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박은 시작일 뿐… 고대 도시, 절경, 미식까지 연결되는 항해

[Cook&Chef = 조용수 기자] 떠나는 순간, 목적지는 내가 정한다. 해안선을 따라 흐르듯, 고대 도시를 배경 삼아 정박하고, 유럽의 감성과 아시아의 따스함을 동시에 누린다. 요트 여행은 이제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튀르키예에서는 누구나 바다 위에서 하루쯤, 아니 열흘쯤은 꿈꿔볼 수 있다. 자연을 벗삼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여유가 달리 있을까?
남쪽으로는 지중해, 서쪽으로는 에게해, 북쪽으로는 흑해와 맞닿은 튀르키예는 지금, 요트족들의 낙원으로 급부상 중이다. 8,000km에 달하는 해안선과 국제 수준의 마리나 인프라, 그리고 도시마다 다른 개성과 경험이 어우러져, 선상에서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안탈리아 : 바다와 고대 도시, 그리고 별빛 아래 유적까지
튀르키예 리비에라의 심장, 안탈리아는 1년 내내 햇살이 쏟아진다. 연중 300일 맑은 날씨에, 깨끗한 블루 플래그 해변과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 ‘카쉬’까지 갖췄다. 요트로 도착하는 순간,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든다. 칼레이치의 고풍스러운 항구에 닻을 내리고 골목을 산책하거나, 케메르의 소나무 향 가득한 만(灣) 위에 정박해 조용히 하루를 흘려보내는 것도 좋다. 저녁이 되면 ‘나이트 뮤지엄 프로젝트’ 덕분에 고대 유적들이 별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아스펜도스, 파타라, 시데 등의 유적지는 여름철 밤 10시까지 운영돼, 박물관 투어도 이제는 달빛 아래 거니는 야간 산책처럼 즐길 수 있다.
무을라 : 보드룸에서 괴제크까지, 럭셔리 마리나의 진수
튀르키예에서 요트 하면, 무을라다. 보드룸, 마르마리스, 페티예, 괴제크…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이 해안 도시들은 모두 무을라 주(州)에 속한다. 보드룸의 얄리카바크 마리나는 유럽 최고 슈퍼요트 마리나로 선정된 바 있으며, 전 세계 VIP 요트족들의 ‘핫플’로 통한다. 디자이너 부티크, 세계적인 셰프의 다이닝, 심지어 여름이면 팝스타들의 콘서트까지 열린다. 마르마리스는 천연 항만을 갖춘 안전지대, 페티예는 한적한 정박지와 자연 속 액티비티가 인상적이다. 괴제크와 고코바처럼 조금 더 조용한 바다를 원한다면 숨어 있는 만들을 찾아보자. 당신만의 비밀 해변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즈미르 : 도심 감성 + 에게해 감성, 둘 다 갖춘 요트 여행
‘에게해의 진주’ 이즈미르는 도시적 감성과 휴양지의 여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마리나는 체쉬메, 알라차트, 포차 등 소도시까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알라차트는 세계적인 서핑 명소로도 유명한데, 요트를 타고 도착해 바다 위에서 서핑보드로 갈아타는 풍경도 이즈미르에선 흔한 일상이다. 와인 루트를 따라가는 육상 여행도 추천. 세페리히사르 같은 슬로우 시티는 정박 후 산책하기 좋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리듬을 품고 있다.

이스탄불 : 보스포루스를 따라 항해하는 도시 탐험
이스탄불은 ‘물 위의 도시’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도시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보스포루스를 따라 자리 잡은 마리나들이 많아, 요트로 도시 전체를 탐험할 수 있다. 칼라므슈, 아타코이, 타라비아 등 마리나는 대형 요트도 정박 가능한 규모를 자랑하며, 수리소, 급유소, 세탁실,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까지 완비돼 있다. 요트에서 내려 택시 한 번 타면 곧바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나 숨은 골목 맛집까지 접근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의 야경을 요트 위에서 바라보는 경험. 이것 하나로도 이스탄불에 정박할 이유는 충분하다.
요트 없어도 괜찮다… 투어나 렌트도 가능
“요트가 있어야 요트 여행을 하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튀르키예 대부분의 마리나에서는 요트 투어와 렌털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어, 단 하루만으로도 특별한 항해를 경험할 수 있다. 하루 투어부터 3박 4일 크루즈까지, 예산과 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하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뜨거운 태양아래 청량한 바다에서 즐기는 여름’. 튀르키예에서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요트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여행의 본질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가장 매혹적으로 펼칠 무대, 지금은 바로 튀르키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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