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최인 칼럼니스트] 일찍이 스피노자는 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려는 자체가 나의 바램이고, 꿈이라는 현실주이자 박효남 명장 셰프는 남산기슭에 튼실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다. 식구들과 외식을 할 때도 직업의식 발동해 생각이 벌써 그 식당 주방에 가 있어 가족들에게 핀잔을 받는다는, 대한민국요리명장 박효남 명장 셰프의 인생 2막 이야기.
“요즘 하루하루가 참 재미있습니다. 인생 2막을 열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숨 가쁘게 살아왔던 젊은 날들이 밑거름이 되고 새로움이 저에게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2014년에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으로 선정해서 발표한 9번째 ‘대한민국요리명장’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요리명장 .... 대통령 박근혜’ 라고 쓰여 있는 표창장을 볼 때마다 인생 2막의 한 획을 그은 이 시점에서 각오가 남 다릅니다. 모든 조리사의 꿈이 명장이 되는 것인데, 명장이 되고 보니 어깨가 더 무거워집니다. 몸 담았던 힐튼 호텔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설계를 위해 세종호텔 총주방장 겸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세종사이버대학 조리산업경영학과 교수를 맡아 후학 양성에도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봇물 쏟아 붓듯 많은 이야기들을 즐겁게 들려주는 박효남 명장. 대통령 표창, 프랑스 농업공로 훈장 메리트 아그리꼴(MERITE AGRICOLE), 세계3대 요리대회인 싱가포르 세계요리대회 한국인 최초 5개 부문 금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의 박효남 명장. 그가 받은 ‘대한민국 요리명장’의 명예는 조리사로서의 사명감과 업적평가, 사회적 공헌도, 사회봉사, 요리산업발전의 기여도 등으로 주는 자격이다. 사회적으로 받은 혜택을 이제는 나누어 주라는 책임감을 지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요리명장’이 된 소감을 말하는 박효남 셰프에게 요리산업발전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요리산업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조리사들을 소중히 여기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현장에서 40여년간 일을 한 사람으로써 직원들을 관리 할 때도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잘 대해야만 요리가 만족스럽게 잘 나옵니다. 식당 경영인들의 생각은 인력관리가 가장 문제라고 하지만 핵심은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조리사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진심으로 믿음을 주고 인성을 이해하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요리산업은 요리사가 그 자체인 겁니다.”
세종호텔 직원들의 열의에 찬 분위기가 생동감이 있고 가족 같은 따듯함에 깊은 애정을 느끼다는 박효남 명장은 세종호텔의 진정한 보물은 직원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소통을 위해 솔선수범하며 마음을 열고 직원들을 다독거린다는 그는 진심은 통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우는 소통에서 나옵니다. 소통의 가교는 대화이며,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고 말해줍니다. 직원들에게 분명한 선을 그어 주어야 합니다. 상황별로 그냥 넘어가면 그것이 쌓이고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한국의 특급호텔에는 한식당이 거의 없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을 활성화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프랑스요리가 전문인 그가 세종호텔에서 한식당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순수 국내브랜드 호텔인 세종호텔은 다른 곳과는 달리 한식당이 유명하다. 더 박차를 가해 박효남 셰프의 진두지휘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는 한식당이 되리라 본다.
“세종사이버대학 조리산업경영학과 강의는 온라인 강의이므로 녹화를 미리 해 놓습니다. 학생들이 시청하는 강의시간은 한 번 강의가 70분입니다. 요리에 관련된 기초실습과 이론이며, 한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고, 해외에도 있습니다. 학생들 연령층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합니다. 서양조리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쉽게 설명 했고,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힘든 상황을 알고 있으므로 최대한 편리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MT를 통해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파악하므로써 카메라로 강의를 녹화할 때의 적막함이나 어색함 없이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강의를 녹화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강의 하는 것보다 조금 적응이 어려울 것 같은 사이버 강의에 그는 적응한 듯하다. 학생들 간의 소통은 요즘 SNS를 통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질문하고 근황을 이야기 하는 등 활기가 넘친다. 박효남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친 다기 보다 그의 일을 재점검하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힘을 받는 것 같다며 흥분하고 있다. 갖고 있는 노하우를 풀어주고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눈높이 교육을 통해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니 교육학을 따로 연구한 듯 한 세심함에 놀랄 따름이다.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므로 업장의 대표들은 공부하는 직원들에게 다소 일에 소월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오름’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서로 근무하는 식당을 탐방하여 의견을 나누고 컨설팅을 해준다. 학생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심어주고 있다. 한 가지 더 후학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박효남 교수의 37년간의 노하우가 녹아 있는 단행본도 준비하여 곧 출간할 예정이다. 젊은 요리사들을 위하여 서로 협조하여 주방에서 팀을 이루는 법, 칼다루는 법등 요리사가 지켜야 할 십계명이 자세히 설명되어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박효남 명장이 전하는 조리사의 자세는 한 마디로 어머니의 마음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듯 정성을 다해야 하며 재료와도 소통을 해야 작품이 잘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리를 할 때 재료와 대화를 한다는 그는 재료를 이해하고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조리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 이자리가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집중한다'라고 언제 어디서든 말할 수 있는 박효남 셰프는 현재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이제 남산 기슭에 튼실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고 잘 자라게 물도 주고 정성을 드리고 있다. 나머지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 따라주는 후배들과 후학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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