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재료의 고유성, 외식업 창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 “로컬은 더 이상 한정판이 아니다”

<감자유원지>에서 판매중인 포파칩, 감자 술 사진=<감자유원지> 공식 홈페이지
[Cook&Chef = 이경엽 기자] 2020년 팬데믹으로 닫힌 하늘길은 우리를 다시 ‘로컬’로 이끌었다. 그때의 경험이 남긴 흔적은 단지 여행지가 아닌 ‘맛의 기억’으로 남았고, 외식업계는 이 흐름을 정확히 포착했다. 지역 고유의 식재료와 이야기를 담은 음식은 이제 ‘전국구 로컬’이라는 이름으로 메뉴판에 오르고 있다.
배달의민족 외식업광장은 외식업 전문가 7인과 함께 ‘2025 외식업 트렌드 Vol.2’를 통해 이 흐름을 ‘전국을 사로잡은 지역의 맛’이라 정의했다. 핵심 키워드는 향토성, 희소성, 동시성. 단순한 지역 명물이나 토산품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의 경험이 외식업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역의 힘, 전국을 매료시키다
실제로 ‘로컬’ 키워드가 포함된 유튜브 영상만 해도 2025년 5월 한 달간 700개가 새로 올라왔고, 조회수는 560만 회를 돌파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은 분명 대중화되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들은 특별하고 진정성 있는 경험을 추구하며, 로컬 식재료와 콘텐츠에 높은 반응을 보인다.
이 트렌드의 선두주자 중 하나는 제주 로컬 브랜드 ‘귤메달’. 귤 품종의 개성을 살린 주스를 중심으로 시작해 연 매출 30억 원을 달성하고, 콘텐츠와 굿즈로 IP를 확장해 제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출발한 ‘감자빵’도 마찬가지다. 감자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살려 국내외에서 팬덤을 형성했고, 현재 해외 백화점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로컬을 마케팅에 접목 중이다. 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시리즈로 다양한 지역 식재료 버거를, 스타벅스는 ‘비자림 콜드브루’나 ‘제주 쑥떡 프라푸치노’처럼 지역 이름이 담긴 메뉴로 고객의 눈길을 끈다. 단순히 한정 메뉴를 넘어, 지역 고유의 정서를 브랜드 감성으로 녹여내고 있는 셈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이런 ‘로컬 키워드 메뉴’는 전체 메뉴 중 5%에 육박했고, 해당 메뉴를 다루는 외식업체는 무려 20만 곳에 달했다. ‘부산 수육국밥’, ‘속초 코다리 족발’, ‘제주 청귤 에이드’처럼, 지역명이 붙은 메뉴만으로도 소비자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로컬을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감자유원지’. 강릉의 대표 식재료인 감자를 테마로 한 이 공간은 감자 쉐이크부터 감자비누, 감자맥주, 감자칩까지 메뉴와 굿즈, 공간 경험을 모두 감자로 묶어냈다. 그 결과, 2030 여성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강릉의 명소가 되었다. 감자 유원지의 사례는 단순한 식재료를 콘텐츠로 승화시킨 성공적 브랜딩 모델로 주목받는다.
김지우 대표는 “지역성을 강하게 가져갈수록 전국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온라인 유통이 가능할 것’, ‘호불호가 적은 제품군일 것’, ‘확실한 지역 고유성을 가질 것’을 전국구 로컬의 조건으로 꼽는다. 감자를 활용한 못난이 감자칩 ‘포파칩’은 자체 공장을 세워 생산하며 무인양품 등에 입점했고, 감자맥주, 감자비누 등 콜라보 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로컬 브랜드를 전국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단단한 지역 소비층 확보 △N차 배송 등 온라인 유통 채널 확보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역 식재료에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감성적 가치를 부여할 때 브랜드 충성도와 시장 반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외식업의 미래, 로컬에 있다
로컬은 단순히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경험’이고, 외식업주에게는 ‘이야기’이며, 브랜드에는 ‘확장 가능한 자산’이다. 외식업계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경쟁력의 중심에는 ‘로컬’이 있다. 그리고 그 로컬은, 전국 어디든 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방 소도시, 작고 느린 가게에서도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고 전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전국구 로컬은 이제 선택이 아닌, 지속가능한 외식업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