반치(파초), 제주마 4종이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2026년 신규 등재됐다고 밝혔다.
맛의 방주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 식재료와 동식물, 가공식품 등을 발굴해 기록하고 보존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노아의 방주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식문화 자원을 목록화해 보호하고, 소비와 관심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6천여 종 이상의 식재료와 음식이 등재될 만큼 규모가 크며, 특정 지역에서 오랜 기간 전승된 전통성과 고유한 맛, 지역 정체성과의 연관성, 멸종 위기 여부 등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선정된다. 농산물뿐 아니라 치즈, 절임식품, 빵, 김치 등 가공식품까지 포함되며, 세대를 거쳐 축적된 농부와 장인의 기술과 지식 역시 중요한 가치로 평가된다.
특히 맛의 방주 등재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해당 식재료를 직접 찾고 소비하도록 유도해 생산자 지원과 품종 보존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등재로 제주는 전국 131개 품목 가운데 35개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전체의 약 26.7%에 해당하는 수치로,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문화 자원을 등재한 지역으로서의 위상을 굳히게 됐다.
이번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4종은 모두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가 깊이 반영된 자원들이다. 벤줄은 호리병 모양을 닮은 제주 재래귤로, 17세기 문헌 『탐라지』에 ‘별귤(別橘)’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역사성을 지닌 품종이다. 짙은 향과 독특한 형태로 제주 감귤의 원형에 가까운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양애는 제주 전통 초가집 주변에 심어 토양 유실을 막던 식물로 순과 잎, 꽃대까지 모두 식재료로 활용된다. 지금도 무침, 장아찌로 제주 식탁에 오르는 생활 밀착형 식재료다. 반치는 바나나 잎을 닮은 식물로, 과거 서귀포 지역에서 장아찌나 냉국 등으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재배와 손질의 어려움으로 거의 사라진 희귀 식재료다.
제주마는 흔히 조랑말로 불리는 제주 고유 품종의 말로, 과실나무 아래를 지날 수 있을 만큼 체구가 작아 ‘과하마(果下馬)’로도 불린다.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제주 역사와 생활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제주도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지역 고유 자원의 보존뿐 아니라 관광과 미식 콘텐츠로의 확장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제주푸른콩장, 제주흑우, 제주강술 등 다양한 전통 식품이 등재되며 제주 식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알려왔다.
김영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제주의 재래종과 전통 식품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돼 매우 뜻깊다”라며 “맛의 방주에 등재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해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등재는 사라져가는 지역 식문화 자산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 전승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제주가 지닌 고유의 식재료와 전통이 세계 미식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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