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신현우 기자]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잦아지는 소나기는 어느덧 여름의 정점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알린다. 날씨가 더워지면 열기에 지치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다가오는 행복한 시간이 하나 있다. 바로 ‘여름휴가’다.
이미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워둔 분들도 있겠지만, 만약 아직 고민 중이라면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역의 전통주를 찾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제주의 지역적 특색을 조금 설명해보고자 한다. 제주는 화산섬으로서 현무암이 대지를 대부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물을 가두어야 하는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더욱 발달하였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쌀은 매우 귀했고, 메밀, 조, 보리와 같은 밭작물이 주식으로 발달하였다. 그로 인해 제주는 쌀떡이 아닌 차조를 곱게 갈아 익반죽한 뒤 겉에 팥고물을 묻힌 오메기떡이라는 특산물이 생겨난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오메기떡을 떡으로만 즐긴 것이 아니라 술로도 빚어 활용했다. 오메기술은 제주의 집집마다 빚던 가양주로, 제사를 비롯해 신에게 술을 올리는 제의와 각종 경조사에 두루 사용됐다.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 온 오메기술은 오늘날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많은 가양주들과 같이 오메기술도 일제강점기 시절 시행된 주세법으로 인해 많은 가정에서 맥이 끊겼다. 당시 주세법은 집에서 빚는 술을 불법화하고 단속함으로써 더 이상 술을 빚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에는 전통 방식으로 오메기술을 빚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그 전통을 이어 아직까지 전통 방식대로 오메기술을 빚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자리한 술다끄는집의 강경숙 명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이자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8호인 강경숙 명인은 제주 고유의 오메기술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술다끄는집은 성읍민속마을의 제주 전통 초가에 자리하고 있다. 현무암과 새(띠), 흙으로 지은 초가는 제주의 옛 생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머니께 배운 오메기술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강 명인의 오메기술은 누룩부터 다르다. 쌀이 귀했던 제주의 특성에 맞춰 보리를 사용해 누룩을 빚고 제주 전통 초가에서 발효한다. 제주 전통 초가에는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된 다양한 효모들이 자리 잡고 있어, 강 명인의 누룩은 다른 누룩들과 다르게 약간의 붉은색을 띤다.
전통의 방식과 장소에서 만든 누룩에 차조를 곱게 빻아 익반죽한 뒤 팽이 모양으로 빚고 가운데를 오목하게 눌러 모양을 잡는다. 이후 끓는 물에 차조 반죽을 삶아내면 오메기떡이 완성된다. 만들어진 오메기떡은 뜨거운 상태에서 빠르게 찧어 서로 엉겨 붙도록 한 뒤 물을 넣어 걸쭉한 상태로 만든다. 여기서 넣는 물은 맑은 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귀했던 제주에서는 차조 반죽을 삶아낸 물을 사용하는 것이 전통 방식이다. 완전히 식힌 뒤 준비한 누룩을 넣어 발효하면 오메기술이 완성된다.
강 명인의 오메기술은 탁한 색을 띠고 걸쭉한 형태를 지녔으며, 마시면 새콤한 맛과 함께 은은한 단맛, 감칠맛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탁주의 맛을 선사한다.
이번 여름,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의 삶과 문화가 담긴 오메기술 한 잔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Cook&Chef / 신현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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