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는 셰프라는 직함이 더 가깝고 어울릴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17년간 해외에서 셰프로 활동하며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셰프로서 명성을 얻고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우리 전통 발효에 대한 향수에 빠져 자신의 정체성이 한국 전통발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지난 2009년 귀국해 지금까지 전통 발효와 한식을 대중화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writer _김형종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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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으로 전통을 발효한다
최덕용 한식협회 경기동부지회장
최덕용 지회장은 현재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사협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거기에 인터내셔널마스터셰프소사이어티아시아유니언 총회장이면서 세계총회 아시아 대표이자 수석부회장직까지 맡아 일하고 있다.
이렇게 그가 여러 직함을 갖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바로 우리 전통발효식품을 대중화하고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다. 해외에서 셰프로 지내면서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우리의 전통 발효문화를 더 연구하고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17년간의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 지회장의 집은 종갓집으로 제사 등 각종 집안 행사가 많아 어린 시절부터 전통음식을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집에서 빚어 마시던 가양주를 비롯해 산초를 넣어 무친 나물류와 초피액젓이나 어간장 같은 발효음식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발효의 과정을 어릴 때부터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으며 성장했다. 게다가 외할머니가 전남 벌교 분이었던 덕에 전통 남도음식에도 일찍 눈을 떴다.
“어린 시절을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조리사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 요리학원에 등록해 양식조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군에서 만난 동료의 권유로 이탈리아 유학을 선택하고, 피렌체에 위치한 ‘아피츄스인터내셔날 호스피텔리(Apicus International School of Hospitality) 호텔학교’에 입학해 이탈리아 음식을 전공한다.
또한 스페인에서 요리학교를 다니던 중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에 매료되어 ‘발론티움’ 와인제조학교에서 공부하고 스페인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와인을 공부하면서 우리 전통발효음식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흔히 아는 하몽하몽이나 치즈 등도 훌륭한 발효식품이 맞습니다. 그런데 발효공부를 하다보니 우리의 전통발효음식이 더 우수하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소명의식을 갖기 시작했던 거죠.”
어린 시절 접하던 발효음식은 언제나 그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이탈리아 유학을 가기 전까지 그는 우리 전통발효음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되도록 많은 이들과 공유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한식협회 동부지회 설립
우리나라 한식협회는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 동부와 남부, 북부, 그리고 충청남북, 전라남북, 경상남북, 부산, 울산 등 전국 14개 지회로 나뉘어 있으며, 현재 정회원 약 1,3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경기 동부지회가 최덕용 지회장이 설립한 지회로 6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식협회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음식과 관련된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무엇보다 협회는 가입 장벽을 없애 조리사는 물론 외식업 종사자와 경영자를 비롯해 한식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회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한식을 좁은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국내의 중식, 일식, 양식 등 모든 음식을 한국식이라는 개념으로 포용해 접근하고 있다. 한식을 단순히 전통 한식으로만 이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총회 아시아 대표이자 수석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 지회장은 발효음식과 더불어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부회장 활동을 하다 보니 세계 여러 나라의 조리사들, 특히 마스터 셰프들과 교류를 하며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게 됩니다. 그러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협회활동을 조금 더 활성화하면서 우리 음식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외의 음식문화를 우리나라에 더 많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 셰프들을 국내로 초대해 행사 참여를 유도하고, 터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치러지는 요리 관련 행사에 우리가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 동부지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 지회장이 설립한 한식협회 동부지회는 매년 10월 개최되는 ‘한식의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비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내 성남이나 남양주, 구리 등에서 진행되는 슬로푸드 행사에도 관여하고, 전통주 및 발효음식 행사를 계획해 전통발효를 대중화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그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마지막엔 언제나 발효가 있다. 이를 통해 그가 발효음식에 얼마나 큰 애정을 지니고 있는지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통 한식에서 발효음식은 빠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의 꼭짓점은 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술은 역시 발효주죠. 하지만 발효 전통주라 해서 전통을 고수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전통을 현대인의 생활양식이나 기호에 맞게끔 풀어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일을 하는 게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이렇듯 그는 한식을 폭넓게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 한다.
최덕용 지회장의 최종 목표는 자신만의 양조장을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쌓아온 발효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효음식과 전통주를 대중들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고 꿈꾸는 것이다. 지금은 아직 계획 속에 있는 그의 바람인 우리의 술과 우리의 음식이 만나는 문화공간이 곧 발효를 마치고 세상과 만나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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