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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네도스_포도밭 전경 |
[Cook&Chef=조용수 기자]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 100% 만든 비네도스 와인은 카스티야 라만차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포도 재배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학 작품 돈키호테(Don Quixote)의 배경이 된 알카사르 데 산 후안 (Alcazar de San Juan)의 유명한 풍차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의 고도는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 힘들기로 악명높은 고원 라 메세타(La meseta)의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어 일조량과 높은 기온차로 포도를 재배하기에 좋은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라만차에서 온 와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는 스페인 리오하(Rioja)지역의 대표적인 레드 품종이다. 프랑스의 수도사들이 과거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르며 스페인에 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수도사들이 부르고뉴 출신이 많았는데 템프라니요가 숙성이 되면 피노 누아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도 재밌다. 피노 누아와 비슷하다는 점은 결국 이 와인이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로 양조했다면 우아함과 산미가 매우 뛰어나다는 의미다. 때문에 해발고도가 700m~750m인 리오하(Rioja)지역에선 템프라니요가 최상의 모습을 보인다. 템프라니요는 점토질의 토양에서 주로 재배되는 데, 특히 석회질 점토에서 자란 포도의 와인은 산미가 좋으며 우아하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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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네도스 델 바이오 템프라니요 |
와인의 색은 짙고 밝은 체리색을 띈다. 딸기, 블랙베리, 블랙 체리, 라즈 베리와 같은 붉은 과실류 향을 내기에 마셔보면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의 중간정도 라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 더 와인을 열어두면 버터, 담배, 자두, 코코아 풍미 등도 느낄 수 있다. 부드럽지만 자극이 느껴지는 중간정도의 바디감에 약한 산도가 목 넘김 끝에 느껴진다. 닭, 오리 등과 같은 가금류, 훈연한 고기 요리, 육류 가공품인 초리조 (chorizo, 고추 등이 들어간 스페인산 반건조 소시지 )와 잘 어울린다. 10~13도에서 시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스페인 와인의 유쾌함, 가성비를 가진 와인
비네도스 바이오 템프라니요, 와인의 스페인 명은 ‘지평선의 포도원’이란 의미의 이 와인은 ‘가성비’와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오크향’, '고급스런 과실 향'으로 정리할 수 있는 와인이다. 재밌게도 이 와인은 스페인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라벨에는 와인의 생산과정을 일러스트로 담아 넣었다. 한잔의 와인이 손님을 만나기까지 여정을 그림으로 넣어 스페인 와인 특유의 무겁지 않은 유쾌한 개성이 담겨져 있다. 사실 이 일러스트를 넣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의 생산에 대한 자부심을 넣고자 하였는데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철저한 친환경 방식을 도입해 포도를 재배했기 때문이다. 유기농 인증마크로 대표되는 유로 리프를 획득한 유기농 와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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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네도스 바이오 라벨에 있는 일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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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네도스 와이너리_포도밭 |
비네도스 와인은 스페인 최대의 와인 협동 조합인 디쿱 바코 (Dcoop Baco)의 브랜드 와인 중 하나로 생산된다. 이들은 라 만차에서 매년 평균 35,000 헥타르(150,000,000 리터-> 일반크기 와인 20만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라만차 지형의 적절한 고도와 강수량, 높은 기온차로 포도가 자라기에 이상적인 기후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생산 규모에 걸맞게 조합에는 8,500명 이상의 포도 생산자, 와인 양조자가 소속되어 와인을 만든다. 스페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와인 조합으로 기록된 바코 와인 조합의 탄생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만차 지역은 여러 마을에서 온 포도 생산자, 와인 양조자 들이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서로 자신들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라만차 지역의 양조 전문가에게 의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하기로 한다. 이것이 스페인 최초의 와인 조합의 시작이 된다. 디쿱 바코의 끈끈한 조합원 관리와 품질 향상은 성공과 성장으로 이어지며 스페인에서 유명한 조합 중 하나로 이름나게 된다. 이후 1990년대에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또 다른 단계를 밟았고 이를 위해 스페인 정부가 인정하는 2등급 협동조합으로 인증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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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네도스 와이너리 시설이미지 |
포도재배, 와인 양조 두 부류가 라만차에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위에 언급한 대로 포도를 만들기에 매우 좋은 자연환경을 가졌기 때문에 형성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뭉쳐 하나의 공통된 사업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때문에 포도와인 조합을 결성하고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지리적 위치로 인한 문화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스페인은 위로는 피레네 산맥이 프랑스와 접점을 하고 있고 지중해가 아래로 있다. 또한 멀지 않은 거리에 아프리카와 닿아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스페인은 이베리아인, 켈트인, 페니키아인, 아랍인, 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융합된 곳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유럽을 다양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스페인은 그 본보기가 되는 나라라 할 수 있다. 이 영향 때문인지 재배기술, 양조 노하우가 가장 중요시되기에 폐쇄적으로 다뤄지는 와인 산업에서도 협동 조합과 같은 새로운 산업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좀더 넓게 보면 피카소, 가우디, 미로, 달리 같은 걸출한 예술가들이 스페인을 통해 배출된다. 재밌는 것은 이 두가지의 공통점이 기존의 가치를 뒤엎고 전혀 새로운 형식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배경에는 스페인 특유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 보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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