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사)궁중병과연구원은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가운데 병과 분야를 연구하고 계승하기 위한 기관으로, 전통 떡과 과자, 음청류의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는 국내 최초의 전문 교육기관이다. 궁중 병과의 전통을 연구하고 이를 실습과 교육을 통해 이어가며 우리 전통 병과 문화의 전승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
지난 2026년 5월 7일부터 9일까지 (사)궁중병과연구원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병과) 공개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옛 음식책 속의 병과’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조선시대 고문헌 속에 기록된 병과를 직접 시연하고 체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 주제 그대로 옛 음식책 속 기록을 바탕으로 병과를 재현하고 실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전통 병과의 원형과 조리법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는 정길자 궁중병과연구원장의 인사말과 연구원 소개로 시작됐다. 정길자 원장은 한국의 요리 연구가이자 교육자로, 수도여자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했으며 고(故) 황혜성 교수의 조교로 활동하며 조선왕조 궁중음식과 궁중 병과의 전승 현장을 함께해왔다. 이후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가운데 궁중병과 기능보유자로 지정되며 전통 병과의 연구와 교육, 전승을 이어오고 있다.
정 원장은 궁중음식 전승의 또 다른 축인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원장과도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친구 사이로, 고 황혜성 교수와의 인연 속에서 각각 궁중 병과와 궁중음식 분야의 전승을 이어왔다. 이러한 배경은 이날 공개행사가 단순한 실습 프로그램을 넘어, 조선왕조 궁중음식 전승의 계보와 현장을 함께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어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병과) 이수자와 전수자들의 시연이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그 과정을 함께 보며 직접 실습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이어졌다. 시연과 체험이 함께 이루어진 만큼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전통 병과 제작 과정을 몸소 익힐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공개행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번 공개행사의 실습 주제는 조선 후기 음식 고문헌 『주식시의』에 기록된 요긔떡(요기떡)과 『규합총서』에 수록된 계강과였다. 『주식시의』는 조선 후기의 식생활과 조리법을 담은 중요한 음식 고문헌으로, 궁중과 반가의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 책 속에 기록된 요긔떡을 실제 조리법에 맞춰 재현하고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긔떡은 현대에 흔히 접하는 떡과는 결이 다른 병과로, 직접 만들어보며 조선시대 떡의 조리 방식과 식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체험한 요긔떡은 쫀득한 식감이 먼저 인상적이었다. 특히 불린 찹쌀을 약불에서 한 시간가량 볶아낸 뒤 사용하는 과정에서 곡물의 향이 깊어졌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뒤이어 삶아 으깨어 조린 밤과 곱게 간 대추의 달큰한 향이 조화를 이루며, 찹쌀의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중심이 되는 떡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전통 병과가 지닌 절제된 맛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고, 익숙한 떡과는 또 다른 식감과 맛의 결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실습이었다.
함께 진행된 계강과 실습은 『규합총서』에 기록된 방식에 따라 이루어졌다. 계강과는 여러 고조리서에 조리법이 전해지는 병과 가운데 하나로, 이번 행사에서는 조선 후기 여성들의 생활과 음식, 살림법 등을 집대성한 생활 백과서인 『규합총서』에 수록된 계강과를 중심으로 실습이 진행됐다. 『규합총서』는 1815년 빙허각 이씨에 의해 집필된 책으로, 당시의 음식문화와 병과 조리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규합총서』 속 계강과는 계피와 생강을 넣어 맛과 향을 돋운 과자로,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를 바탕으로 만들고 잣가루와 꿀을 섞은 소를 넣어 빚은 뒤 지져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직접 실습한 계강과는 가열 과정에서 찹쌀과 메밀의 향이 살아나며 고소함이 더욱 도드라졌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꿀과 잣으로 만든 소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퍼졌고, 계피와 생강의 향이 더해지며 풍미를 깊게 만들었다. 단순히 단맛을 앞세운 과자가 아니라 재료의 향과 식감, 고소함이 균형을 이루는 병과로, 지금의 과자와는 다른 건강함과 맛을 함께 고려한 만든이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현장 실습자로 참여하며 느낀 점은, 고문헌 속 병과가 단순한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손을 통해 다시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평소 접하는 병과와는 다른 조리법과 맛, 질감을 경험하면서 조선시대 병과 문화의 폭과 깊이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요긔떡과 계강과 모두 오늘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병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실습이었다.
이번 공개행사는 전통 병과를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자리가 아니라, 직접 만들고 맛보며 고문헌 속 기록을 오늘의 감각으로 이해해보는 시간이었다. 현장 실습자로 참여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요긔떡과 계강과를 직접 재현해보는 과정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떡과 한과의 범주 너머 훨씬 넓고 깊은 병과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병과) 이수자와 전수자들이 재료 준비부터 시연, 강연, 실습 보조까지 함께했기에 참가자들은 고조리서 속 병과를 기록에 근거한 방식으로 따라 만들어볼 수 있었다. 문헌 속에 남아 있던 조리법이 전승자들의 손을 거쳐 실습자의 손끝에서 다시 구현되고, 그 맛과 식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전통이 단순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문화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병과를 새롭게 바라보고 관심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 병과의 다양성과 가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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