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보양식으로 흔히 떠올리는 메뉴 중 하나가 추어탕이다. 미꾸라지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칼슘, 철분 등이 가득해 원기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식 추어탕의 원조라 불리는 곳이 있다.
1932년 문을 연 추어탕 전문점 용금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까지, 무려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식 추어탕의 맥을 이어온 노포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구르망에도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구 다동에 위치한 용금옥이 본점이며, 통인동의 용금옥은 창업주의 셋째 며느리가 차린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용금옥에 관해 “1932년에 영업을 개시한 오랜 전통의 추어탕 전문점. 서울식 통추어탕과 삶은 미꾸라지를 갈아 넣은 남도식 추어탕을 함께 선보인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준비하는 모든 음식에는 오랜 세월 용금옥을 지켜온 주인장의 애정 어린 손맛이 담겨 있다. 계절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이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라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추어탕’ 대신 ‘추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3대째 가업을 이끌어오고 있는 본점의 신동민 대표는 “추(鰍) 자에 이미 물고기 ‘어(魚)’가 들어가 있는데, 추어탕이라고 하면 동어반복”이라 말한다. 용금옥이 ‘추탕’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에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을 지키려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용금옥의 대표 메뉴는 고춧가루로 붉게 물든 얼큰한 국물에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은 서울식 추탕이다. 원래는 통으로 미꾸라지가 들어가지만, 주문을 하면 직원이 “갈아서 드릴까요, 통으로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미꾸라지를 갈아 넣은 추탕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도 좋다. 반면 통으로 넣은 추탕은 씹는 맛이 살아있고 국물이 보다 맑다.
뚝배기에 담긴 서울식 추탕은 요란하게 끓으며 테이블 위에 오른다. 육개장처럼 붉고 진한 국물, 그 안에는 유부와 각종 버섯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통째로 들어간 미꾸라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엔 다소 놀랄 수 있지만, 한 숟갈 떠보면 생각이 바뀐다. 소 곱창으로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을 풀어 만든 국물은 진하고 구수하며, 얼큰함이 과하지 않다. 미꾸라지는 뼈째 씹어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갈지 않았기에 국물은 오히려 더 맑고 담백하다.
이 집의 추탕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맛이다. 남원식, 원주식 추어탕과는 전혀 달라서 새로운 느낌이기도 하다. 기존에 알던 추어탕과 달리 국물이 걸쭉하지 않은데도 깊이가 있으며, 뒷맛은 깔끔하다.
추탕을 즐기는 방식도 다소 다르다. 먼저 파를 듬뿍 넣고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더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국수를 넣으면 ‘추탕국수’처럼 즐길 수 있다. 국수를 다 먹은 뒤에는 밥을 말아 먹는다. 그리고 반쯤 비웠을 즈음, 테이블 위에 놓인 산초가루를 살짝 더해보자. 얼큰함 뒤에 은은한 향이 더해진다.
이곳은 문인과 기자, 정치인 등 수많은 인사들이 사랑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격변의 시대를 지나오며, 용금옥의 추탕은 사람들의 속을 데우고 마음을 붙잡아 왔다. 3대에 걸쳐 이어져 온 용금옥은 지금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선대의 맛을 지키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바삐 변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변하지 않는 한 그릇을 내놓는 것. 이것이 용금옥이 지난 90여 년 동안 해온 일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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