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프가 가져야 할 키워드, 숫자, 논리, 열정, 학습
글래도 호텔의 주방을 지휘하는 최재연 셰프는 날카로움과 섬세함, 그리고 강직하지만 부드러움을 겸비한 인물이다. 오랫동안 호텔에서 익히고 배웠던 조리기술뿐만 아니라, 주방경영과 타 부서와의 유대관계의 경험을 살려 직원들의 개개인을 아끼고, 존중하고 그들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가슴을 키우는 데 주력하며 스스로 솔선수범을 통해 몸을 낮추며 모든 일을 함께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호텔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최재연 총주방장의 요리철학과 조리사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앞으로 그의 인생 항로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소개해본다.
호텔 총주방장의 역할은 “조율”이라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더 쉬울 거 같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조율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악기 하나하나의 훌륭한 소리도 중요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가치가 각기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서로 보완해주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연주 될 수 있도록 해주는 협주에 있듯이 훌륭한 인재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예로 20세기 오케스트라 최고의 지휘자로 잘 알려진 ‘카라얀’은 완벽한 공연을 위해 지휘자와 악단원들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이를 위해 그는 신사적이면서도 엄격한 연습 분위기와 단원들의 악기소리와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눈을 감고 지휘 했다고 합니다. 지휘자에게 최고의 재료가 좋은 악기보다 뛰어난 단원이듯이, 신선한 식재료도 중요하지만 총주방장에게 최고의 재료는 훌륭한 조리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방의 요리를 책임지는 Chef 란?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영어 단어에 ‘Chef’ 철자와 비슷한 ‘Chief’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 무리의 우두머리 정도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Chef도 Chief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자신이나 팀의 결과물을 고객에게 평가 받고, 선택을 받기에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Chef는 “끈임 없이 자기 개발이 필요한 직업” 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요리 종류가 무수히 많고 만드는 사람들 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비법들이 있습니다. 이를 배우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내려면 끊임 없는 학습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요리는 문화이기 때문에 이해를 해야 진정한 맛을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업에 임하지 않으면 절대 버틸 수가 없는 것이 ‘Chef’입니다.
‘Chef’로서 자격에 대한 생각과 나만의 좌우명이 있다면
조리는 숫자와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요리 과정을 보면 생각보다 숫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레시북만 봐도 숫자가 상당하죠. 또한, 조리는 과학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정성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논리적인 부분이 상당합니다. 이에 조리에 열중하다 보니 숫자가 주는 무게가 상당합니다.
레시피 북의 계량부터 재료의 크기, 중량, 오븐의 온도, 조리 시간 등 조리 과정의 모든 것이 숫자와 연관 있습니다. 이들 숫자 중에 조금이라도 달라지거나 균형을 잃는다면 요리가 원하는 방향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리 과정뿐만 아니라 매출, 원가, 영업이익, 식재료 품목의 단가 등도 모두 숫자이기에 숫자와 매우 친숙해야 합니다. 논리도 요리와 매우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세상 어떤 요리도 이유 없이 그냥 탄생한 요리가 없고, 그냥 들어가는 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이유가 있고 논리적으로 연관 또는 설명이 되어야 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로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저희 글래드 여의도 뷔페 레스토랑 ‘그리츠(Greets)’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그니처는 ‘양갈비 스테이크’입니다. 특히, 올해 저는 호주축산공사의 양고기 홍보대사(램버서더 Lambassador)로 임명되어 최상의 품질의 양고기 요리를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양고기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양고기를 비롯해 여러 육류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양고기는 여러 부위를 특화해 HMR(가정 간편식)로 개발하여 판매 중이고, 판매량이 타 호텔들이나 외식업체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와 함께 인기 있는 프로모션 메뉴들이 있는데 튀긴 가지 샐러드, 샤프란 소스와 랍스터 구이, 비풍당 새우, 고등어 소바 등도 인기가 많습니다. 디저트에서는 수제 ‘에끌레어’가 단연 최고입니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요즘의 요리 트렌드는?
“좋은 요리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간을 잘 맞추는 것입니다.” 막내 시절 선배가 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막내 주제에 별별 거창한 얘기를 했더니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는 간단 명료하게 “간을 잘 맞춘 요리”라고 해줬는데,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결국 간을 잘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요리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고 가장 기본인 재료 준비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항상 고객을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거죠.
글래드 호텔의 요리 특색, 또는 차별성은?
“변화라고 한 단어로 정리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글래드 호텔의 대표 레스토랑인 ‘그리츠(Greets)’는 매년 새로운 프로모션을 선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른 분기를 설정하고 매번 다른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음식의 70%가량을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프로모션별 끊임없이 변화, 차별화하려는 노력과 실행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큰 선박의 진가는 항해에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선박의 진가를 제대로 알려면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아니라 태평양과 같이 크고 거친 바다를 항해해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는 데 있듯이 팀의 목표를 설정하고 팀원들과 함께 도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텔 고객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총주방장으로서 팀원들보다 더 부지런히, 더 멀리보고, 더 많이 알고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림으로서 팀원들에게 공동의 목표와 도전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하려 합니다. 또한, 상황별 최고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독단적인 생각보다 동료들과의 소통을 통해 집단 지성의 힘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 또는 희망사항은?
“살아있는, 역동적인 레스토랑” 만들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노팅힐’의 후반부, 줄리아 로버츠의 대사 중 휴 그랜트에게 사랑을 갈구하면서 본인의 유명세와 관련해서 하는 명대사가 있는데, “인기는 구름과 같이 흘러가는 허상이죠. 저 역시 한 남자 앞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 일 뿐이에요”입니다.
Chef란 직업의 제 입장과 너무 비슷해서 좋아합니다. 항상 고객을 대하고 피드백을 받는 직업의 특성, 고객님들의 좋은 코멘트와 사랑은 항상 감사하지만 제가 소홀히 하면 고객님들의 사랑과 관심도 흘러가는 구름일 수 있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고객에 대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실행하는 살아있는 역동적인 레스토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무한한 노력과 도전이 필요한데 이점이 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속에 담겨있는 하고 이야기는?
“팀원들에게 항상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결국 현장에서 고객을 대하고 고객에게 좋은 코멘트를 받을 수 있는 요리를 내는 것은 팀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남들 쉴 때 일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으로 Chef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평범할 수 없습니다. 항상 믿고 기다려 주는 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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