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고추장이 글레이즈와 드리즐의 문법으로 세계 시장에 안착했다면, 2025–2026년의 쌈장은 조금 다른 경로로 확산된다. 쌈장은 “고기를 싸 먹는 소스”라는 원래의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딥과 스프레드, 즉 빵에 바르고 채소에 찍어 먹는 콘디먼트 문화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영국의 대형 리테일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는 ‘아보카도 다음은 쌈장’이라는 식으로 ssamjang을 ‘posh nosh’의 대표 아이템으로 직접 언급한다. 같은 시기, Waitrose(John Lewis Partnership) 자체 발표에서도 한국/아시아풍 풍미가 팬트리의 일상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정리한다.
왜 하필 쌈장인가. 소스의 논리로 보면 답이 분명해진다. 쌈장은 된장(발효콩)의 감칠맛, 고추장의 매운맛, 마늘·참기름의 향, 설탕 혹은 물엿 계열의 약한 단맛까지 한 번에 들어 있는 ‘완성형 페이스트’다. 즉, 한 스푼만으로 맛이 닫히는 조미료다. 이 구조는 서구권의 딥 문화와 완벽하게 맞물린다. 후무스가 병아리콩과 타히니로 “찍어 먹는 식사”를 만들었듯, 쌈장은 발효 콩 기반의 감칠맛으로 “채소를 먹게 만드는 딥”이 된다. 그리고 ‘쌈’이라는 한국의 행위는, 해외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친숙한 형태로 번역된다. 토르티야, 피타, 샌드위치, 크루디테(생채소 스틱) 문화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확산의 시작은 어디였나. 영국 리테일과 ‘콘디먼트 붐’
쌈장의 최근 확산은 특히 영국에서 신호가 선명하다. Guardian은 Waitrose의 2025 트렌드 자료를 바탕으로 ssamjang을 zhoug, chamoy 등과 함께 “새로운 스프레드/딥”으로 소개한다. Telegraph 역시 같은 날 Waitrose가 “watch out for” 아이템으로 ssamjang을 꼽았다고 전한다. 이는 쌈장이 한식 전문점의 테이블에서만 발견되는 재료가 아니라, 중산층 장바구니의 ‘취향 소비’ 항목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제조사의 ‘포맷 번역’이 결정타가 됐다. CJ Foods는 유럽에서 bibigo 고추장과 쌈장을 “짜먹는(스퀴저블) 소스” 형태로 출시하며, 현지에서 익숙한 케첩·머스터드·드레싱처럼 쓰게 만드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같은 내용이 영문 경제 기사에서도 “유럽을 시작으로 확장”이라는 맥락으로 반복된다. 쌈장은 제품 형태가 바뀌는 순간, ‘한국식 상차림’이라는 배경지식 없이도 바로 사용 가능한 소스가 된다. 요리 교육이 아니라 패키징이 사용법을 가르치는 셈이다.
외국인은 쌈장을 어떻게 바라보나. “한국의 소스”가 아니라 “감칠맛 딥”
현지 소비자에게 쌈장은 대체로 세 가지 언어로 읽힌다. 첫째, savory and tangy, 즉 “짭짤하고 산뜻한” 발효 페이스트다. 실제로 유럽용 제품 페이지에서도 ssamjang을 dip으로 정의하고, 채소나 고기에 곁들이는 versatile한 페이스트로 설명한다. 둘째, 고추장보다 덜 직선적인 열감이다. 고추장이 글레이즈로 전면에 나설 때의 ‘달콤-매콤’과 달리, 쌈장은 된장의 감칠맛이 중심을 잡아 매운맛이 더 부드럽게 퍼진다. 셋째, “바르는 소스”다. 스프레드 문화가 강한 지역에서는 빵이나 크래커에 바르는 행위 자체가 자연스럽다. 그래서 쌈장은 ‘한국의 바베큐 소스’가 아니라 ‘발효 콩 기반의 풍미 스프레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왜 쌈장에 열광하나. 맛의 스펙트럼과 건강 서사의 결합
쌈장의 강점은 고추장과 다르게 “매운맛의 도파민”이 아니라 “감칠맛의 지속”에 있다. 된장이 만들어내는 발효 감칠맛이 기본값으로 깔리면서, 쌈장은 채소 섭취를 쉽게 만든다. 그리고 2025년 이후 영국 리테일 트렌드에서 반복되는 키워드인 snackification, 즉 한 끼를 간식처럼 대체하는 습관과도 맞는다. 딥은 곧 ‘간식형 식사’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Guardian 보도는 바로 그 맥락(식사 대체 스낵 증가, 강한 콘디먼트 선호)을 한 프레임 안에 놓고 ssamjang을 소개한다. 쌈장은 “고기용 소스”에서 “채소와 단백질을 같이 먹게 만드는 딥”으로 번역될 때 확산력이 커진다.
레시피. 쌈장 딥과 스프레드 3단계, 한 통으로 응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
아래 레시피는 기사 핵심인 “쌈장의 확장 포맷”을 그대로 구현한다. 같은 쌈장으로도 딥, 스프레드, 버터 형태로 전환하면 해외 식탁에서 사용 빈도가 크게 올라간다.
베이스 쌈장 (냉장 5일보관 가능)
재료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꿀 또는 조청 1작은술
깨 1작은술
선택: 다진 양파 1큰술 또는 레몬즙 1작은술(끝맛을 가볍게)
만드는 법
모두 섞고 10분 휴지. 농도가 너무 되면 물 1~2작은술로 조절.
쌈장의 확산은 “한식이 유행한다”는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쌈장은 K-BBQ의 부속 소스에서, 딥과 스프레드의 일상 언어로 번역되는 중이다. 영국 리테일 트렌드에서 ssamjang이 ‘관찰 대상’으로 명시되고, 유럽 시장에서는 짜먹는 형태로 제품 포맷이 현지화되며, 쌈장은 이제 “한식의 테이블”이 아니라 “세계의 냉장고”를 목표로 한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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