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김치, 그리고 대파.
오래된 식재료가 젊은 셰프들의 손끝에서 새로 태어났다. ‘2025 친환경 K-FOOD 창업요리대전’ 현장에서였다.
호남대학교 드림라이프대학과 외식조리베이커리학과 학생들이 제철 재료와 발효 기술을 창의적으로 조합한 메뉴를 선보이며 대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김치발효트랙’ 학생들로 구성된 ‘미식여행’ 팀은 금상과 함께 한식진흥원 이사장상을 수상하며 발효음식의 교육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발효의 언어로 배운 기다림과 해석
호남대학교 드림라이프대학 김치발효트랙은 중장년층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 학습자들이 김치 이론과 실기를 함께 익히는 전문 과정이다. 호남대는 이 과정을 통해 김치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김치 기술사'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호남대학교 이선호 교수는 “같은 레시피, 같은 계량으로 김치를 담가도 맛은 다릅니다. 발효는 기다림의 미학이고, 그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재료에 대한 존중과 인내를 배웁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치발효트랙에서는 단순히 김치를 만드는 법을 넘어서, 재료의 성질과 효능을 공부하고 최적의 숙성 및 보관법까지 실습한다. 이 과정은 단순 조리교육을 넘어, 살아있는 전통음식인 발효식을 통해 건강한 삶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교육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뿌파와 김치, 창의성과 지역성의 만남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발효와 로컬 식재료, 그리고 창의적인 조합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됐다. 김치발효트랙 ‘미식여행’ 팀은 오징어 뿌파롤, 뿌파품은 쇠갈비, 금귤정이라는 이름의 코스를 선보였다. ‘뿌파’는 아쿠아포닉스 기술로 재배된 대파로, 농업회사법인 ㈜천리팜에서 특별 제공한 친환경 식재료다.
외식조리베이커리학과의 5개 팀은 ‘뿌파 장어전골’, ‘뿌리파 떡케이크’, ‘뿌파 스프레드와 빵’, ‘뿌파 단촛물 오이선’ 등 대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관객과 심사위원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선호 교수는 “학생들이 제철 채소의 성질과 효능을 실습하며 터득한 감각을 메뉴에 잘 녹여냈다”며, “이런 경험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평가했다.

영셰프들이 김치로 향하는 세계
이번 대회 금상 수상자는 김치발효트랙 2학년 이맹두·정효나·임시현 학생, 외식조리베이커리학과의 한금진(2학년)·유지온·조은채(1학년) 학생이다. 각각 김치라는 전통 발효음식과 대파라는 지역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금상을 차지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160여 가지 김치가 있습니다. 이번 실습을 통해 학생들이 기능적 김치와 응용 김치 개발의 가능성을 스스로 체험했고, 김치를 세계 시장에 알릴 식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게 된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끈기, 위생, 언어… 영셰프의 자격입니다”
이선호 교수는 미래의 셰프들에게 세 가지 자질을 강조했다. 바로 끈기, 위생, 그리고 언어다.
“요즘은 취업 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지속성,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또 K-Food는 세계로 나아가는 중이니, 기본적인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회화 능력은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은 맛이 먼저지만 위생이 전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요리 실습을 넘어, 셰프로서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포함한 인문학적 교육이 발효음식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남도 김치에서 세계로, 교육의 확장
호남대학교는 단순한 조리기능 교육에서 벗어나 ‘식생활 문화와 건강’을 아우르는 전문 인재를 키우고 있다. 특히 드림라이프대학은 중장년층의 평생학습은 물론, 재취업·창업을 위한 발효음식 기반 교육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일무이한 사례로 주목된다.
이선호 교수는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발효음식을 통해 제품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함께 고민하는 젊은 셰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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