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초의 영예 ‘포통’,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13위 데뷔
- 한약방이었던 가족의 건물에서 피어난 요리의 기억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2025년, 세계 미식계는 방콕의 한 여성 셰프에게 전례 없는 찬사를 보냈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선정한 ‘월드 베스트 여성 셰프’ 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피차야 ‘팸’ 순토르니야나키(Pichaya ‘Pam’ Soontornyanakij)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이끄는 레스토랑 ‘포통(Potong)’은 같은 해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에 13위로 화려하게 데뷔하며 ‘최고 신규 진입상(Highest New Entry Award)’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태국, 호주, 중국의 혈통을 물려받은 그녀는 방콕 차이나타운의 중심에서 자신의 뿌리와 기억을 담아낸 ‘혁신적 타이-차이니즈(Progressive Thai-Chinese)’ 요리로 세계의 미식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약방의 변신, 5대째 이어온 가족의 유산 위에 세운 미식의 전당
‘포통’이 위치한 5층 건물은 1910년부터 셰프 팸의 가족이 운영하던 중국 한약방이었다. 2년 반에 걸친 대대적인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이 역사적인 공간은 그녀의 요리 철학을 담아내는 특별한 무대로 재탄생했다. 2층의 메인 다이닝 룸, 4-5층의 칵테일 바 ‘오피움(Opium)’, 그리고 곧 1층에 문을 열 라이브 음악이 있는 ‘시노 하우스(Sino House)’까지, 건물 전체가 그녀의 요리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는 “이 건물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와 나의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말한다. 손으로 그린 호랑이 그림이 가득한 3층의 방은 그녀의 예술적 영감을 엿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5가지 요소, 5가지 감각: 기억을 담아낸 테이스팅 메뉴
셰프 팸의 요리는 ‘소금, 산, 향신료, 식감,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5가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한다. 그녀의 테이스팅 메뉴는 이 5가지 요소를 통해 5가지 감각을 자극하며, 손님들을 그녀의 요리적 기억과 감정의 여정으로 초대한다.
하우스메이드 샤퀴테리로 시작하여, 게알과 블루크랩, 브리오슈가 어우러진 ‘역사적 이야기(Historical Stories)’, 14일간 숙성한 오리의 깊은 풍미를 담은 ‘대담함’, 그리고 판단과 땅콩, 타마린드로 마무리하는 ‘유산(Heritage)’에 이르기까지, 각 요리는 그녀의 다문화적 배경과 섬세한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녀는 뉴욕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장 조지(Jean-Georges)’에서 쌓은 경험과 르 꼬르동 블루에서 익힌 제과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방콕을 넘어 세계로, 멈추지 않는 도전
저널리즘을 전공하다 요리의 길로 들어선 셰프 팸의 이력은 그녀의 도전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포통’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그녀는 텍사스 바비큐에서 영감을 받은 ‘스모크드(Smoked)’, 소고기 오마카세 전문점 ‘더 테이블 바이 셰프 팸(The Table by Chef Pam)’ 등 새로운 컨셉의 레스토랑을 연이어 선보이며 자신의 요리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탑 셰프 타일랜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2024년 ‘아시아 베스트 여성 셰프’ 수상에 이어 2025년 ‘월드 베스트 여성 셰프’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은 그녀는, 이제 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셰프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미식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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