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오메가3 풍부한 여름 제철 생선의 재발견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기자] 복날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삼계탕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름 보양식의 주인공은 지금과 달랐다. 조선시대 궁중과 사대부가에서는 민어를 끓인 탕을 귀한 보양식으로 즐겼고, 충청도와 서해안 지역에서도 여름철이면 민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하는 식문화가 이어졌다. "민어탕이 일품, 도미탕이 이품"이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민어는 복달임을 대표하는 생선이었다. 이름은 '백성의 생선'이지만, 맛과 영양만큼은 최고 대접을 받았던 셈이다.
이름은 '백성의 생선', 식탁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다
민어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잡히는 대표적인 여름 제철 생선이다. 산란기를 앞둔 6~7월이면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고 지방이 적당히 차올라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낸다.
조선시대 문헌을 살펴보면 민어는 이미 귀한 식재료로 기록돼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경기와 충청, 전라, 황해 등 서해안 일대에서 민어가 잡혔다는 내용이 등장하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민어를 맛이 뛰어난 생선으로 소개했다. 당시에는 회뿐 아니라 탕, 찜, 포, 젓갈, 어만두 등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됐고, 특히 여름철에는 민어탕으로 복달임을 하는 풍습이 널리 퍼져 있었다.
충청도에서도 민어는 여름 손님상이나 복날 음식으로 자주 올랐다.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싱싱한 민어를 구하기 쉬웠고, 맑게 끓인 탕이나 찜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민어가 오랫동안 보양식으로 사랑받은 이유는 풍부한 영양 때문이다. 민어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지방 함량은 비교적 낮아 소화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단백질은 근육 유지와 회복을 돕고, 무더위로 입맛이 떨어졌을 때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부터 병을 앓고 난 뒤 회복기 음식으로 민어를 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오메가3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혈중 중성지방 관리와 심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비타민 B군과 칼륨, 인 등의 무기질도 함유돼 있어 에너지 대사와 신체 기능 유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민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살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어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버릴 것이 없는 생선
민어는 예부터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부위마다 쓰임새가 다양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부레다. 민어는 부레를 회로 즐기는 몇 안 되는 생선 가운데 하나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별미로 꼽히며, 젤라틴과 콜라겐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와 껍질 역시 인기 부위다. 머리는 오래 끓이면 깊은 감칠맛이 우러나 민어탕의 풍미를 더하고, 껍질은 살짝 데쳐 먹으면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부레를 식재료뿐 아니라 접착력이 뛰어난 전통 아교의 원료로도 활용할 만큼 귀하게 여겼다.
민어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조리법에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신선한 민어는 회로 먹으면 담백한 단맛을 느낄 수 있고, 살짝 숙성하면 감칠맛이 한층 깊어진다. 뼈와 머리를 함께 넣어 끓인 민어탕은 국물이 맑고 시원해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찜이나 전, 구이도 많이 즐기며, 남은 뼈까지 활용해 매운탕을 끓이는 경우도 많다.
특히 기름이 가장 오르는 제철에는 복잡한 양념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잘 어울린다. 무와 대파를 넣어 맑게 끓이거나, 살짝 찐 뒤 간장 양념만 곁들여도 민어 특유의 풍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꼭 맛봐야 할 제철 식재료
예전에는 민어가 흔한 생선이었지만, 어획량 감소와 소비 증가로 지금은 귀한 제철 식재료가 됐다. 최근에는 양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여름철 자연산 민어의 맛을 기다리는 미식가들은 적지 않다.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즐기는 것은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이다. 민어 역시 여름이라는 계절이 만들어내는 가장 특별한 맛 가운데 하나다. 오랜 세월 우리 식탁에서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는 단순히 귀해서가 아니라, 제철에 가장 뛰어난 맛과 영양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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