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은 우리 모두의 과제, World Food Prize에서 외친 강력한 메시지
가자지구부터 우크라이나까지, 4억 5천만 개의 식사로 이어온 인도주의의 길
[Cook&Chef = 이준민 기자] 미슐랭 스타 셰프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인 호세 안드레스(José Andrés)가 전 세계 분쟁과 재난 지역의 구호 활동을 이끌며,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식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이제 '요리사'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희망을 요리하고, 국제 사회를 향해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하늘 위에서는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전방위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5,000피트 상공에서 펼쳐지는 스페인의 맛
2025년 11월 4일, 호세 안드레스는 델타 항공(Delta Air Lines)과 손잡고 스페인의 맛을 담은 새로운 기내식 메뉴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은 Delta One 및 First Class 승객에게 우선 제공되며, 2026년부터 다른 노선으로 단계적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메뉴는 브레이즈드 비프 숏립, 셰리 소스 치킨, 피키요 페퍼를 곁들인 염소치즈 요리 등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담긴 요리들로 구성된다. 안드레스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제는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그 여정이 시작될 수 있다"며 이번 협업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히 유명 셰프의 이름을 빌리는 것을 넘어, 35,000피트 상공에서도 최상의 맛과 질감을 유지하기 위한 세심한 연구와 개발 과정을 거쳤다. 델타 항공 측은 "이번 메뉴는 맛과 요리의 우수성,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축제"라며, 그의 요리가 델타 항공의 기내 경험을 한 차원 높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그의 영향력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넘어 대중적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한 글로벌 리더십
호세 안드레스의 활동은 상업적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2025년 10월, 아이오와주 데스모인에서 열린 '월드 푸드 프라이즈(World Food Prize)' 행사에 참여하여 28명의 역대 수상자들과 함께 긴급 식량 지원 및 지속 가능한 농업 투자를 두 배로 늘릴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굶주림은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사회 모든 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한 집단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 행사에서 그는 "월드 센트럴 키친은 음식이 인권이라고 믿는다"며, "분쟁과 재난 속에서 이웃이 이웃을 먹이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한 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4억 5천만 개의 식사, 재난 현장을 지킨 '월드 센트럴 키친'
호세 안드레스의 인도주의 활동의 중심에는 그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계기로 설립한 비영리 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orld Central Kitchen, WCK)'이 있다. WCK는 지난 15년간 전 세계 분쟁 및 재난 지역에 4억 5천만 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2억 6천만 끼, 가자지구에서 1억 4천 5백만 끼 이상을 지원했다.
특히 2025년 10월에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알리며 국제 사회의 즉각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안드레스는 "음식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를 지키는 수단"이라며 WCK의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면 의사와 간호사를 부른다. 건물을 다시 지으려면 엔지니어와 건축가를 부른다. 사람들을 먹이고 배고픔을 해결하려면? 우린 전문적인 셰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 만해대상 수상과 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안드레스의 헌신적인 활동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5년 8월, 그가 설립한 WCK는 한국의 '2025 만해대상' 평화부문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5년 1월 4일,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최고 영예의 민간인 훈장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상식에서 “당신은 봉사의 부름에 응답했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일을 하도록 이끌었다”며 “당신은 우리나라에 놀라운 업적을 남겼음은 물론이며, 통찰력과 영향력은 전 세계에 퍼졌다”고 말했다.
워싱턴 파워 서클의 성인(聖人)
안드레스는 전 세계적으로 30여 곳 이상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적 미식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2개를 받았다. 그의 자선 철학은 “특별한 사람을 위한 요리보다 많은 사람을 배부르게 하는 요리가 좋다”는 지론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가치관은 음식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이 WCK 자선 행사에 참여했으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2019년 안드레스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호세 안드레스는 이제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배고픔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하며, 절망의 현장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Cook&Chef /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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