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함, 또 정밀함, 요리를 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그의 완벽주의
논스틱 팬 규제 반대 목소리, 요리 도구의 선택권을 지키기 위한 발언
[Cook&Chef = 이준민 기자] 미국 요리계의 대부이자, 아메리칸 파인다이닝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 셰프와 그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프렌치 론드리(The French Laundry)'는 2025년 10월, 다시 한번 그들의 굳건한 위상을 증명했다.
'프렌치 론드리'는 18년 연속으로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꾸준하게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의 이름은 이제 단순한 셰프를 넘어, 완벽주의와 장인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의 논스틱 팬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셰프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8년의 신화, 흔들리지 않는 완벽함
'프렌치 론드리'가 18년 연속으로 미슐랭 3스타를 유지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기록이다. 미식계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수많은 레스토랑이 명멸하는 속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토마스 켈러의 철저한 완벽주의에 있다. 그는 "정밀함(finesse)"이라는 단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주방의 모든 과정에서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공급되는 최상의 식재료부터,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는 레시피, 그리고 고객에게 접시가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이 그의 완벽한 통제하에 이루어진다.
그의 요리는 화려하거나 기교가 넘치지 않는다. 대신, 각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것을 가장 완벽한 형태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인 '굴과 진주(Oysters and Pearls)'는 이러한 그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다. 부드러운 오이스터 커스터드 위에 올려진 굴과 캐비어의 조화는, 단순하지만 완벽한 맛의 균형을 선사하며 전 세계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버거 팝업에서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토마스 켈러지만, 그의 도전은 파인다이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2025년 8월, 나파 밸리에 '버거 앤 하프 보틀스(Burgers & Half Bottles)'라는 버거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미슐랭 3스타 셰프가 만드는 버거는 어떤 맛일까? 그의 팝업 레스토랑은 오픈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그의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는 그가 파인다이닝의 높은 문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요리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함을 보여준다. 그는 버거라는 대중적인 메뉴를 통해서도 자신의 완벽주의 철학을 그대로 구현해냈으며, 이는 그의 요리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파인다이닝과 캐주얼 다이닝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미식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셰프의 목소리, 사회적 이슈에 답하다
최근 토마스 켈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추진 중인 논스틱 팬 규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규제는 환경호르몬인 PFAS(과불화화합물)를 포함한 조리 도구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다른 유명 셰프들과 함께, 이 규제가 셰프들의 요리 선택권을 제한하고, 특히 섬세한 생선 요리 등에 필수적인 논스틱 팬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셰프가 단순히 주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함을 보여준다. 환경 보호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셰프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요리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메리칸 파인다이닝의 살아있는 전설
토마스 켈러는 미국 요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의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적인 식재료와 문화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아메리칸 파인다이닝'을 창조했다. 그의 성공은 수많은 미국 셰프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미국이 세계적인 미식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년 연속 미슐랭 3스타라는 대기록은 그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거일 뿐이다.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과, 자신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는 그의 정신에 있다. 토마스 켈러, 그는 아메리칸 파인다이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Cook&Chef /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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