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과 멋을 오롯이 품은 궁중음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 행사가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다.
‘수라간 시식공감’은 조선 왕실의 식문화와 일상 속 궁중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매회 높은 참여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수라간 시식공감’은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8일간, 경복궁 내 소주방 권역에서 진행된다. 소주방은 조선시대 궁궐의 부엌 중 하나로, 임금과 왕실 가족의 식사를 담당하던 핵심 공간이다. 이번 행사는 이 전통 공간을 그대로 활용해, 역사적 분위기 속에서 궁중의 음식과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추첨제 도입으로 체험 기회 공정 분배
이번 시식공감은 체험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전면 추첨제로 진행된다. 총 2,176명의 참가자가 상반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하루 2회씩 4개 조로 나뉘어 한 조당 34명으로 운영된다.
궁중음식 시식 프로그램은 국악연주를 감상하며 생물방(生物房)에서 궁중다과를 즐기는 ‘다담(茶談)-시식공감’과 외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즐기는 ‘식도락(食道樂)-시식공감’으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1개의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체험한다.
추첨 신청은 5월 8일부터 13일까지 티켓링크를 통해 가능하며, 참가비는 1인당 25,000원이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일부 대상자는 5월 21일부터 전화 예매를 통해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시식 체험 외에도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내소주방에서는 전통 약차 체험과 컵받침 만들기, 궁중 스포츠였던 격구 체험도 가능하다. 소주방 행랑채에는 전통 간식과 윷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일 전망이다
연잎밥부터 애알탕까지…궁중의 미각이 되살아난다
핵심 프로그램인 ‘식도락–시식공감’에서는 조선시대 수라상에서 영감을 받은 총 7가지 메뉴가 제공된다. 연잎밥, 떡갈비, 표고전, 두부선, 연근유자초무침, 애알탕, 보리수단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기록으로 확인된 실제 궁중 음식이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두부선(豆腐膳)은 두부 속을 파내 닭고기, 채소 등으로 채워 만든 찜 요리로, 궁중음식 특유의 정갈한 모양새와 섬세한 맛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제공되는 애알탕은 정조 시대 궁중에서 특별한 날에 자주 올랐던 국물 요리로, 생선 알이나 명란 등을 넣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궁중음식 = 왕의 밥상? 그건 절반의 진실일 뿐”
궁중음식을 제공하는 한식 전문업체 ‘좋은날’의 최승애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중음식’ 하면 임금님이 드셨던 음식을 떠올리지만, 궁중이라는 공간은 그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식문화를 지니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최 대표는 “궁궐은 왕과 왕비만이 거주한 공간이 아니다. 세자, 후궁, 나인, 상궁, 수라간 나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일했으며, 이들 각자의 직분과 신분에 따라 식사의 종류와 격식, 양식이 달랐다”며 “궁중음식이라고 해서 꼭 임금님의 수라상만을 의미하진 않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번 메뉴가 행사 주관기관인 국가유산진흥원의 아웃라인에 따라 선정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중음식 2대 기능보유자인 고 황혜성 선생의 제자이다. 고 황혜성 선생은 지나 2006년 별세했다.
궁중음식연구원의 임종연 궁중음식 이수자는 “이번 ‘식도락–시식공감’에서 제공되는 메뉴 중 연잎밥과 연근유자초무침은 사대부의 음식이라고 봐야한다”며 “하지만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해서 궁중음식이 아닌 것은 아니다”고 최 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체험을 넘어, 전통과 일상의 연결고리
‘수라간 시식공감’은 단순한 시식 행사가 아니라, 조선 왕실의 식문화를 보고 듣고 맛보는 복합 문화 체험으로 기획되었다. 행사장 구성, 음식 연출, 부대 체험까지 모두 궁중의 형식미와 전통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체험 요소로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유산진흥원 궁궐사업팀 김태연 대리는 “궁중음식은 단순히 고급 음식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과 미의식을 집약한 문화유산”이라며, “우리 고유의 생활문화 속에서 그 아름다움과 매력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궁중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국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유산 체험의 장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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