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3월에서 4월 사이, 산에는 고사리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봄철 대표 산나물로 인식되지만, 고사리는 채취 즉시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다. 반드시 삶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식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조리 전처리는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해당 식재료가 지닌 생물학적 특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고사리는 지구상에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식물로, 공룡 시대 이전부터 생존해 온 고대 식물에 속한다. 현재까지 그 형태를 유지하며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식물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식재료로서의 고사리는 자연 상태 그대로 소비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
생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 라는 독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성분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으며, 충분한 처리 없이 섭취할 경우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사리는 반드시 데쳐야 한다.
전통적으로는 끓는 물에 삶은 뒤 건조하는 과정을 통해 독성 성분을 제거한다. 프타퀼로사이드는 수용성 성질을 지니고 있어 삶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제거되며, 이후 건조 과정을 통해 저장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 이후 다시 물에 불리고 삶는 과정을 거쳐 조리에 사용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식재료를 섭취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는 가식화 과정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특성은 고사리가 구황 식물로 활용된 배경과도 연결된다. 구황은 단순한 대체 식량이 아니라, 식량 부족 상황에 대비해 활용 가능한 식물과 그 처리 방법을 포함한 체계를 의미한다. 고사리는 봄철 산에서 비교적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식물이었으며, 적절한 전처리를 통해 식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구황 식물로 기능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문헌인 『신간구황촬요』와 『요록』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문헌들은 특정 식재료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채취 시기와 처리 방법, 조리 방식까지 함께 기록한다. 이는 식재료 자체보다 활용 방법과 처리 기술이 식량 확보의 핵심 요소였음을 보여준다.
고사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채취 이후의 처리 과정이 식재료의 성립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후 감자, 고구마, 옥수수와 같은 재배 작물이 도입되면서 구황 식물의 구조는 변화한다. 채취 중심에서 재배 중심으로 식량 확보 방식이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고사리는 식재료로서의 위치를 유지한다. 이는 고사리가 단순한 대체 식량이 아니라, 조리 과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활용 가능한 식재료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고사리는 일부 국가에서도 식용 사례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건조와 재수화 과정을 전제로 일상 식재료로 소비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한국에서는 고사리가 나물 반찬, 비빔밥 구성 요소, 제사 음식 등으로 지속적으로 활용되며 식문화 속에 편입되어 있다.
현대에 들어 고사리는 제철 식재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봄철 생고사리는 채취 시기에 맞춰 소비되며, 동시에 건고사리 형태의 유통 구조도 유지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저장 방식이 현재까지도 유효한 조리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고사리는 특유의 조직감으로 인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표현으로도 불린다. 삶고 불리는 과정을 거친 고사리는 섬유질이 부드럽게 풀리면서도 씹는 질감이 남아 있어, 나물류 가운데서도 독특한 식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특성은 고사리가 단순한 구황 식물을 넘어 식재료로서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고사리는 구황 식물로 활용되던 시기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진 식재료다. 그러나 그 본질은 재료 자체에 있지 않다. 채취, 열처리, 건조, 재수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식재료를 완성한다.
이는 한식이 단순히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 과정을 통해 식재료를 완성하는 구조를 가진 음식 문화임을 보여준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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