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나는 고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장바구니에 담긴 고기 가격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요즘이다. 가족의 단백질 섭취는 챙겨야 하지만, 매번 고기를 올리는 식단이 부담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두부다. 특별한 조리 기술 없이도 한 끼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부담 없이 자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두부는 오랫동안 한국 가정의 식탁을 지켜온 단백질 식품이다.
두부는 고기 섭취가 부담스러운 사람, 소화력이 약한 사람, 혹은 건강을 이유로 식물성 단백질을 선택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안정적인 대안으로 작동해왔다. 최근 들어 두부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영양 밀도는 높으며, 일상적으로 먹기 부담이 적다.
소화부터 다르다, 두부 단백질의 구조
두부의 가장 큰 강점은 단백질의 ‘질’이다. 콩을 원료로 한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 가운데에서도 아미노산 구성이 균형 잡힌 편에 속한다. 특히 응고 과정을 거치며 콩 단백질이 미세한 입자로 분해돼,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일반 콩보다 두부의 소화율이 훨씬 높은 이유다.
이 점은 위장이 약하거나 육류 섭취 후 더부룩함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 의미가 크다. 단백질은 필요하지만 고기를 먹기 힘든 경우, 두부는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근육과 체력 유지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한다. 순두부처럼 조직이 더 부드러운 형태는 회복기 식단이나 고령자 식사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혈액부터 인지기능까지 전신에 작용하는 콩의 힘
두부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콩 유래 이소플라본이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며,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관여한다. 동물성 지방 섭취가 줄어드는 효과까지 함께 고려하면, 두부를 고기 대신 선택하는 식습관은 자연스럽게 심혈관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해진다. 두부는 포화지방이 적고,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구성돼 있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속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매 끼니의 선택이 장기적인 혈관 건강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단백질은 단순히 ‘힘을 내는 영양소’가 아니다. 근육량 유지뿐 아니라 뼈 건강, 호르몬 대사, 신경 전달 과정까지 폭넓게 관여한다. 두부에는 단백질과 함께 칼슘, 마그네슘, 인 같은 무기질이 함께 들어 있어, 뼈와 근육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두부에 포함된 레시틴과 콜린 성분이다. 이들은 세포막 구성과 신경 전달 물질 합성에 관여해, 인지 기능 유지와도 연관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두부가 ‘노년기 식단’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두부는 혈당 반응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식품이다. 섭취 후 혈당을 급격하게 끌어올리지 않아, 식후 피로감이나 급격한 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가공식품이나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반복될수록 피부 상태가 거칠어지고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데, 두부는 이런 식단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속이 편안해야 피부도 편안해진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소화 부담이 적고, 혈당 변동 폭이 완만한 식사는 전반적인 컨디션 유지로 이어진다.
두부는 어떻게 식탁에 오르게 됐을까
두부는 고려시대에 송·원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고, 초기에는 사찰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육식을 하지 않던 승려들에게 두부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이후 궁중과 민가로 빠르게 확산됐다. 제사상에 두부 부침이 오르는 관습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비롯됐다.
한의학에서는 두부를 성질이 부드럽고 비위를 편안하게 하는 식품으로 본다. 두부의 ‘부(腐)’는 썩는다는 뜻이 아니라 ‘연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노약자와 회복기 식단에 두부가 오래도록 활용되어 왔음을 이름에서부터 확인할 수있다.
매일 먹어도 되는 이유, 그리고 주의할 점
두부는 일상적으로 섭취하기에 안전한 식품이다. 다만 모든 식재료가 그렇듯 개인의 상태에 따라 조절은 필요하다. 콩 성분에 민감해 복부 팽만감을 느끼는 경우라면 섭취량을 나누거나, 조직이 단단한 두부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갑상선 관련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공복 섭취를 피하고, 약 복용과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부는 ‘매일 먹어도 되는 단백질’이라는 점에서 드문 식재료다. 조리법에 따라 담백하게도, 든든하게도 변주가 가능하고, 국·조림·무침 어디에나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두부는 몸을 단기간에 바꿔주는 자극적인 식품은 아니다. 대신 식습관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조정한다. 고기를 완전히 끊지 않더라도, 하루 한 끼를 두부로 바꾸는 선택만으로도 몸은 다른 방향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체온이 안정되고, 속이 편안해지며, 식사가 부담이 아닌 회복의 시간이 된다.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가는 변화. 두부가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에서 자리를 지켜온 이유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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