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에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 주요통계’자료에 의하면, 식품·외식산업의 규모가 약 192조 원으로 집계됐다. 식품제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6.8%, 외식업은 8.9%로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량(GDP)의 연평균 성장률인 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국내 식품·외식산업 성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조리인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 조리인들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학술단체 (사)한국조리학회가 있다. 12대 (사)한국조리학회를 이끄는 나영아 회장을 만나 임기 동안의 이야기와 향후 한국 조리학계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았다.
writer _오미경 기자 | photo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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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조리·외식산업 융합발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해야”
(사)한국조리학회 12대 나영아 회장 (을지대학교 교수)
(사)한국조리학회는 올해로 창립 23주년을 맞이했다. 초대회장을 지낸 진양호 교수를 중심으로 20여 명의 교수가 뜻을 모아 출범한 본 학회는 그간 1,500여 명의 산·학·관 연계 회원들로 구성된 학술단체로 성장하며, 한국 조리학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선봉장이 되었다. 정기 학술지 발행 및 학술대회 개최, 다양한 학문 연구 및 개선 방안 수립 등 학술단체로서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여 한국 조리·외식산업이 성W장하고, 문화가 개선되는 근간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Q. (사)한국조리학회 12대 회장에 취임하신 지 1년이 흘렀네요. 학회가 이러한 평가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느끼는 소회를 밝혀주세요.
A. 네. 학회장이라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의 자리에 선 1년 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가 더욱 크게 느낀 것은 학회가 지금의 좋은 평가를 얻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전임 회장님들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고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학회 태동에서부터 출범, 이후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법인단체로 재도약, 정기학술지 한국연구재단 등재 등의 결실을 이루며 학회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뜻을 모으려는 모두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학회만의 고유한 학술적 체계를 세운 것이 또 하나의 활동 원동력이에요. 가령, 협회 등 단체를 설립할 때 기능적 역할에 친목의 성격을 더해 만들어지는 경우들과 달리, (사)한국조리학회는 학술적인 체계를 바탕으로 하여 학회의 기능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뜻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회원인 교수님들이 계속해서 학교나 각자의 위치에서 학문에 토대를 둔 새로운 조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진화된 기술교육을 통해 후학을 양성했어요.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해온 지난 시간이 학회에 대한 좋은 평가로 이어졌고, 나아가 300만 조리·외식인의 희망을 찾아 우리나라의 조리·외식문화 및 산업을 세계화하는 초석이 된 것으로 생각해요.
Q. 임기 1년 동안, 학술적 측면에서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학회의 논의를 이끌었나요?
A. 가장 큰 관심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조리·외식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학회장을 맡고 열었던 첫 번째 춘계학술대회에서도 ‘4차 산업혁명 속에서의 푸드테크놀로지 육성 방안’이란 화두를 던지고 회원들과 학생들, 관련 분야의 교육자들이 모여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시겠지만 식품·외식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국내 시장 규모가 2017년 기준으로 약 200조원에 이르고 있고, 세계 시장 규모로 보더라도 이것은 엄청나게 큰 분야일 만큼 국가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요. 그렇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민첩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해요. 학회로서 구체적인 그 노력의 근거를 마련하고,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에요.
Q. 오는 5월 12일에 열리는 춘계정기학술대회 역시 그 노력의 연장선이겠군요?
A. 네. 올해 춘계정기학술대회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조리·외식산업과 식품·의료·관광산업의 융합발전을 위한 신 패러다임 모색’이란 주제로 열립니다. 과거에는 해당 분야 안에서의 연구와 논의만으로도 조리·외식산업의 발전에 대한 고찰이 가능했지만,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지금은 동시에 여러 분야가 교차하면서 발전하는 양상이기 때문에 학문도 융·복합적인 연구가 중요해졌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산업혁명 안에서 조리·외식산업 분야가 궁극적으로 발전하려면 식품·관광·의료 등 유기적으로 얽힌 다른 분야와 어떻게 융·복합적 교류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회원들 개개인의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한국조리학회는 을지대학교에서 열리는 제77차 정기 학술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조리·외식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회 측은 외식·조리·식문화·의료·관광 등 6개 분야에 걸친 소주제로 나눠 6개의 기조 강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나영아 회장은 “본 학술대회가 300만 조리·외식인의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산·학·연의 협력을 이루는 시간이자,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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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술지를 국제학술지로 한 단계 발전시키리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아는데, 목표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나요?
A. 우선, 작년 10월 Scopus(스코퍼스, 전 세계 우수 학술논문 인용지수)지에 등재를 신청했어요. 신청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1년 정도 걸리는데, 만약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면 상당히 유의미한 일이 될 거예요. 학회와 대학, 관련 분야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학술지만 한 것이 없으니까요. 국제학술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연간 총 8회 발행되는 학회지 가운데 1월과 9월 두 차례 발행되던 영문학술지를 3회로 늘려서 발행하고 있고, 4회까지 늘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Q. 국내 조리·외식 분야의 대표 학회로서 이 미션을 시도하는 것에 부담도 있겠어요.
