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회 내 위치한 생생텃밭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행사가 진행됐다.
조리하지 않는 대한민국에 켜진 경고등
▲ |
혼밥이나 간편식 소비가 증가하면서 조리하는 횟수는 반대급부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흐름은 결국 농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밥상이 무너졌으니 농업이 위기를 맞는다고 주장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게다가 밥 대신 면, 빵 등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다 보니 쌀은 남아도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쌀이 남아돌아 해마다 보관비가 늘어 2016년 한 해에만 5천 3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보관비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7대 곡물 중 외국산 점유율이 75%에 이르는 등 국내 농산물 수요 자체가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의 근저에는 조리하지 않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조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농산물, 특히 1차 농산물의 소비가 줄어드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조리는 농업과 소비를 잇는 중요한 고리였다. 하지만 가정에서조차 조리가 고된 일로 취급되고, 조리업계 종사자들은 합당한 예우를 받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조리하는 가정이 건강하고 화목하다
‘조리하는 대한민국’은 패스트푸드에 빼앗긴 음식 선택의 권리와 조리의 즐거움을 되찾아 음식다운 음식을 먹게 하고, 지역 음식을 살릴 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회복하여 근원적으로 농업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이런 목적으로 ‘조리하는 대한민국’ 세 번째 캠페인 행사가 지난 7월 18일 여의도 국회 생생텃밭에서 국회의장과 국회 농업과 미래 소속의원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고재섭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는 “이는 민의의 대변인이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직접 조리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농업과 조리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며 “쌀 소비 축소의 근원적인 문제가 조리하지 않는 풍토에 있음을 알리고, 조리의 소중한 가치를 전한다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고 이사는 이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이 직접 조리하는 모습은 조리는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소중한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온전한 식사의 중심은 밥에 있고, 가족이 모여 밥을 함께 먹어야 가족애와 가족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이모저모
▲ |
행사는 도시농업포럼 신동헌 대표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국회를 대표해서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농부는 지혜로움도 중요하지만 먼저 부지런해야 한다”면서 “현 국회는 게으른 농부와 같다”고 지금의 정치상황을 농업과 비교하며 앞으로 국회가 나아갈 길은 농부의 마음을 갖는 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농작물이 농부의 발짝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내년에는 국회의 농부들이 더욱 부지런했으면 좋겠다”면서 “정치와 더불어 농업인뿐 아니라 도시노동자, 자영업자들에게 더욱 희망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과 농부들 파이팅! 이라는 구호로 인사말을 마쳤다.
정세균 국회의장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형곤, 손혜원, 진선미 의원 등도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의미 있는 행사를 국회 텃밭에서 개최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자신들의 이름이 달리 “생생텃밭을 더 신경 쓰며 가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김종덕 회장은 “대서임과 동시에 임시국회 마지막 날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준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에게 고맙다”면서 “패스트푸드 등이 일상화되면서 조리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정의 화목은 조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금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일환이 바로 조리하는 대한민국”이라고 전한 뒤 “초등학교 때부터 조리과목이 정식 과목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며 국회가 나서서 도와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조리하는 대한민국’ 캠페인 행사는 국회의장을 비롯 국회의원과 관계자 등 백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해 캠페인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2부 행사에서는 국회의장과 참석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이 국회 생생텃밭에 심겨진 ‘맛의 방주’ 품목 중 하나인 홍감자 캐기를 체험했고, 이어서 문성희 자연요리 연구가의 지도에 따라 직접 수확한 홍감자를 이용해 ‘홍감자 샐러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