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맛의 전파를 넘어, 문화적 서사를 통해 미식 경험을 재창조하는 '가스트로-한류 2.0' 전략 심층 분석
[Cook&Chef = 제조리 기자] CJ제일제당의 한식 영셰프 인재 발굴·육성 플랫폼 '퀴진케이(Cuisine. K)'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K-푸드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K-푸드 세계화의 변곡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무엇을' 알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의 차원으로 진화했음을 나타낸다.
한식의 본질과 조리 과학의 원리를 젊은 셰프들이 드라마라는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했다. 참가자들은 드라마 속 천재 셰프 '연지영'이 되어 음식을 직접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는 K-푸드 확산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에게 갈비찜은 '맛있는 소고기 요리'가 아닌 '이야기 그릇'으로 다가왔다.
드라마와 한식의 완벽한 결합
이번 쿠킹 클래스에서 K-콘텐츠, 특히 '폭군의 셰프' 드라마 IP의 영리한 활용이 돋보였다. 참가자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요리를 경험했다. 이는 K-푸드의 문화적 서사를 감성적으로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참가자들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 음식에 대한 감성적 유대와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형성한 상태였다. 요리 과정은 오감을 통한 '체험형 굿즈'이자 캐릭터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의식으로 변모했다.
'퀴진케이' 알럼나이인 노진형, 서하람, 김지연 셰프는 드라마 속 추상적 서사를 현실의 조리 기술로 번역해내는 미식 스토리텔러였다. 이들은 갈비찜을 한국의 '슬로우 푸드'로 소개하며, 프랑스의 비프 부르기뇽과의 조리 기법 차이를 설명했다. 이는 한식을 서양 요리의 문법으로 재해석해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메건 보워스-라리비에르는 "K-콘텐츠 속 한식을 내 손으로 구현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음식은 이제 드라마의 소품이 아닌 콘텐츠 경험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되었다. 이는 K-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음식 IP를 염두에 두는 '푸드 유니버스' 구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조리 과학으로 해부한 메뉴 구성
이날 클래스에서 다룬 '갈비찜', '프렌치 비빔밥', '재첩 된장국' 세 메뉴는 한식의 매력을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된 결과물이다. 각 메뉴는 한식 세계화의 세 가지 키워드, 즉 '번역 가능성', '확장 가능성', '고유성'을 상징한다.
갈비찜은 '코리안 비프 부르기뇽'으로 소개되며 조리 과학의 보편성을 통해 한식의 논리를 설명했다. 셰프들은 간장, 설탕, 마늘, 배즙 등이 어우러진 양념의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라이제이션을 시각적, 후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한식을 과학의 언어로 소통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프렌치 비빔밥은 한식의 유연성을 상징한다. 비빔밥의 본질은 '밥을 중심으로 재료를 조화롭게 섞어 먹는다'는 형식에 있다. 이번 클래스에서는 고추장 대신 레몬 비네그레트나 발사믹 글레이즈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식이 변주하고 진화할 수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보여준다.
재첩 된장국은 한식의 발효 미학과 국물 문화를 선보인다. 된장은 콩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감칠맛 성분들의 복합체다. 재첩의 호박산이 더해지면, 감칠맛의 시너지가 폭발하며 다른 차원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한상차림' 철학의 전파
쿠킹 클래스는 한식 '한상차림'의 문화와 철학을 소개했다. 밥과 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찬이 조화롭게 한 상에 오르는 이 방식은 '균형'과 '조화', '자율성'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는 식사하는 사람을 능동적인 편집자로 만든다.
'한상차림' 철학을 비중 있게 다룬 것은, K-푸드를 '퀴진'의 반열로 격상시키려는 명확한 의도로 읽힌다. 이는 글로벌 미식 시장에서 한식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참가자들이 세 가지 요리를 한 상에 차려놓고 맛보는 시간은, 이 철학을 체득하는 효과적인 교육 과정이었다.
현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제공은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참가자들이 뉴욕의 주방에서 한식을 요리하도록 한다.
셰프가 외교관이 되는 시대
'퀴진케이' 프로젝트는 한식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끄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젊은 한식 셰프들을 발굴해 세계 무대에서 한식의 가치를 알리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진형, 서하람, 김지연 같은 셰프들은 새로운 시대의 '민간 외교관'이자 '문화 번역가'다.
이번 행사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이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유럽에서의 성공적인 쿠킹 클래스 경험이 북미 시장 공략의 발판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 투어링 K-아츠' 사업과의 협력은 K-컬처 확산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박신영 CJ제일제당 Hansik245 프로젝트 매니저는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K-푸드의 우수성을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퀴진케이'의 활동 반경과 영향력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K-콘텐츠와의 협업 모델은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뉴욕의 부엌을 달군 열기는 한식이 세계 미식의 지형도를 바꿀 거대한 폭풍의 전주곡일지 모른다.
Cook&Chef / 제조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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