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대통령이 왔던 그 자리, 오늘은 시민이 앉았다."
지난 26일 정오 무렵,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골목의 대구탕집 ‘원대구탕’을 깜짝 방문했다. 용산 집무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외식이자,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밝힌 “시민과의 진솔한 식사 자리”였다. 대통령은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을 대동한 채 골목식당에 들어섰고, 식당 안의 시민들은 놀라움과 환영의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공식 발표문을 통해 “치열한 생업 현장에서 버티고 계신 자영업자분들과 시민들의 고충을 들었다”며 “골목상권의 회복이 곧 민생경제의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추경안의 신속한 통과 필요성과 골목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이 발언은, 단순한 외식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기자는 다음 날, 대통령이 앉았던 그 자리를 찾았다. 식당 이름은 ‘원대구탕’. 1977년 개업 이후 2대째 운영되고 있는, 용산·삼각지 일대 대구탕 거리의 원조 격 식당이다. 수차례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됐고, 평일 점심에도 줄이 끊이지 않는다.
‘원대구탕’ 관계자는 대통령 방문 당시 상황을 묻자 “이 대통령은 다른 손님처럼 조용히 오셨다”며 “머리살 없는 대구탕을 주문하셨다. 따로 대접한 메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온다고 특별히 바쁜 날은 아니었다. 원래도 손님 많은 곳”이라며 웃었다.

대통령이 먹은 대구탕은 어떤 맛일까? 이날 기자는 내장과 머리살이 포함된 대구탕 3인분과 대구튀김을 시켰다. 대구살이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고, 대구튀김은 고소하고 감칠맛이 인상 깊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생선 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고, 간장 소스와의 조화도 뛰어났다.
함께 식사를 하던 30대 최모 씨는 “머리살이 정말 맛있었다. 메뉴판에 ‘미식가 전용’이라 적힌 ‘대가리탕’이 왜 메뉴판에 따로 있는지 이해됐다”며, “볶음밥이 별미였다. 고소하고 짭짤해 감칠맛이 일품”이라고 평했다.
40대 유모 씨는 “양념이 평범한 대구탕을 넘어서는 깊은 맛이었다”며, “뼈가 없는 것 같이 술술 넘어가는 대구살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구튀김에 대해 “마늘간장 소스가 특히 잘 어울렸다. 튀김이 바삭하고 속살이 촉촉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대구탕 + 볶음밥’이라는 조합. 유 씨는 “생선탕에 볶음밥은 처음이었는데, 생선 특유의 감칠맛이 그대로 녹아들어 신기하면서도 맛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식 행보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국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칼국수처럼 식사 선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무적 언어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날 원대구탕에서는 정무보다 생활, 정치보다 밥 한 끼의 진정성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는 밥을 먹고 갔다. 그 한 그릇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