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시냐노 대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오랜 시간 노하우로 만들어낸 ‘시간의 결과물’
- 영국왕실에서 ‘산지오베제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 찬사, 2016을 최고빈티지로 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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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아 아 파시냐노 그란 셀레찌오네 |
[Cook&Chef=조용수 기자] 와인의 이름인 ‘바디아 아 파시냐노’는 우리말로 ‘파시냐노 대 수도원’ 이란 뜻이다. 파시냐노 수도원은 891년, 지역주민의 유래로는 기원전 395년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매우 오래된 수도원이다. 수도원의 탄생과 함께 이 와인의 양조, 숙성이 시작 되었기때문에 오랜 시간 축적된 높은 수준의 양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왕실이 선택한 이태리 와인으로 ‘산지오베제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는 찬사를 받아 유명해졌다. Michelin 3 스타 L’Atelier de Joel Robuchon(라뜰리에 조엘 로부숑, Hongkong)에 리스팅이 될 정도로 와인의 품질이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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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냐노 대수도원 전경 |
티냐넬로(Tignanello), 솔라이아(Solaia)를 만든 안티노리 후작이 ‘토스카나에서 토스카나 사람이 토스카나 품종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마지막 야심작이라 평가받는 와인이다. 막대한 투자로 매년 조금씩 더 좋아지는 와인이기도 하다. 바디아 아 파시냐노의 가장 좋은 빈티지로 2016 빈티지를 꼽을 수 있다. 평년보다 10일 빠르게 시작한 봄과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건조함이 열매에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정도로 좋았다. 결국, 포도나무의 성장 주기와 열매의 완전한 성숙에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 해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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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아 아 파시냐노 그란 셀레찌오네_라벨 |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품종인 산지오베제만을 사용하여 생산하는 최고급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로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된 와인에만 부여되는 그란 셀레찌오네 등급을 받았다. 한 모금하면 다양한 과일의 진한 레드 와인의 풍미(아로마)와 우아하지만 빠르게 사라지지 않는 무게감과 풍성한 질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입안을 한바퀴 돌 때 집중된 타닌과 생동감 있는 산도가 잘 느껴지며, ’부드럽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섬세한 실크같은 감촉의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육류요리, 파스타, 치즈에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매운 요리에도 잘 어울려 우리 음식과도 좋은 궁합(마리아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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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냐노 대 수도원 지하셀러 |
바디아 아 파시냐노 그란 셀레찌오네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심장부에 위치한 바디아 아 파시냐노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해발 300미터 높이에 포도밭이 위치하며 점토가 섞인 섬회암 토양으로 이루어져 품질이 높은 산지오베제를 생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디아 아 파시냐노의 역사가 말해주 듯 생산자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와인명가 안티노리(Antinori)가 생산한다. 700년역사, 26대를 이어온 이탈리아 와인생산의 명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안티노리 가문의 와인 생산 역사는 11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남아있는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1386년을 와인 생산 원년으로 한 대도 끊이지 않고 가족 경영으로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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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서 본 파시냐노 대수도원 전경 |
바디아 아 파시냐노가 ‘파시냐노 대 수도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성찬예배를 위해서 와인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오래된 수도원 성당 인근에 늘 포도밭이 있었다. 예전부터 수도원 인근에서는 늘 좋은 와인이 많이 났던 이유도 이러한 종교적 배경이라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시대의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수도사들이 직접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문맹 시대에 수도사들은 거의 유일하게 문자를 아는 지식인이자, 농부이고, 미식가였던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맛있는 포도를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와인이 맛있어지는지를 연구하고 기록하며 후대에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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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림_전쟁을 피해 수도원으로 도망쳐온 피난민 |
오랜 연구와 기록으로 그들은 같은 포도밭, 같은 품종의 포도인데도 밭마다 서로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을 알았다. 포도밭을 일구는 수도사들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일찍부터 알고 돌로 야트막한 담을 쌓아서 구분해 놓았다. 세계 최고급 와인이라 불리는 부르고뉴 와인의 라벨을 자세히보면 '끌로(Clos)', '뀌베(Cuvee)' 등의 단어들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끌로는 바로 수도사들이 쌓아놓은 그 '돌담'을 의미한다. 오늘날까지도 부르고뉴는 이 돌담에 따라 포도맛이 정확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오랜 세월 축적된 수도사들의 노하우가 오늘날 까지도 쓰이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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