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민혜경 기자] 휴가철이면 전국을 돌며 유명한 빵집을 찾아가는 ‘빵지순례’. 이제 이 순례길에 새로운 키워드가 더해졌다. 바로 ‘특허’다.
특허청은 최근 20년간(2005~2024년) 제빵 관련 특허출원이 총 3,493건에 달하며, 연평균 11%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2005년 57건이었던 제빵 특허는 2024년 416건으로 무려 7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간식이나 디저트를 넘어, 빵이 하나의 기술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역 명물로 사랑받는 대표 빵들 중에는 이미 특허를 받은 제품도 많다. 대전의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천안의 ‘돌가마만주’, 대구의 ‘통 옥수수빵’, 부산의 ‘연근팥빵’, 여수의 ‘돌게빵’, 안동의 ‘크림치즈빵’ 등이 그 예다. 각각 특허받은 제빵기술은 해당 지역의 식재료 특성과 전통을 반영하며, ‘K-푸드’의 지역화 전략이 지식재산권으로 이어진 사례로 주목된다.
소상공인의 창의력이 만든 K-베이커리...건강과 취향을 잡은 ‘기능성 빵’ 특허 급증
가장 활발한 특허 분야는 빵의 가공기술(47.5%), 이어 첨가제 기술(29.4%), 미생물/효소처리(16.6%)가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한 빵을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무설탕·저지방·고단백 빵, 글루텐프리, 비건빵 관련 특허가 급증했다.
무설탕 빵에는 고로쇠 수액과 대체당(알룰로스, 스테비아)이, 비건빵에는 달걀 대신 ‘아쿠아파바(콩 삶은 물)’가 활용되며, 글루텐프리 빵은 쌀, 옥수수, 아몬드가 주원료로 쓰인다. 이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놀라운 점은 전체 출원의 77.7%가 개인(54.4%)과 중소기업(23.3%)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제빵 기술이 거대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소규모 베이커리나 개인 셰프의 창의적인 레시피와 제조법도 보호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 영역임을 보여준다.
완도 전복을 활용한 지역 특화 전복빵 제조법, 한라봉·쌀가루·발아통밀 등을 이용한 호두과자, 전통 누룩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활용한 효모 제빵기술 등이 중소기업과 개인 출원자에 의해 특허화됐다.
‘레시피 산업화’ 시대, 특허가 만든 새로운 미식 문화
특허청 정연우 특허심사기획국장은 “맛과 건강을 모두 추구하는 제빵 시장의 확장과 함께, 기술 보호와 차별화 전략으로 특허 출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K-베이커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식재산 제도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늘날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술의 집약체다. 특히 외식업계에서 셰프나 제과장이 개발한 차별화된 레시피, 재료 배합, 발효 및 굽기 기법은 곧바로 경쟁력이 된다. 그러나 이 노하우가 보호되지 않는다면 카피에 노출되기 쉽다.
이제는 음식도, 셰프도, 기술도 특허라는 방패를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빵지순례’가 ‘특허순례’로 확장되는 지금, 우리 외식업계에도 지식재산 중심의 혁신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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