A. 책임감을 느끼긴 하지만 부담은 아니에요. 그동안 우리 학술지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후보에서 출발해 지금의 국제학술지 등재 후보가 되기까지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신 교수님들의 노고 속에 질적으로 큰 성장을 거둔 만큼, 좋은 결실이 있길 바라며 계속 앞으로 나가야죠. 제가 앞서 수년 동안 학회의 학술편집위원장을 맡았을 때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우리 학술지가 국제학술지 반열에 오르면 조리·외식 관련한 다른 학술지들도 함께 세계화될 기회가 열릴 거란 기대였어요. 전체적인 관점에서 더 큰 수확인 거죠. 그래서 처음엔 국제학술지 등재를 시도하는 일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편집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는 중이에요.
나영아 학회장은 이를 위해 편집위원회에 국제학술지 전담 분과를 개설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밖에도 (사)한국조리학회는 세계국제학술대회 참가 및 한국에서의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위한 기획을 진행 중이며, 그로써 국내에서의 분야 간 융·복합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의 융·복합형 교류를 끌어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한편, 지난 4월 말에는 학회가 지정기부금(사회복지법인, 문화예술단체 등 공익성을 고려하여 지정한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일정 한도에서 공제 가능함)단체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방증하였다. 학회의 역사를 보다 깨끗하게 이어가기 위한 나영아 회장의 심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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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별함을 부여하는 건 아니지만, 학회 출범 이후 임명된 첫 여성 회장이란 점에서 학회를 이끄는 자신만의 남다른 기조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글쎄요. 여성 회장이란 점 때문이라기보단 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조리인이면서 30년 넘게 교수로서 걸어왔고, 학회에서 학술지 편집 책임자의 위치에서도 꽤 오래 활동하다 보니 조리·외식산업의 발전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산업화 역사를 종합적으로 보는 관점과 세계 식생활문화의 흐름 속에서 더 크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과거의 우리가 배고픔을 해결하는 단계의 식생활을 했다면 지금은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식생활을 지향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국내 식자재 시장의 상당 부분은 외국의 식자재에 잠식되어 가고, 조리·외식업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른 현실에서 이 산업이 더는 자급자족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시장 발전으로 눈 돌려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굉장한 지적 역량과 저력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식품 및 조리법 개발, 외식과 문화마케팅 등 여러 노력을 통해 4차 산업화 시대의 이 분야에서 충분히 앞서나갈 수 있거든요. 또한, 더 넓게는 학자로서 빈곤층과 선진국 간의 식생활 수준의 편차 문제 등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관련 사안들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연대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Q.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과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요?
A. 앞서 말한 대로 국제적인 학술단체로 뻗어가기 위한 활동들이 더욱 속력을 내서 임기 내에 안착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회는 장년층 교수님들이 퇴직한 이후의 어려움과 삶의 터전으로서 이를 고민하는 30·40대 교수님들의 생각을 아우르며 궁극적으로 전체 회원들의 희망적인 가치 향상이 가능하도록 기여해야하고요. 젊은 조리사들과의 소통, 정부 관련 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조리학회의 위상 강화, 외식산업체들과의 동반성장 기틀 마련 등 남은 과업도 계속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에요.
이런 가운데 바라는 것은, 조리·외식산업의 제대로 된 발전을 위해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대학의 교육 지원 여건이 점점 내림세를 걷고 있고, 교수로서 존재하는 일조차도 위기를 느끼기 쉬운 현실이에요. 게다가 현장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조리인들의 기술력과 직업적 인기는 크게 향상되었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투자 등은 위축되어 결과적으로 다수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줄어드는 형편이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특성이 조금 다르다고 우후죽순으로 단체부터 세울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는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흩어져 있는 목소리를 모아 큰 틀에서 핵심적인 단체들로 정리된 논의를 펼쳐나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봐요. 위기가 기회이듯 그렇게 된다면 조리·외식산업의 비전은 어둡지 않을 거예요. (사)한국조리학회는 언제나 그 중심에 있을 겁니다.
반환점을 돌아 이제 나머지 절반의 임기를 앞두고 있는 나영아 학회장.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조리·외식산업의 미래를 위해 학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그의 섬세한 리더십과 전체를 통찰하는 선구안은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남은 임기 동안의 (사)한국조리학회 행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조리·외식산업의 융합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고, 우리의 조리·외식산업과 문화를 세계화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것, 그리하여 300만 조리인들의 희망을 찾아주는 것, (사)한국조리학회의 노력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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