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후, 해외 특급호텔의 주방에서 젊은 청춘을 보낸 경력의 셰프가 한국의 전통발효식품에 관심을 두고 협회를 설립하고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태리 요리를 전공하고 해외 특급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미각을 탐닉했을 셰프가 한국전통발효식품에 매료되어 집착하게 된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CHEF STORY
전통발효식품의 세계화를 가슴에 품다!
한국전통 발효식품 생산자협회 최덕용 회장
“해외 호텔에서 근무할 때 1인 1특기를 갖게 하는 교육지원정책이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요리를 하다 보니 스페인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바르셀로나’로 근무를 요청했고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스페인 요리를 배우기 위해 스페인 요리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요리학교를 다니던 중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에 매료되어 스페인의 ‘발론티옴’이라는 와인제조학교에서 3개월간 와인제조과정을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담그시던 막걸리가 생각나서 막걸리 제조법을 배우고 정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참고 서적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선요리제법’, ‘음식디미방’, ‘임원십육지’ 등 전문 고서를 비롯, 한국 대학의 교수들의 저서들을 하나씩 받아 공부해 지금 한국 전통주와 발효음식 공부를 한 것이 지금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자협회’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낮은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차근차근 자신의 지나온 흔적을 이야기하는 최덕용 회장의 모습에서 경주 교통 종갓집 출신의 위엄과 진지함이 배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식솔들과 함께 생활하던 종갓집에서 자라온 탓에 어릴 적부터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으며, 중학생 시절 영어공부를 하라며 아버님이 사다주신 영어 원서가 공교롭게도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서양요리의 거장 ‘오귀스트 에스코피’의 일대기를 쓴 책이었다. ‘오귀스트 에스코피’의 일대기를 읽고 난 이후 각종 요리관련 서적들과 여성지를 통해 요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었고, 조리사로 살아갈 확고한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종갓집에서는 집에서 빚어 마시던 가양주를 비롯해 집안 전통으로 만들어 먹던 산초를 넣고 만들어 나물 무침이나 볶음에 좋은 초피액젓과 매콤한 맛의 생선어간장 같은 발효음식을 미리미리 장만해 대접하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장류 음식들의 숙성 과정을 어릴 적부터 눈으로 보고 코와 입으로 느껴왔던 경험들이 조리사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외할머니께서 전남 벌교의 가문이 있는 집으로 전라도의 전통 남도요리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셨던 분으로 외할머니의 음식솜씨마저 자연스럽게 이어 받게 되었을 것이다. 고교 2학년 때부터 부산의 요리학원을 수강해 양식조리사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조리사의 꿈을 키우다 취사병으로 군대에 입대하였고, 군복무 중 해외에서 살아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군대 동기의 권유로 제대 후 호주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이태리 피렌체에 있는 요리학교 ‘아피츄스인터내셔날 호스피텔리(Apicus International School of Hospitality) 호텔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이태리 요리를 전공으로 조리사의 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젊은 시절을 이태리 호텔 주방에서 근무와 영국 콤파스 그룹이 운영하는 12개의 외식업장중 Charwells Food Service Co..Ltd 이라는 케이터링 전문 외식업체에서 유럽전역을 로테이션 하며 13년간 메인 셰프로 주방업무와 경영을 함께 병행하게 된 것이 최덕용 회장의 조리사로서의 라이프스토리이다.
일반적인 조리사들이 해외에서 크게 성공하면 셰프로서 삶을 안주하기 마련인 반면 한국의 전통 가양주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12년 전 ‘박록담’ 선생의 전통주 아카데미도 수료할 정도로 가양주 제조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으로 귀국해 오너셰프로 압구정동에 이태리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별 재미를 보지 못하던 중, 네슬레 Project Team에서 아시안소스 경험이 풍부한 셰프를 찾는다는 소식에 과감히 레스토랑을 접고 네슬레 프로젝트 유럽팀에 합류했다. 네슬레의 아시아 지역 판매 상품에 대한 제품을 연구하고 기존의 제품을 리뉴얼하는 연구원 생활은 주로 아시아인들이 좋아하는 기호요리의 레시피와 소스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인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최덕용 회장이 상품개발자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지방의 한 생산농가에서 복분자로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받게 되었고, 항산성효과 때문에 와인으로 만들기 어려운 복분자로 첫 개발상품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생산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 대행을 해주다 본격적인 한국전통 발효식품 생산협회를 만들게 되었고 이 협회를 일반인도 참가시키는 단체로 확대해 지금의 한국전통 발효식품 생산자협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
“전통주를 기본으로 발효식품에 대한 전문성이나 파생품을 연구, 개발하는 쪽으로 생산자들에게 영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전통발효식품들을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식품의 다양함을 전문화, 세계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발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6차 산업을 시작하려는 1차산업자들이 정부로 부터 지원받기 위한 정보 미비점과 6차 산업을 실행하는데 어려운 점들을 도와주고 동행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통 발효식품 전반에 관한 심도 있는 역사 문헌을 발췌해 제품의 스토리텔링에 접목해 생산자들이 공격적인 비즈니스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전통발효식품이 생활 속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희 2모작 인생의 최대 목표입니다.”
셰프로서의 명성을 가슴에 묻고, 6차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자협회’를 설립한 최덕용 회장이 추구하려는 한국전통발효식품의 세계화에 많은 관계자들과 조리사들도 참가하여 한국전통발효식품을 이용한 새로운 레시피가 세계 곳곳의 외식업계에 한 축이 되길 함께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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