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조리사협회전북지회를 이끌고 있는 김학근 지회장의 요즘 전주대학의 수퍼스타란 새로운 닉네임으로 불린다. 2015년 40대 후반의 늦깎이 대학생으로 학업을 시작해 졸업반인 그가 2018년 후반기 전주대학교(총장. 이인호)에서 기획한 StarT Program(Superstar Training Program)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퍼스타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4년 동인의 늦깎이 대학 생활을 수상의 기쁨과 함께 전해본다.
writer _조용수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 전주대학교 홍보실
Chef Story
“정직은 요리와 학업에 가장 중요한 기본”
(사)한국조리사협회전북지회 김학근 지회장
전주대학교 수퍼스타 인증서 수여
35년 경력의 일식조리사로 (사)한국조리사협회전북지회를 이끌고 있는 김학근 지회장의 일식요리 세계는 초밥과 튀김이다. 그가 만든 맛있는 초밥과 바삭바삭한 튀김은 전주 식도락가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초밥과 튀김이 좋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을 맞추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음식을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맛있는 요리가 나옵니다. 그래야 고객에게 정성과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조리사는 정직해야 한다고 하는 김학근 지회장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을까?
“좋은 음식은 손맛이지만 정직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기본입니다. 내가 정직하게 만들면 고객도 알아줍니다. 정직하기 위해 조리사는 인성이 좋아야 합니다. 요즘같이 일식당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일수록 친절하고 정직해야만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의 조리사 인생에서 금과옥조가 된 ‘정직’은 집안 형님이 늘 말씀하시던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라는 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순간을 모면하려고 거짓된 삶을 살지 말라는 그분의 말씀은 젊은 그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고 그가 여러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일을 풀어가는 힘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정직한 마음과 남다른 일식요리 스킬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던 그가 왜 50줄에 학업에 뛰어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뒤따랐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능력 있는 조리사로 그리고 협회의 장으로서 생활하던 그가 배움을 실천하는 학생으로 캠퍼스의 문을 들어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저는 일식조리를 한 지 35년이 되었습니다. 현장의 경험을 통해 실기적인 경력도 많고 남보다 탁월한 식감도 가졌다고 항상 생각해왔지만 정립된 이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이론의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의 전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 기반이 부족하면 높이 쌓을 수 없듯이 진부한 요리를 만들기보다는 좀 더 나은 새롭게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더 큰 이론적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몸담고 있는 전주대학교 외식산업학과를 선택해 벌써 3년 6개월의 학창시절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주대학교 외식산업학과는 실기 30~40%, 이론 60~70%를 배우며 전반적인 관리에 대해 공부한다는 점이 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외식산업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외식산업 현장은 업장마다의 방법과 특색이 있다. 그러한 특색에 이론적 부분을 함께해 업장을 운영한다면 금상첨화이다. 학업을 통한 이론적인 부분은 전반적인 상권의 흐름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이론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들은 현장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될 때도 많다. 특히 이론을 공부하고 실무를 겸하니 이론을 알지 못했을 때 보다 요리에 대한 원리를 깨닫고 요리를 만드는 점이 가장 도움이 된다는 것이 김학근 지회장의 경험담을 통한 설명이다.
“이론의 필요성을 인지해 전주대학교에 입학을 결심했을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지인분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응원의 힘을 통한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주위에서‘대단해 보인다. 정말 멋지다’ 등 여러 가지 말들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민이 많았던 처음과는 다르게 지금의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학교가 또 하나의 직장처럼 여겨집니다. 졸업하면 가장 아쉬울 것 같습니다.”
둘째 아들과 함께 학업 생활을 한 김학근 지회장은 대학 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과제라던가 생활패턴에 대해 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으나, 반대로, 아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성실하고, 좀 더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어떠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들과 함께한 해외봉사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또래상담과 catch the world 등 다양한 활동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해외봉사입니다. 2016년 1학기에는 캄보디아를 다녀왔고 그해 2학기에는 아들과 함께 미얀마를 다녀왔습니다. 해외봉사를 갔을 당시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감성은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안겨 왔을 때의 그 눈빛과 느낌이 따뜻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사진을 찍은 모습을 보며 아내가 ‘늦둥이 하나 생겼다’라고 농담 던지던 그 당시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았습니다. 해외봉사를 통해 얻어진 것이 더 많았습니다. 봉사를 가기 전에는 바쁘게 살다 보니 나 자신만 보게 됐는데 봉사를 통해서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아닌 너, 우리” 나눔의 덕목을 많이 느꼈고, 나이 국적을 떠나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학교에 압학해 성실함과 열정을 바탕으로 학업에 임해 온 그에게 학교는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전주대학교(총장 이호인)가 제정해 매년 수여하는 수퍼스타 인증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30일(목) 오후 3시에 대학본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퍼스타 인증서 수여식에서 그는 당당히 어린 학생들과 함께 최고의 수퍼스타 인증서를 받은 것이다.
