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Cook&Chef = 이경엽 기자]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답한 음식은 다름 아닌 '얼갈이 국수'였다. 고급 음식도, 화려한 요리도 아니었다. 어머니가 여름 마루에서 해주던 차가운 국수 한 그릇. 이 단순한 한 끼는 대통령의 기억 속에 각인된 생존과 공동체, 그리고 정서의 압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음식에 대한 기억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얼갈이 배추와 간장물, 송송 썬 파와 오이채. 별다를 것 없는 재료이지만, 가난했던 시절 가족과 나눴던 한 끼의 온기는 그의 정치 철학의 출발점이 된다. 그는 '맛'보다 '기억'을 말했고, '음식'보다 '사람'을 이야기했다.
그의 식탁은 단순한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함께했던 기억’이며, ‘사람을 버티게 한 삶의 끈’이다. 정치의 말보다, 음식의 한 그릇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이 마루에 둘러앉아 한 그릇을 나눠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한지, 지금도 그때의 온기가 떠오릅니다. 단순한 맛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어요.”
이러한 태도는 정치 행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농업과 식생활을 잇는 정책을 통해 '기억'이 '제도'로 전환되는 과정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농민 보호를 중심에 둔 공약들을 내세웠다. 쌀값 정상화, 농산물 가격 안정화, 농지 보전, 전략작물 지원, 공공비축 확대 등은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뚜렷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는 이를 통해 기후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대비하려 했다. 또한 직불제 개편과 친환경 농업 지원,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 등도 약속했다.
눈에 띄는 것은 '식량주권법' 제정 추진이다. 이는 먹거리를 국가의 기본권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선언이다. 지역푸드플랜, 로컬푸드 활성화, 농촌 식품 사각지대 해소 등의 구상도 포함되었다.
소비자 식생활 복지 측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상징적인 정책들이 있다. 대학생·청년 대상 ‘천원의 아침밥’, 미취업 청년 식품 바우처,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 초등생 과일간식 사업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학교 및 군 급식의 지역산 식재료 확대, 급식비 격차 완화도 함께 추진된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은 여전히 생산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 참여 구조나 식생활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아직 미비하며, 소비자 권리를 정책으로 실현할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재명 정부의 농정은 선명하지만, 밥상 위의 실질적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음식과 식생활에 대한 태도는 분명 따뜻하다. 그는 단지 먹거리를 정책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와 기억, 회복의 수단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의 언어에서 나아가, 실천의 구조와 제도적 토대가 필요하다.
'얼갈이 국수'의 기억이 이재명 정부의 식탁 위에서 정책이 되고 제도가 되려면, 그만큼의 구체성과 추진력이 따라야 한다. 음식은 정치를 말하고, 정치는 음식을 증명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식탁은 이제 막 차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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