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인간은 자신들의 먹을 거리를 재배하고, 사냥하고, 기르고, 또 나아가서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먹거리들은 서로 교역을 통해 접하고, 오늘날은 그러한 인간의 음식에 과학적인 조리법까지 더해져 발전하고 있다.
음식이라는 단어 앞에 인간은 평등하나, 평등하지 않은 인간은 음식을 다양한 형태로 바꾸어 접하고 있다. 사는 형편이 힘들고 여유가 없는 이에게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그야말로 사치이다. 이들에게 음식은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 섭취 해야 하는 영양일 뿐이다. 반면 생활이 여유롭고 열심히 일을 한 후의 어느 하루에 자신을 위해 고급레스토랑에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음식의 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은 그들의 삶 속에서 커다란 즐거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필자는 『문학에서 길을 묻다』의 저자인 최원현님의 수필에 대한 정의를 인용한적이 있다. “요리는 조미료를 빼고 천연재료만을 사용해서 담백하게 만들어야 하고 누구든 저렴한 값에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를 언급하였다. 아주 단순한 듯 하면서도 쉽지 않은 얘기인데, 셰프로서 이 정의 안에 숨어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조미료(필자는 천연조미료가 아닌 화학조미료를 말한다.)를 빼자고 하면 오늘 날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조미료들을 빼고 음식을 만들라는 것인데 가장 사회적으로도 문제제기(MSG사용의 부정적인 견해 )가 많이 되고 있는 MSG사용의 문제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보자. 단순하게 MSG를 빼고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MSG가 함유된 모든 조미료 또한 빼고 음식을 만들 것인가? 오늘 날 주방에서 사용하는 화학조미료(육류맛 분말가루, 닭고기맛 분말가루, 산분해간장, 는 너무도 다양하다. 그 다양한 음식을 더욱 맛있게 북돋우는 다양한 화학적조미료의 사용에 대해 조리사로써 자유로울 수 있는가? 또 이미 그 MSG의 맛에 길들여져 있는 고객들의 입맛은 어떻게 하는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맛의 변화가 시장에서 인정되며 고객들은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계속 잡아둘 수 있는가? 등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MSG사용의 가부를 놓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하고 싶다. 다만, 위와 같은 사회적 심리상태의 시대를 살아가는 셰프라면 조미료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가를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하는 것이다.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이 맛이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가는 고객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발견하고 개발 해나가는 것이 셰프의 역할일 것이다. 조미료 사용에 관계없이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고객이 있다. 고객은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원하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이 맛이 없다면 당연히 외면 당할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지 않는 과잉흡연자, 과잉음주자처럼 이미 과식을 일삼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건강의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먹는 것의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음식과 인간은 하나다. 그 안에서 셰프는 늘 고민 해야 한다. 수세기 동안 프랑스의 요리를 대표하는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1907년에 저술한 『요리 안내 guide culinaire』 2판에서 말한 내용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 우리는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기준에 맞출 수 밖에 없다. 오직 한가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요리의 질이다. 그것은 음식의 진가이고 요리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의 외양은 이미 많이 변화되었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변화가 닥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 변화의 경계에 단순함을 추가하며, 동시에 요리의 맛과 영양, 이 두 가지를 모두 개선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요리에만 집중하고 불필요한 재료는 다 뺄 것이다. 요리는 한마디로 불변의 예술이며,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조리 공식의 형태로 체계화되며 우연을 용납하지 않는 정밀함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이다.”
*참고도서
- 『음식사변』 마크 쿨란스키 _ 이은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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