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면과 식재료를 끊임없이 연구해온 김도윤 셰프의 레스토랑 윤서울과 면서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방송된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김 셰프는 실제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제면기까지 들고 나와 직접 면을 뽑으며, 자신의 요리 세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화려한 연출보다 연구와 기술로 승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미쉐린 가이드가 주목한 윤서울과 면서울은 김도윤 셰프의 요리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윤서울은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미쉐린 1스타를, 면서울은 면 요리 전문점으로 빕 구르망에 선정됐다. 두 레스토랑은 형식과 가격대는 다르지만, 김도윤 셰프의 식재료를 대하는 태도와 요리를 대하는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김도윤 셰프는 한식 다이닝을 기반으로 숙성, 발효, 건조를 통해 식재료를 재해석해 온 인물이다. 미쉐린 가이드 1스타 오너 셰프로서 대중에게는 방송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1을 통해 알려졌지만, 그의 요리 세계는 화제성보다 면과 젓갈, 갖가지 곡물과 기름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토대로 쌓여 있다.
윤서울은 이러한 연구가 가장 집약된 공간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윤서울에 대해 식재료에 대한 깊은 애정과 면에 대한 집요한 탐구, 그리고 숙성과 발효를 요리의 중심 언어로 풀어내는 셰프의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윤서울의 요리는 계절과 절기를 전제로 한다. 김도윤 셰프는 한국 음식의 본질을 기다림과 시간에서 찾는다. 미쉐린 가이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식을 정제된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재료가 가장 좋은 상태에 도달하도록 시간을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생선 요리다. 보리굴비에서 착안해 녹찻물과 소금으로 염지한 뒤 드라이 에이징을 거친 생선은 껍질은 바삭하고 살은 촉촉한 질감을 가진다. 남은 뼈와 머리까지 다시 말려 육수로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재료를 끝까지 쓰는 태도가 드러난다.
윤서울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면’이다. 이곳에서 면은 단순히 요리의 식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첨가제를 배제한 유기농 밀을 사용하고, 향과 소화까지 고려해 제분과 반죽을 반복한다. 육수 역시 직접 말리고 숙성한 재료로만 만든다. 면이 주인공이 되는 요리를 처음 선보였을 때 손님의 반응을 김도윤 셰프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는다. 윤서울의 면은 화려하지 않지만, 씹는 동안 곡물의 고소함과 은은한 향이 남는다.
김도윤 셰프의 면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은 면서울로 이어진다. 면서울은 윤서울에서 선보이던 자가제면 요리를 보다 캐주얼한 형식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유기농 터키산 통밀, 경남사천 백강 통밀, 직접 로스팅한 유기농 녹두, 백태를 직접 제분해 수분을 최소화한 저가수기술로 자가제면했다. 첨가물이 일체 들어가지 않아 순수한 재료의 맛과 최적의 식감을 구현했다.
면서울의 시그니처는 생들기름면이다. 저온 압착한 들기름을 사용해 우리가 익숙한 강한 들기름 향 대신 곡물의 고소함이 중심이다. 통밀 면은 쫀득하고, 들기름은 면의 풍미를 덮지 않는다. 넙적고사리면, 오색나물면 그리고 서울을 대표하는 면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완성한 한우찬면까지 메뉴마다 면의 두께와 질감이 다르다.
특히 한우찬면은 메밀이 아닌 밀로 만든 면에 한우 암소 육수와 동치미를 더해 기존 냉면과는 다르다. 부드럽게 끊어지는 면발과 고소한 곡물 향, 과하지 않은 찬 육수의 조합은 분명히 새롭다. 넙적고사리면과 오색나물면은 된장과 들깨기름, 제철 나물을 중심으로 구성돼 사찰음식을 연상시키면서도 파스타처럼 맛볼 수도 있다.
실제 방문 후기에서도 김 셰프가 지향하는 바를 느낄 수 있다. 평범한 메뉴처럼 보이지만 식재료의 디테일에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들기름 면은 지금까지 먹어본 들기름 베이스 면 요리 중 가장 섬세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언뜻 보기엔 색감이 화려하지 않은 탓에 맛이 밋밋할 것 같지만, 요리에 들어간 갖가지 재료의 맛과 질감, 향이 조화롭게 춤을 추며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전통주와의 페어링 역시 자연스럽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면 자체의 포만감과 여운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윤서울과 면서울은 가격과 형식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윤서울은 런치·디너 코스를 선보이는 다이닝 레스토랑, 면서울은 일상적인 방문이 가능한 면 전문점이다. 그러나 두 공간 모두 식재료의 품종, 생산지, 보관 방식까지 어느 하나 쉽게 넘기지 않는 김도윤 셰프의 원칙이 깃들어 있다. 요리를 완성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재료에서 나오는 ‘향’이라는 그의 말이 이곳의 음식을 먹어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식의 전통을 연구하면서도 이를 일상과 파인다이닝, 두 방향으로 동시에 풀어내는 김도윤 셰프. ‘흑백요리사’에서 누구보다 자신만의 면을 직접 뽑은 그의 요리가,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맛과 식감의 면이 궁금하다면, 윤서울과 면서울을 차례로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잡은 윤서울은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2시 30분~6시는 브레이크타임, 매주 일·월요일은 정기휴무다. 면서울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영업하며 오후 3~4시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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