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심사위원단과 함께 휴게소 시그니처 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 = 한국도로공사
[Cook&Chef = 이경엽 기자] 무더운 여름, 고속도로 위 피곤한 여행길.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기대 없이 집어든 국밥 한 그릇이 생각보다 깊은 맛을 품고 있다면? 그건 단지 운이 좋은 게 아니다. 이제 휴게소 음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5일 김천 본사에서 ‘2025 휴게소 음식 FESTA’를 개최하고, 전국 15개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음식(BEST 15)을 선정해 발표했다. 음식의 맛은 물론, 로컬 식재료 활용도와 가격까지 두루 따진 결과다. 소비자는 더 건강한 한 끼를, 지역은 더 넓은 판로를 얻는 방식이다.
“진짜 국밥이었습니다”… 휴게소 대상, 용인 성산한돈 뼈해장국

이번 행사에서 대상을 수상한 메뉴는 죽전(서울)휴게소의 ‘용인 성산한돈 뼈해장국’이다. 성산포크만을 고집해 우려낸 국물은 깊고 담백하며, 큼직한 돼지 등뼈와 정갈한 밑반찬까지 곁들여지면서 이름값을 한다. 가격은 11,000원.
현장에서 심사를 맡은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유명 국밥집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배 채우기가 아닌, 휴게소에서 ‘지역을 맛보는 경험’이라는 설명이다.
맛과 지역의 가치 모두 담은 메뉴들

최우수상에는 익산미륵사지(천안)휴게소의 ‘마마텐동’과 칠곡(부산)휴게소의 ‘왜관 수제소시지 부대찌개’가 선정됐다. 바삭한 튀김과 고소한 감칠맛을 앞세운 텐동, 독일 전통 방식 수제 소시지를 녹여낸 부대찌개 모두 지역 특산물의 스토리와 맛을 동시에 살린 메뉴들이다.
이외에도 안산휴게소의 ‘대부도 포도고추장 보자기 비빔밥’, 서울만남(부산)휴게소의 ‘말죽거리 한돈 동파육 덮밥’, 경주휴게소의 ‘경주한우 물회’ 등 각 지역 특산물을 전면에 내세운 다채로운 메뉴 15종이 시그니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비자는 맛있고, 지역은 살아나고

주목할 점은 단순히 음식만 선보인 것이 아니라, 전국 9개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는 특별관도 함께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홍천옥수수, 문경오미자, 무안양파, 함안 복숭아 등 제철 재료들이 전시되었고, 이를 활용한 이색 간식류(콩 순두부 아이스크림, 대추라떼 등)도 휴게소 먹거리로 소개됐다.
이러한 시도는 휴게소를 지역 농산물 소비의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익숙한 휴게소 풍경 안에서, 소비자는 지역 농산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해당 지역의 브랜드 가치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미각과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쉬는 곳’에서 ‘머무는 이유’로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사장은 “전국의 특색 있는 농산물을 활용한 휴게소 대표 음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지역과 소비자가 연결되는 교차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휴게소 음식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휴게소 음식은 대충 때우는 식사가 아니다. 맛과 이야기가 담긴 한 그릇,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의 매력을 품은 휴게소의 진짜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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