StarT Program(Superstar Training Program)이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건실한 전문인 Superstar를 육성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도전정신(Challenge), 능력개발(Competence), 공동체의식(Community) 함양 프로그램에 참여케 하여 그 성과에 따라 인증 포인트(Certification Point : CP)와 장학 포인트(Scholarship Point: SP)를 부여하고, 개인별 합산 점수에 따라 인증서 수여, 국내, 외 연수 기회 부여,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특전을 부여하는 전주대학만의 특별한 제도이다. 이번 수여식에서 김학근 지회장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StarT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기개발활동 포인트가 500점 이상을 받아 다른 8명의 학생들과 함께 Superstar 인증서와 해외연수 특별장학금(항공권 및 보험료, 150만원)을 수상했다.
이러한 도전정신과 감성이 풍부한 김학근 지회장은 어떠한 연유로 조리사의 길을 시작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대해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스치듯 전해준다.
전북 임실태생인 그는 우연한 계기로 조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형님 친구분이 호텔의 중식 조리사로 일하고 계셨는데, 그에게 주방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가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이 조리사의 길을 걷게 된 첫 시발점이었다. 그는 10대 소년 시절에 초밥과 생선회, 매운탕이 주메뉴인 전주 시내 한 일식집에서 조리사 보조로 주방 생활을 시작했다. 스스로 요리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견뎌낼 수 있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30분 먼저 일어났고, 남들보다 30분 늦게까지 일했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밤늦게까지 연습했다. 하루는 숭어를 도마 위에 놓고 회를 뜨는 연습을 혼자 늦게까지 하곤 했는데, 사장이 우연히 보고는 주방장에게 “김 군에게 맡겨도 돼?” 하고 물어볼 정도로 제법 솜씨를 발휘하곤 했단다.
부지런함은 그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일찍 일어나 하루 일과를 미리 짜놓으면 일하는데 능률이 올랐고, 사장도 부지런한 그를 신임하게 됐다. 무슨 일을 할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하면 같은 일을 해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그 시절 그는, 대학에 간 또래의 친구들보다 자신이 5년을 앞서가야 사회생활의 정도가 비슷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보다 더 성숙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들이 결혼도, 자녀도 일찍 갖게 했다고 한다.
그는 타고난 성격상 어떤 일을 하든지 최선을 다해 도전해야 그 일이 이뤄지는 것이고, 그런 것들이 연결되어서 다른 일도 이뤄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그런 부지런함으로 그는 86년에 일식조리사 자격을 88년에는 한식조리사, 2001년에는 복어조리사 자격을 취득했다. 전주에서 일 잘하고 맛있는 초밥 만드는 조리사로 소문이 나자 여러 유명 일식집에서 그를 스카우트하려는 제의가 빗발쳤다.
그러한 탄탄대로의 인생에서 (사)한국조리사협회전북지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2012년 대전세계조리사대회 때도 지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조리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전북의 조리사 들을 연습시켜 각종 요리대회 선수로 출전시키고 있으며, WACS(세계조리사회) 총회 참여와, 세계기네스대회에도 전북지회 회원들의 참석을 적극 독려했다. 행사와 경비 지출 등 모든 일에 열심히 참여한 공로로 그는 2012년 7월 2일 영광스런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가문의 영광이었지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그런 큰 상을 받았다고 봅니다. 앞으로 협회를 활성화하는 데 더욱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는 요즘 조리사회 전북지회를 자립 운영으로 이끌기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뛰고 있다. 전국일식조리사회 간부로 20여 년 동안 활동했던 노하우를 발휘해 투명하고 건강한 회계처리로 튼튼한 지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협회 운영에 있어 회원간 믿음과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회원들에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전주시가 주최한 전주비빔밥 축제에 전주지회가 참여해 단체를 홍보했다. 요즘에는 지회 회원들 사이에 단체를 활성화해보자는 반가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것에 두려움과 세대가 다른 젊은 친구들과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어려운 점과 부딪혀보고, 도전해보며 지금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는 도전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김학근 지회장.
늘 무언가에 도전하고 최선을 다해야 성과도 얻는다고 생각하는 그는 앞으로 조리명장에도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 정직하고 부지런한 그의 생활 태도로 볼 때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결실을 볼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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