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17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어기구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시)은 “농민이 농산물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라며 농산물 유통비용의 불합리한 구조를 강하게 지적했다.
어 위원장은 “농민이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내다 팔 경우 위탁수수료와 하역비가 최근 5년간 각각 25%, 10% 증가했지만 도매법인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33% 늘었다”며 “결국 농민이 1천 원어치를 팔아도 절반 이상이 유통비용으로 빠져나간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품목을 들어 “월동무의 유통비는 78%, 양파는 72.4%, 대파 60.6%, 가을배추 60.2%, 사과는 52.3%에 달한다”며 “천 원짜리 농산물 중 700원이 유통업자에게 돌아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는 농민의 소득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식탁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생산자가 제값을 받지 못하면 품질 관리나 재배 지속성에도 한계가 생기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비싸고 불안한 식재료’로 돌아온다.
어 위원장은 “유통비용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의 문제”라며 “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농산물 유통비용은 연간 약 15조 8천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의 평균 유통 마진은 8.2%에 불과해 매우 효율적이지만, 현재 전체 유통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년 내에 온라인 도매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각 시도별로 확산시키겠다”며 “이 제도가 정착되면 농민의 실질 수익이 8.2%에서 1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어 위원장은 “정부도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률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참여율이 낮은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854억 원이던 관련 예산이 내년 1,3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만큼,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체감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감 발언은 유통 구조의 문제를 ‘가격’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함을 보여준다. 유통비용의 절반이 중간 단계에서 사라지는 현실은 결국 소비자에게 비싼 장바구니로 돌아오고, 셰프와 식당에게는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조정하는 것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하나의 부엌이다. 농민이 제값을 받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식재료를 고를 수 있는 구조야말로 한식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다. 유통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곧 농가를 살리고, 소비자의 식탁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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