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라는 직업이 태어나기 전부터 천직으로 정해져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워커힐 미래에셋 파로그랜드 일식주방장 정길영 셰프. 대학을 들어갈 때도 식품공학이라는 요리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법한 과에 지원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 듯 한 생각이 든다며 지난 옛 추억에 잠긴다.
CHEF STORY - 워커힐 미래에셋 파로 그랜드 정길영 셰프
'요리는 과학이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요리경력 18년차인 정길용 셰프는 전공이 식품공학인 이학전공자이다. 식품의 물성이나 공정등 이론을 공부한 그는 주방보다 대학 강단이 어울리는 아카데믹한 분위기의 셰프이다. 그는 조리사란 직업에서 접하게 되는 여러 가지 요리 원리들을 나름, 대학에서 전공한 기반지식들을 통해 좀 더 과학적으로 풀어낸다고 한다. 요리를 하다보면 도제식교육이 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요리법들이 정확한 이론과 과학적 근거 없이 경험적 지식위주의 주입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요리법의 응용범위가 좁아지고 배운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조리사가 되기 쉬운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조리법 전달을 통해 구성원들이 응용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게 정길용 셰프의 조리사로서의 생활 방식이다.
첫 직장이자 15년을 한결같이 근무한 워커힐 호텔, 그래서 요리의 시작은 그야말로 도제교육으로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적응의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 다른 셰프들 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어야 했고, 그때의 조리장님이나 동료들의 큰 도움으로 오늘의 자리에 이른 것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생활하고 있다. 프랑스 조리사로 호텔에서 근무하셨던 아버님 덕에 철들기 전부터 자주 접하는 책도 요리책이었고, 어린 나이에 요리책에 나와 있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요리사진들이 여타 문자로 되어있는 책들보다 흥미를 유발시켰다고 한다.
“대학 진학도 입시라는 제도교육에 묻혀 요리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휴학을 하는 동안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되어 요리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어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미래에셋 파로그랜드가 오픈하며 외부사업팀에 소속이 되어 이곳에 와 조리복을 입고 근무한지도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이곳 파로그랜드는 일식과 중식이 같이 있어서 서로의 장점을 받아드릴 기회가 많습니다. 또한 일식과 중식을 혼합한 컨비네이션 요리가 개발되어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이곳 조리사들의 장점입니다. 또한 일식당에도 컨벤션 오븐조리기구를 들여놓아 조리시간이 짧아 효율적인 조리문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일식이라는 요리가 제철에 나는 재료를 엄선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요리이며, 요즘의 요리 트랜드가 재료 자체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고 그 밖의 인공적인 가미를 최대한 자제하는데 이것이 바로 일식이 추구하는 최선의 요리법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오늘날의 세계 각국의 미식가들이 일식을 선호하는 이유일 것 같다고 설명하는 정길용 셰프.
땀 흘리면서 일하며 느끼는 노동의 희열이 살아가는 삶의 보람이라며 머리와 육체를 함께 움직여 만든 결과물이 좋은 평가를 받고 고객을 만족시킬 때 조리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요즘 요리에 입문하는 젊은 후배들을 보면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조리사의 화려한 면만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하여 우려를 하고 있다. 조리사라는 직업을 시작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화려한 면보다 더욱 힘들고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조리사의 화려한 한쪽만을 보고 처음 조리사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배로서 걱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모든 조리사들이 자신이 많은 노력을 들여 시간이 지나고 적정한 위치에 올라선다면 자신이 꿈꿔왔던 세상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견디어 내고 일어서야 합니다. 물론 어떤 일이건 그 분야에서 정통하고자 하면 많은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는 것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조리사라는 직업은 그 노력과 희생의 양이 생각 이상인 직업이란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조리사는 ‘밥이나 해주는 사람’ 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외식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직업인으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정길용 셰프는 시대가 많이 변해 조리사들도 지적 수준이나 교육 수준도 여타 직종 못지않게 상당히 높아졌고, 스타 셰프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영광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읽고 조리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사회적 지위나 역할을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요리는 과학입니다. 자신의 요리가 감동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신념이자 조리사들의 신념일 것입니다. 요즘 한식의 세계화라는 물결에 휩쓸려 다른 분야 요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한식이 세계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요즘은 융합의 시대입니다. 한식이라는 틀 안에 갇혀 생각하다 보면 진정한 세계화를 놓칠 수 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전통을 뛰어넘어 다양한 문화를 수렴하여 재탄생 시킬 때 더욱 강력한 한식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스타 셰프가 꿈인 그의 소망이 한 여름의 햇살 속에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되어 가까운 어느 날 그의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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