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주질의가 이어졌으나, 정작 위원회 명칭에 포함된 ‘식품’ 분야와 관련된 질의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농업, 축산, 수산 분야는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국민의 건강과 안전, 산업 전반에 직결되는 식품 문제는 철저히 공백으로 남은 것이다.
농해수위는 농림, 축산, 식품, 해양, 수산 등 다섯 축을 모두 아우르는 상임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식품’은 명칭 속 장식처럼 존재했을 뿐 실제 질의 과정에서는 단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 회의는 정부 각 부처의 예산 집행을 검증하는 결산심사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산심사는 지난 한 해의 정책 성과와 재정 집행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국회의 핵심 권한이지만, 식품안전·식품산업 진흥·소비자 보호 등 식품 관련 정책에 대한 질의는 전무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관심 부족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해수위 소관 부처 중 하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름 그대로 식품 정책을 주요 기능으로 담당한다. 그러나 국회 차원에서 식품 의제가 다뤄지지 않는다면, ▲가공식품 안전 관리, ▲외식산업 지원, ▲저출산·고령화 시대 식생활 정책, ▲K-푸드 세계화와 같은 핵심 의제들이 정치적 뒷받침 없이 방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과 수산업이 원재료 공급이라면, 식품은 최종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종합산업”이라며 “정작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식품’이 빠져 있는 것은 위원회의 존재 목적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이번 결산심사에서 드러난 ‘식품 실종’은 일회성이 아니라 국회 전반의 구조적 무관심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식품산업은 농·축·수산업과 달리 정책적 기반이 취약하고, 법안·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식품안전 및 식품산업 관련 소위원회 설치, ▲전문 보좌진 확보, ▲식품 관련 예산 세부 보고 강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 식품을 ‘산업’이자 ‘문화’로 인식하고, 국민 먹거리와 직결된 의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회의는 농해수위 명칭 속 ‘식품’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농·축·수산과 더불어 국민의 건강과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인 ‘식품’을 소홀히 다룬다면, 농해수위의 역할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식품’의 자리를 되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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