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2’가 오는 12월 공개를 확정했다. 심사위원석에는 다시 백종원 대표가 앉는다. 시즌1의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제작진의 자신감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중의 눈길은 이미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섰다. 공인의 자격 문제, 그리고 윤리적 기준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100여 명의 셰프와 300~400명의 스태프가 연계된 프로젝트이므로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설명한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책임을 대중에게 전가한 결정으로 비칠 수 있다. 흥행의 무게와 사회적 신뢰 사이에서, 플랫폼과 제작진은 안이하게 흥행 쪽으로 기울어 버린 것은 아닐까.
요리 프로그램은 단순 오락이 아니다. 셰프와 음식은 곧 신뢰의 상징이다. 요리를 만든 사람의 철학과 태도가 음식의 가치에 녹아든다. 그런데 공인의 도덕성이 의심받는 인물이 다시 방송에 서는 순간, 그 무대는 신뢰보다는 불편을 불러온다.
인기를 이유로, 시청률을 명분으로, 윤리 문제를 덮고 지나갈 수 있을까. 이번 사안은 “대중문화에서 어디까지가 용납될 수 있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 요리를 단순히 ‘맛있다, 재미있다’로만 평가한다면, 음식이 지닌 사회적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다.
요리와 방송은 단순한 감각의 영역을 넘어선다. 우리는 요리를 먹으며 사람과 맥락을 함께 소비한다. 재료의 산지, 생산자의 노동, 셰프의 철학이 모두 한 접시에 담긴다. 그렇다면 심사위원의 자리는 단순한 미각 심판대가 아니라, 윤리적 입맛을 대표하는 자리여야 하지 않을까.
대중은 단순히 요리의 맛을 보고 웃고 즐기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이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가치를 세워두는가를 함께 평가한다. ‘윤리적 입맛’은 단지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이다.
비슷한 논란은 해외에서도 존재한다. 미국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는 과거 막말과 성차별적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일부 방송사가 출연 재고를 검토했지만, 끝내 시청률과 브랜드 파워를 이유로 그대로 밀고 나갔다. 결과는? 프로그램은 흥행했지만, 여전히 “방송이 돈을 위해 윤리를 희생한다”는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판 ‘흑백요리사2’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인물의 도덕성을 묻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요리와 셰프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에 대한 집단적 질문이다. 음식은 문화이고, 셰프는 그 문화를 매개하는 얼굴이다. 신뢰할 수 없는 얼굴이 계속 전면에 나선다면, 결국 타격을 입는 것은 전체 한식 문화의 공신력이다.
따라서 ‘윤리적 입맛’은 단지 개인적 취향이나 정치적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공유할 최소한의 공적 기준이다. 방송사와 플랫폼이 이를 도외시하고 흥행에만 몰두한다면, 그 후과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현장 셰프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흑백요리사2’라는 제목은 선명한 흑과 백의 대결 구도를 내세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번 논란은 오히려 흑백 사이의 회색 지대, 즉 윤리와 흥행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국 요리문화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넷플릭스는 공개를 강행했고, 대중은 결국 시청 여부로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 사람은 윤리적 입맛을 가졌는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이 맛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 질문이 남는 한, ‘흑백요리사2’의 무대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윤리적 기준을 묻는 사회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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