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31일 한미 통상협상이 타결되었다는 대통령실의 공식 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각기 입장을 내고 농업과 국민 먹거리, 식량안보에 대한 철저한 방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쌀과 쇠고기 등 핵심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아낸 이번 협상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식량주권을 지킨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후속 협의 과정에서의 검역기준 완화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편, 전종덕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협상은 미국 중심의 불평등한 국제통상 구조를 재확인시켜준 사례”라며, “국민적 감시 없이 검역완화가 진행된다면, GMO 작물과 미국산 사과 등 지금은 막혀 있는 수입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쌀과 쇠고기 지켜냈다”… 식량주권은 협상의 마지막 보루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의원단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상 과정은 단순한 무역 협상이 아니라, 국민 생존권을 지키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의원단에 따르면 미국은 지속적으로 쌀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의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어기구, 이원택 의원 등 참석자들은 “농업을 더 이상 협상의 카드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농업은 국가 안보의 기반이자, 국민 식탁을 지키는 최전선임을 확인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협상 기간 중 농민단체들이 쏟아낸 “쌀을 지켜달라”, “농업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외침이 협상단과 정치권 모두에게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현장 목소리가 외교 협상 결과를 바꾼 상징적 사례”로 꼽았다.
전종덕 “0%에서 15%로 관세 인상… 내용 왜곡 말아야”
이에 반해 전종덕 의원은 이번 협상에 대해 더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진 것이 아니라, 무관세였던 항목에 대해 미국의 요구로 15%가 새로 부과된 것”이라며, “이제 우리 기업은 미국에 수출하며 관세를 내고, 미국 기업은 무관세로 들어오게 됐다. 이는 관세 역전”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트럼프 정부는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약탈적 통상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은 한국 농업과 식량주권, 나아가 국가경제를 미국 정치 상황에 예속시키는 구조를 고착시켰다”고 평가 절하했다.
“검역은 과학이자 주권”… LMO·미국산 사과 수입 가능성 우려
양측 모두 공통적으로 우려한 대목은 검역완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협상 후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검역절차 개선 등 기술적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농해수위와 전종덕 의원은 모두 “검역기준 완화를 협상의 뒷문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 의원은 “지금보다 검역 기준이 완화될 경우, 현재 막혀 있는 미국산 사과, LMO(유전자변형생물체) 농산물의 수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농해수위도 “검역은 단순한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권의 핵심”이라며,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검역기준을 완화하는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해수위 의원단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의 땀과 헌신이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하며, 기후위기와 고령화, 부채에 시달리는 농촌 현실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말미, 의원단은 “농촌의 위기는 단지 농업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민의 식탁 문제이자,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와 국회가 공동 책임 아래 지속가능한 농정 대전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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