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심예린 기자] 중국 고급 호텔들이 부유층의 결혼식과 사치스러운 연회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호텔 정문 앞에 푸드 스톨(노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한 5성급 호텔은 지난 6월부터 노점은 시작했다. 메뉴에는 훈제 치킨, 찐빵, 타르트, 스위스 롤이다.
프랑스 셰프의 상징인 긴 토크(toque) 모자를 쓴 호텔 주방장들이 직접 서 있었고, 검은 넥타이를 맨 호텔 직원들이 옆에서 실시간 촬영하며 홍보했다.
이 호텔은 매일 저녁 두 시간가량 운영하며, 하루 평균 약 500명이 넘는 고객들을 처리하고 있다. 30대 한 남성 고객은 "아들에게 가져가려고 산다"며 "5성급 호텔 음식이라 위생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5성급 호텔의 노점 운영은 올여름 중국 전역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허난(河南), 장쑤(江蘇), 저장(浙江), 쓰촨(四川) 지역에서 잇따라 유사 사례가 보고 됐으며, 힐튼(Hilton)과 메리어트(Marriott)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까지 노점 운영에 나섰다.
노점 증가 배경에는 연회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다. 고급 호텔 주요 수입원이던 결혼 피로연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나, 경제 침체와 소득 정체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주저하면서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중국 혼인신고 건수는 610만 쌍으로, 10년 전 대비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절약 및 낭비 금지 규정을 개정했다. 반부패 조치의 하나로, 공산당원과 공무원들은 고급 식음료가 포함된 연회를 열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고급 호텔의 연회 수요를 급격히 하락시켰다.
최근 몇 년간 자리 잡은 중국 소비자들의 절약 지향적 소비 습관도 한몫했다. 예컨대 다롄의 이 호텔 노점에서 판매하는 소고기 스튜는 500g 기준 99위안(약 1만 8천원)으로 합리적으로 제공된다. 또한 1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은 2,599위안 부터 예약 가능해, 가족 단위나 소규모 모임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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