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이제 친환경농산물은 일부 소비자의 ‘고급 선택’이 아니다. 안전과 건강, 그리고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치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9일 발표한 「2024년 친환경농산물 소비자 인식 및 판매장 현황조사」 결과는 이러한 흐름을 수치로 증명한다.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 “최근 1년 내 친환경농산물 구매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6.8%로 전년 대비 소폭(0.6%p) 상승했다. 주요 구매 품목은 딸기·토마토 등 과채류(59.2%), 버섯류(49.6%), 상추·배추 등 엽경채류(47.8%) 순이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을 ‘더 안전할 것 같아서’(39.5%), ‘가족 건강을 위해’(31.1%),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싶어서’(13.6%)라는 이유로 선택했다.
반면, '맛'(4.8%)이나 '품질'(3.1%)은 선택 이유에서 크게 밀렸다. 이는 ‘기능’보다 ‘가치’에 무게를 두는 소비 성향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친환경농산물은 건강한 식탁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윤리적 소비로 해석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 확산의 걸림돌은 여전히 ‘가격’
그러나 가치 소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65.1%가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서’를 꼽았으며, 이는 지난 해에 비해서도 여전히 높은 수치다. 특히 2024년 유통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평균 20~30%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가격대는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전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국의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은 6,099개소로 전년 대비 47개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전체 매출은 2조 4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83억 원 줄었고, 인증 농식품 매출도 9,045억 원으로 813억 원 감소했다.
이는 소비자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유통은 늘고 있지만, 구조는 여전히 복잡
보고서는 또 다른 문제로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을 짚는다. 친환경농산물 유통은 대형마트 중심(68.1%)으로 운영되며, 직거래와 온라인 판매도 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새벽배송 이용률은 2022년 27.7%에서 2024년 35.1%로 증가하며,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급 안정성, 품질 유지 문제, 인증제도 불신 등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 및 공공기관 중심의 안정적 공급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생산지-소비지 간 연결망 부족, 품질 표준화 미비, 유통단계 과잉 등의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보고서는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소비자는 “정말 인증이 맞나?”는 의구심을 품는 이중의 불신 구조를 지적한다. 즉, 친환경 인증 자체에 대한 제도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제도와 시장, 함께 움직여야 지속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정책과 시장의 동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친환경농업의 생산성 자체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되었지만, 유통 구조나 인증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소비자 이탈은 불가피하다. 실제 보고서에서도 소비자 다수가 “친환경농산물에 관심은 있지만, 가격과 유통 신뢰 문제 때문에 선택을 망설인다”고 답했다.
김정욱 농식품혁신정책관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친환경농산물 소비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환경을 지키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기농업자재 지원, 할인 행사, 로컬푸드 연계 확대 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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