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풀무원 등 K-푸드 기업, 유럽·미국 시장까지 영향력 확대

[Cook&Chef = 송채연 기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알리는 공식 홍보영상이 2일 공개되자마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에는 셰프 안성재를 비롯해 가수 지드래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축구선수 박지성, 영화감독 박찬욱, DJ 페기 구 등 K-컬처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항공기 주차관리원으로 깜짝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출을 맡은 신우석 감독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은 이번 영상을 기존 국가 행사 홍보물의 틀에서 벗어나 “광고가 아닌 콘텐츠”로 만들어냈다. 특히 한옥 외관의 식당을 메인 무대로 설정하고, 박찬욱 감독이 비빔밥을 먹는 장면과 안성재 셰프가 첨성대 모양의 음식을 내놓는 장면을 배치해 한식의 전통과 현대적 세련미를 동시에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영상 속 배경은 한국이 가진 미식 문화의 정체성과 세계적 확장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연출은 단순한 국가 홍보가 아니라, K-푸드의 세계화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문화적 선언에 가깝다. 한옥이라는 전통 공간 안에서 글로벌 아이콘들이 한식을 즐기고, 대통령이 직접 등장해 세계 각국의 항공기를 맞이하는 장면은 “세계가 K-푸드를 중심으로 모인다”는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K-푸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최근 몇 년간 K-푸드의 글로벌 확산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올해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은 사상 최초로 9월에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전년도보다 18일이나 앞당겨진 수치다.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하며 1위를 유지했고, 유럽·중동(GCC)·CIS 등 다양한 시장에서 라면, 김, 김치, 소스류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건강·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리며 김과 김치 같은 전통 식품뿐 아니라, 저탄고단(저탄수·고단백) 식품, 비건·채식 기반 메뉴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2025 서울미식 100선’을 발표하며 한식 레스토랑을 28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렌치·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주류를 이뤘던 서울 미식 지형도가, 이제는 전통 한식과 그릴·채식 기반의 한국식 조리법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서울의 미식 경험이 점점 한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도 가속화
국내 식품 기업들도 발 빠르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에는 팔도와 풀무원이 대규모로 참가해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다. 팔도는 비빔면을 중심으로 ‘콜드 누들’ 콘셉트를 선보이며 글로벌 소비자에게 한국식 냉면·비빔면의 새 매력을 알릴 계획이다. 풀무원은 ‘정통 K-푸드의 맛과 즐거움’을 테마로 두부, 아시안 누들, 떡볶이, 김치 등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대거 공개한다. 현지 유통망인 독일 에데카 플래그십 매장에 ‘풀무원 K-푸드존’을 설치해 체험형 마케팅도 병행한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문화적 메시지와 기업의 전략적 시장 개척이 맞물리면서 K-푸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마케팅은 K-푸드의 가치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K-드라마와 예능 속 PPL, K팝 콘서트와 연계한 현지 시식 행사 등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을 노출시키고 있다.

한식, 세계 미식의 새로운 중심으로
이번 APEC 홍보영상은 한국 음식이 더 이상 낯선 이국의 맛이 아니라, 세계 문화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듯하다. 전통 한옥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식 식탁은 서울과 한국이 가진 미식의 깊이를 담아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문화·정체성·경제가 연결된 K-푸드 글로벌 전략의 상징”이라고 평가한다. 국가적 이벤트가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한식의 세계적 인기에 대한 메시지를 한 번에 담아낸 셈이다.
다가올 2025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무대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미식과 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K-푸드는 이제 수출 품목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으며, 세계 식탁에서 점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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