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으로, 즙으로, 따뜻하게…마를 가장 똑똑하게 먹는 법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산속에서 겨울을 맞는다는 건, 오늘을 버티는 일부터가 전쟁이다. 먹을 것이 끊기면 사람은 힘을 잃고, 힘을 잃으면 마음이 먼저 꺾인다. 오래전 중국의 전란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선명하다. 험준한 산으로 몸을 피한 병사들이 굶주림 끝에 발견한 것은, 말이 마른 덩굴을 뜯어 먹는 장면이었다. 땅을 파보니 고구마처럼 생긴 뿌리가 달려 나왔고, 끈끈한 즙은 갈증을 달래주었다. 신기하게도 많이 먹어도 속은 편했고, 병사들은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그 뒤로 ‘산에서 우연히 만난 약초’라는 뜻의 이름이 붙고, 몸을 보하는 약이라는 의미로 불리게 된 것이 바로 마다. 시기와 지명이 분명하지 않은 설화일지라도, “속을 살리고 체력을 붙이는 뿌리”라는 마의 본질은 이 이야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
마는 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봄이나 가을에 덩이뿌리를 수확해 식품이자 약재로 활용해 왔다. 고구마와 닮았지만 색은 감자에 가깝고, 생으로 먹으면 사각사각한 식감이 살아 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별칭이 유난히 많은 식물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덩이줄기 형태가 부처의 손바닥을 닮았다 하여 불장서라 불리기도 하고, ‘산약(山藥)’이라는 약재명으로는 장수식의 상징처럼 전해진다. 우리 기록에서도 마는 흔적을 남겼다. 백제 무왕이 어린 시절 ‘서동’이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여기서 서동은 마를 캐어 팔던 아이를 뜻하는 이름으로 해석된다. 결국 마는 귀한 약재와 서민의 식재료 사이를 오래 오가며 식탁과 약장을 동시에 지켜온 존재였다.
위가 편해야 몸이 산다…마가 ‘속의 보양식’으로 불리는 이유
마를 반으로 자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끈끈한 점액질이다. 이 점액질의 핵심으로 꼽히는 성분이 뮤신이다. 뮤신은 점막을 보호하고 회복을 돕는 쪽으로 알려져, 속 쓰림이나 만성적인 위 불편감을 겪는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감싸주는 음식’으로 입소문이 났다. 위산이 과해 속이 타는 느낌이 있거나, 식도 쪽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마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속이 편해지면 식욕이 돌아오고, 소화가 따라오며, 그때부터 체력 회복이 시작된다. 그래서 마는 단순히 '정력 음식'이라는 표현보다, 소화 기반의 기력 회복 식품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마의 강점은 뮤신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마에는 아밀라아제, 디아스타아제 등 소화 효소가 언급되는데, 이런 효소들은 음식 분해를 돕고 영양 흡수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바쁜 생활 속에서 속이 더부룩하고 식후 불편감이 잦을 때, 마를 ‘천연 소화 보조 식품’처럼 찾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특히 생으로 먹거나 갈아 먹을 때 효소의 특성이 더 살아난다고 여겨져, 마즙이나 생주스 형태의 섭취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혈관·부종·피로까지…마가 ‘전신 컨디션’에 닿는 방식
마가 ‘산에서 나는 장어’라는 별명을 얻은 배경에는 자양강장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마는 단백질과 함께 다양한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가운데 아르기닌은 피로감이 쌓일 때 자주 거론되는 성분이다. 아르기닌은 체내 대사 과정에서 피로 물질로 불리는 요소를 처리하는 흐름과도 연결되어 설명되곤 한다. 그래서 마는 힘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로 지쳤을 때 떠올리기 쉬운 식재료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기력 회복은 특정 기능을 과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양 밀도를 통해 전반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방식에 가깝다.
또 하나 주목할 성분은 칼륨이다. 칼륨은 나트륨 균형과 체내 수분 조절에 관여해, 붓기나 혈압 관리 이슈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실제로 중장년층이 마를 찾는 이유 중에는 ‘부종이 신경 쓰일 때’, ‘짜게 먹은 날 다음 날이 찜찜할 때’ 같은 생활형 고민이 꽤 많다. 여기에 마가 가진 식이섬유 특성은 장 건강과 배변 리듬에도 도움을 기대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마는 위에서 시작해 장으로, 혈관으로, 피로로 확장되는 ‘전신형 식재료’로 자리 잡는다.
마즙, 어떻게 먹어야 좋을까
마는 가열하면 성분이 손실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따라붙는다. 그래서 마를 가장 간단하고도 빠르게 활용하는 방법으로 마즙이 꼽힌다. 마즙은 마를 갈아 액상 형태로 섭취하는 방식이라, 뮤신의 점성을 그대로 살리고, 먹는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점액질 특유의 질감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많다. 이럴 때는 우유나 두유를 소량 섞어 부드럽게 만들거나, 꿀을 한 스푼 더해 목 넘김을 완화하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사과·바나나·파인애플 같은 과일을 더하면 맛이 쉬워지는데, 특히 파인애플처럼 효소가 풍부한 과일과의 조합은 “소화가 답답할 때” 더 선호되곤 한다.
마를 ‘씹어 먹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얇게 썰어 생채로 무치거나, 샐러드에 새싹채소와 함께 곁들이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고 포만감도 커진다. 단면이 갈변하기 쉬우니 레몬즙을 탄 물에 잠시 담가두면 색 변화를 줄일 수 있고, 금속에 닿는 시간이 길면 변질이 빠르다는 이야기도 있어 조리 과정에서 도구 선택을 신경 쓰는 편이 좋다. 한편 따뜻하게 먹고 싶다면, 찐 뒤 건조해 가루로 만든 마차처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속이 예민한 날에는 차 형태가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고르는 법과 주의점
마는 종류에 따라 산마(모양이 일정치 않음)와 장마(길쭉한 형태)로 나뉘어 설명되곤 한다. 효능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은 점성이 더 강한 편을 선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묵직하고 단단하며 상처가 적은 것, 그리고 가능하면 단면이 잘리지 않은 상태가 신선도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여겨진다. 흙이 묻은 채 판매되는 마가 오히려 보관과 품질 면에서 선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마에는 주의점이 분명하다. 뮤신 성분은 사람에 따라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어 손질할 때 장갑을 끼거나 조심하는 편이 좋다. 섭취 후 가려움, 설사, 구토 같은 불편감이 나타난다면 즉시 중단하고 상태를 살피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마는 수렴 성질이 있다고 전해져 변비가 심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체질적으로 '몸이 차거나 잘 붓는 편'인 경우에는 과량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다. 결국 마는 ‘좋은 식품’이지만, 나에게 맞는 방식과 양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마는 화려한 유행식품이라기보다, 오래된 식탁이 증명해 온 생활형 보양식이다.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뿌리, 그리고 컨디션이 내려갈 때 몸을 다시 끌어올리는 식재료. 오늘도 누군가는 마를 갈아 한 잔을 마시며 “속이 먼저 살아야 하루가 산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한다. 마의 효능은 결국, 그런 일상의 감각에서 시작된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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